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차정식의 신약성서여행 <바로가기 클릭>
초저녁잠의 여운
내 손길 닿은 자리 눈물샘이 터졌다
낯선 개활지로 난 수상한 발자국
젖은 입술 사이로 미궁처럼
이유를 모르는 침묵이 길게 흘렀다
복화술로 언어를 그리고
독심술로 깊은 속내를 우려내도
결국 떠나고 마는 가을이 한 점 풍경화로
그 골짜기에 내려앉았다
베토벤의 '황제' 2악장이 흐르던 영화의 무대
사과향 번지는 선율 따라 작은 추억 한 토막
낙엽지고 있었다
새벽 4시의 갱년기에서 발원한 노동이
6시간 강의 끝에 숙질 무렵
꿈자리를 박찬 초저녁잠이 허둥거리고
운명처럼 유년의 햇살이 그리워지는데
모과나무 아래 그대의 빈자리
텅 빈 여백만으로 따스하고 애틋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