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종교개혁의 이면에 숨겨진 여성의 이야기들

[북리뷰] 여성과 종교개혁

여성과 종교개혁 ㅣ 키르시 스티예르나 지음 ㅣ 박경수, 김영란 옮김 ㅣ 대한기독교서회 ㅣ 528쪽 ㅣ 2만 2천원 

 
칼빈, 루터, 츠빙글리… 종교개혁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모두 남자다. 신간 「여성과 종교개혁」(Women and the Reformation)은 종교개혁에 기여한 여성들을 조명하고 있다. 
 
카타리나 폰 보라(Katharina von Bora Luther, 1499-1552)는 루터란의 교모(敎母)로 조명되고 있다. 그는 위대한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의 아내다. 하지만 그 이름은 낯설다. 저자는 카타리나가 “자신의 삶을 바꾸어 놓은 새로운 복음주의적인 ‘루터란’ 신학과 영성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내주었다”며 그의 발자취를 살핀다. 
 
카타리나는 1523년 루터가 주도한 계획에 따라 11명의 수녀들과 함께 수녀원에서 탈출했다. 확실한 대안도 없이, 동료들 및 비텐베르크에 있는 루터의 지지만으로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유일한 세계를 떠나기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1519년 이후 수도원생활에 반대하는 글로 수녀들 사이에 불안을 조장하던 루터의 저작들을 접하면서 한층 성숙한 단계에 오른 덕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카타리나는 뛰어난 운영 능력으로 프로테스탄트 목회의 요람을 형성하는 데 이바지했다. 사람으로 가득한 집안을 돌보고, 신학생들을 위한 기숙학교와 방문자들을 위한 숙소, 남편을 중심으로 한 신학심포지엄을 관리했다. 때때로 자신의 집을 구빈원으로 전환시키고, 피난민들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고, 모든 비용을 충당할 돈을 마련함으로써 루터의 가르치는 사역의 동역자가 되었다. 어머니로서의 역할도 중요했다. 6명의 자식을 돌볼 몫이 그녀에게 주어졌다. 
 
카타리나는 학술적 논문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루터의 사상 범위 안에서 자신의 ‘신학적인 실존’을 경험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녀가 가장 관심했던 것은 신앙대로 살아내는 것이었지, 그에 대해 글로 쓰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루터가 그녀에게 성서를 읽는다면 50굴덴의 돈을 상으로 주겠다고 장난스럽게 말했을 때, 그녀는 자신은 이미 충분히 읽었고 지금은 그것을 살아내고 싶다고 말한 데서도 이것이 드러난다. 새로운 이론을 만들기보다, 매일매일의 삶에서 루터주의 신학과 영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살아내고자 한 것이다. 한편으로 제국과 교향청 모두에서 다가오는 여러 위험에 대해 식견을 가지고 남편을 조언하는 일에 자신의 상식을 행사하기도 했다. 
 
결국 그녀는 그리스도교 여성에 대한 중세적인 관념, 즉 고결한 수녀라는 이상을 추구하던 데서 자신을 변모시켜, 루터의 곁에서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역할을 하면서 프로테스탄트 여성을 위한 하나의 모범이 되었다고 저자는 평한다. 또 모든 믿는 자들이 사제라는 사상과 모든 소명, 특별히 부모로서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거룩하다는 생각을 가정 내의 차원에서 구현했다고 말한다. 교회의 설교단과 대학의 강단은 남편에게 속했으나, 두 사람이 자녀를 함께 양육함으로써 자녀들에게 사도, 사제, 그리고 제사장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결론 내린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는 바이에른의 변증가이자 팸플릿 작가로서 아르굴라 폰 그룸바흐, 스트라스부르의 출판인이자 교회의 어머니로서의 카타리나 쉬츠 젤, 이탈리아 학자로서 올림피아 풀비아 모라타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러한 여성들이 새로운 프로테스탄트 신앙을 받아들이는 개인으로서, 그리고 프로테스탄트들의 부모로서 사적인 영역에서 중대하게 공헌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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