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차정식의 신약성서여행 <바로가기 클릭>
너울거리는 창밖의 그림자가 불러
고개 돌리면
내 손끝에서 풀어지는 뭉게구름,
솜사탕 먹던 시절
아이는 바퀴 둘을 끌고나가
해질 무렵 돌아오곤 했다
뒤꼍에 감꽃이 열두 해를 피고 져도
성글게 맺힌 앵두는 따먹지 못했다
수런대는 세상은 참 이상도 하지
자꾸만 시간은 풍경을 바꾸고
흐린 날 문득, 몸을 빠져나온 바람은
멀리 달렸다
피아노건반을 희롱하는 손가락처럼
어지러운 길 위로 온종일 뒤뚱거리고
골목에 햇살이 잠시 조는 사이
몽상의 마을 소녀는
잠옷차림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가쁜 숨이 몸속으로 멈춘 자리마다
영감의 숲속으로 계류를 만들어
황혼녘에 찾아오는 감각의 손길은
진흙 속에서 꿈을 빚는
황홀한 연금술사
포도주와 둥근 빵, 치즈와 사과조각
고소하고 달콤한 것, 쫄깃한 것
부드러운 것마다 사랑을 부르고
작별할 때 가장 명랑한 그대,
투명한 시선으로 꿈속에 깨어나
노래로 식탁을 차리는
디아스포라의 시인
모든 소멸하는 것들을 태초로 돌리며
폭풍 속의 신처럼
저기 또 한 번 고개 넘어 불어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