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열방 사이에 판단하시며 많은 백성을 판결하시리니 무리가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 (이사야 2: 4)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하나님이 평화의 주님임을 믿음으로 고백하며 온 땅에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충만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노력해왔습니다. 특별히 올해는 한반도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이 되는 해로 이 땅에 전쟁이 끝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어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항구적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함께 기도의 행진을 이어왔습니다.
지난 8월 15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그동안 역대 총리들이 늘 언급해온 ‘주변 국가들에 가한 고통에 대한 반성’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의도적으로 뺀 채 추도사를 진행한 반면 야스쿠니 신사에는 각료를 대신하여 보내고 “참배하지 못한 것에 대해 대신 사과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패권주의적 야욕을 불태우며 침략전쟁을 저지른 일본이 피해를 당한 이웃국가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한 채, 패전일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과거사 반성은커녕 ‘호국영령’이라는 이름으로 일본군 전몰자를 추도한 것입니다. 이는 피해국인 이웃 나라를 무시할 뿐 아니라, 아시아 평화를 깨트리는 비인도적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우경화는 결코 일본 내의 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 당사자인 이웃 나라는 물론 인류 평화에 반하는 것이며 또다시 역사에 죄를 짓는 일입니다. 일본 제국주의가 결국 패망하고 말았던 것처럼, 우경화는 일본의 불행과 고립을 자초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한편 일본 정부 최근 이와 더불어 노골적으로 일본 헌법 9조 개정과 함께 군사력 보유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미 자위대를 구성하고 있는 일본이 헌법 9조를 개정하고 미일군사동맹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날개마저 달게 되면 새롭게 급부상하는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고 군사강국으로 다시금 동북아시아를 위협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러나 마태복음 26장 52절의 “칼을 쓰는 사람은 모두 칼로 망한다”고 기록한 바와 같이 군국주의의 최후는 부흥강국의 길이 아니라 전세계를 화약고로 만들어 모두가 함께 망하는 길임을 우리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역사적 교훈을 통해서 이미 경험하였습니다.
이에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아베 신조 내각 출범 이후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일본 우경화와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 개정, 그리고 이와 더불어 군사력 보유에 야욕을 보이고 있는 일본 정부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1. 일본 정부는 우경화 행보를 중단하고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일본 정부는 과거 침략전쟁의 야욕으로 인한 아시아 주변 국가의 고통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패전국으로서 피해자라는 그릇된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교과서 왜곡, 군 위안부, 간토 대지진 등에서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침략전쟁 미화, 평화헌법 폐기, 군국주의 부활 등을 공론화하며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광복 68년을 맞이하는 올해, 일본 정부가 우경화 행보를 중단하고 과거 침략전쟁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여 재발방지 의지를 세계에 표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약속인 평화헌법 개악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평화헌법의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금지 조항은 패전의 결과 일본에 부과된 조항이기도 하지만, 전쟁의 수많은 피해자들을 기억하며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하는 국가가 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에 대한 역사적 약속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평화헌법을 개악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약속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이며, 전후 일본과 아시아 국가들이 최소한의 평화와 신뢰관계를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주요한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이기에 우리는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의 약속인 평화헌법을 지켜나가길 강력히 촉구합니다.
3.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을 통한 군사력 보유 의사를 철회해야 합니다.
아베 정부가 제시한 집단적 자위권은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를 개악하여 무력사용을 합법화하고, 군사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촉발하게 되고, 긴장의 고조로 이어지게 되며, 상존해온 역내 영토 분쟁이 순식간에 무력충돌로 휘발될 수 있는 고도의 불안정 상태를 지속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 평화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므로, 우리는 아베 정부의 평화헌법 개악 시도를 단호하게 반대하며, 집단적 자위권을 통한 군사력 보유 의사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8․15 해방으로부터 68년이 지난 오늘,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이 땅에 정의와 생명, 평화를 이루기 위해 기도하며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이해관계를 정의·평화·생명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만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 하나님의 평화가 임할 것입니다.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100여 년 전 주권을 상실한 나라의 수치와 선조들이 받은 고난을 가슴에 새기며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동북아에서 ‘전쟁 없는 평화’ 세상이 이뤄지는 그 날이 오기까지 평화 헌법 수호와 이를 위한 연대를 광범위하게 펼쳐 갈 것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한일 양국과 동북아시아, 나아가 온 세계에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13년 8월 28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무 배태진
평화통일위원장 한기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