사회

세월호 사건이 한국 종교 전반에 던지는 질문은?!

세월호 참사와 종교의 사회적 역할

세월호 참사는 현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선진일류국가’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의 엉성한 재해대비 매뉴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관료, 색깔논쟁 등등. 교계도 예외는 아니다.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가 ‘구원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일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독교계는 물론 사회여론까지 술렁이는 양상이다. 

 
현재 일반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정보를 근거로 구원파를 재구성해 보자. 원래 유병언 전 회장은 사업가가 아니라 ‘기독교복음침례회’ 목사라고 했다. 기독교침례회는 1962년 권신찬 목사와 유 전 회장이 설립했다. 권 목사는 유 전 회장의 장인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부도난 회사를 인수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사업자금은 헌금으로 충당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성도들에게 인수하려는 회사의 주식을 사도록 독려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JTBC가 유벙언 세모그룹 전 회장이 오대양 사건에 연루되어 무혐의 처분 받은 경력이 있다는 것을 보도했다. ⓒJTBC 방송화면 캡쳐

유 전 회장은 삼호 트레이딩이란 완구 업체를 운영하며 큰 돈을 벌었다. 이후 상호를 세모로 바꾸고 한강 유람선 사업을 벌였고 스쿠알렌 판매업도 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은 종교 활동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 KBS는 유 전 회장이 설교한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그가 설파한 교리의 핵심은 바로 ‘구원’이었다. 그런데 그 구원이 정통 기독교 교리와는 사뭇 다른 과정으로 이뤄진다. 한때 구원파에 몸 담았던 정동섭 전 침신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구원파의 핵심교리가 “죄를 깨달으면 바로 구원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유념할 대목은 구원파가 말하는 구원이 영혼의 구원으로 국한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육신은 어떻게 되는가? 구원파 교리에 따르면 이미 구원 받았기에 육신이 그 어떤 행위를 벌어도 문제없다고 한다. 이들은 “율법이 십자가에서 없어졌기 때문에 구원받은 후에 간음 살인 등 죄를 지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교의를 설파한다. 이 지점은 정통 기독교와 갈라지는 결정적인 분기점이다. 정통 기독교는 자신의 죄를 통회 자복하는 회개를 구원의 선결과제로 제시하는데 구원파는 회개 자체가 필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아무런 죄 되지 않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해진해운 사원의 90% 가량이 구원파 신도라고 한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 대부분도 구원파 신도들이다. 이 선장은 배에 사고징후가 감지되자 가장 먼저 배를 버리고 탈출했다. 뒤이어 선원들은 자신들만 아는 통로로 배에서 신속히 빠져 나왔다. 한편 선사인 청해진해운 측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숨진 故 박지영 씨의 장례비를 지급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 때 이런 행위들은 도저히 이해불가다. 그러나 구원파의 교리로 볼 때 아무 문제없다. 이미 영혼이 구원을 얻었기에 육신이 하는 모든 일들은 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KBS는 청해진해운 전 직원과의 인터뷰에서 청해진해운 직원의 90% 이상이 구원파 신도라는 증언을 확보했다. ⓒKBS 방송화면 캡쳐

사실 구원파는 한국 사회의 다종교적 성격이 낳은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여기까지는 지극히 종교적인 문제다. 그런데 구원파는 지극히 반사회적이고, 반윤리적인 교의를 앞장서 설파했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세월호 사고는 구원파 ‘사역’의 한 결과물로 나타난 것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 사회 전체가 참담한 비극의 한 가운데 내던져졌음을 알 수 있다. 
 
기독교는 역사 종교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는 이스라엘의 역사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 예수께선 자신을 따르는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하셨다. 즉 세상 속에서 진리의 빛을 드러내라는 권면이자 명령인 것이다. 예수 스스로 진리의 빛을 드러내고 일그러진 사회질서에 도전했고 이로 인해 십자가 죽음을 당했다. 
 
이런 숭고한 교리를 차치하고라도,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는 세상의 상식과 어긋나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상을 치유해야 할 종교가 오히려 세상을 병들게 하는 암덩어리가 된지 오래다. 세월호 사건은 이런 암덩어리가 생각 보다 더욱 심각하게 퍼져 있음을 드러냈다. 
 
종교도 세월호와 함께 침몰 중인가? 세월호 사건이 한국 종교 전반에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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