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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교회론에 대한 하나의 고찰]에 대한 논평

이원돈 / 새롬교회 목사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 1999년 2월 월례포럼




우선 이 논찬은 신학적인 논찬이라기보다는 주로 지난 10년 간 민중 교회 현장에서 경험하고 생각하였던 목회자로서의 민중 교회에 대한 생각을 나눔으로서 논찬에 대신하고자 합니다.
 

1
 

안병무는 민중신학에 교회관이 있지만 교회론은 다루지 못했다고 말한다. 서남동에 있어서도 민중신학의 주제는 '교회'가 아니었다. 안병무는 예수와 민중들의 만남의 자리를 교회의 원점으로 보고 있다. 교회의 역사는 종말 의식을 상실하는 과정이며 교회가 종말 의식과 예수와 민중과의 만남의 자리 역할을 회복시키는 일이 그의 주장이었다. 안병무는 종말적 교회로서 민중교회, 금요기도회, 목요기도회, 갈릴리 교회, 집회들, 노동자의 현장을 말한다. 또한 남미의 바닥 공동체가 교회의 참 모습이며, 기성교회는 그러한 민중의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남동이 제출한 새로운 교회의 이미지, 즉 '현장교회'는 '교회의 제3형태', '성령의 교회', '민중의 교회'도 안병무와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회는 민중의 소리를 듣고, 그것을 전달하는 현장교회, 성령의 교회, 민중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오늘날 교회에 관한 신학을 구축함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내용이 가야마 히로또 선생이 1세대 민중신학자들의 민중 교회론으로 요약한 내용을 다시 간추려본 것이다. 위에서 요약된 민중 신학자들의 교회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건으로서의 교회론'인데 이러한 교회론은 한국교회를 새로운 민중의 현장, 역사의 현장으로 눈을 돌리게 하였고, 제도화된 교회에 안주하려던 기존교회에 충격을 주며 교회에 대한 지평을 크게 넓혀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위에서 요약한 민중 신학의 교회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민중신학에는 기성 교회가 지향해야할 가상의 교회, 익명의 교회로 현장의 교회, 교회의 제3형태, 성령의 교회, 민중의 교회를 제시하기는 했어도 현실 역사상에서 구체적인 신앙고백으로 삶과 살림을 살아가야만 하는 교회에 대한 민중 교회론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논찬자는 교회론이 없다는 이 점이 그 동안 민중 신학의 발전을 가로막아 왔고, 구체적인 신학과 신앙적인 고백을 가지고 삶과 살림을 영위하는 공동체가 없는 신학의 추구는 민중신학을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만들지 않았는가 생각해 본다.

민중 신학은 70,80년대 민중적 사건 속에서 출발하였다. 이러한 민중적 사건의 민중신학화는 한국사회와 교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우리로 하여금 민중 사건 속에 계신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게 해 주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늘 사건과 운동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민중의 삶은 더욱 그러하다. 민중 사건과 함께 민중의 살림살이를 보아야 한다. 민중교회론이 있다면 민중교회론은 이점에 주목해야할 것 같다. 10년 이상의 민중교회의 경험은 민중의 사건적 측면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림을 살아야하는 민중을 깨닫게 해 주었다.
 

2

민중교회론적인 교회론은 기존교회들의 교세확장과 교인수의 산술적 증가를 목표로 하는, 모이는 회중을 중심으로 한 성장 지향적 교회론과 사건과 운동이 있는 곳이 바로 교회임을 강조하는 익명의 그리스도인과 사건 중심적인 민중 신학적인 교회론을 민중교회 공동체의 삶 속에서 재평가 해 보아야 한다.

민중교회의 교회론이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모이는 회중의 기적적인 증가에서 찾을 수도 없는 것이요, 비약적이고 불연속적인 사건과 운동의 연속 속에서만 교회공동체의 기초가 쌓아질 수도 없는 일이다. 민중교회는 한 지역을 선택한 것이고 한 지역을 선택하였다는 말은 지역 속에서 공동체의 살림살이에 기초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체의 살림살이는 일상성과 지속성 그리고 부단한 뿌리내리기 작업을 요청하고 그것을 위해 지역사회 속에서의 생산과정 소비과정, 그리고 그것의 나눔 과정에 참여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공동체의 생활 나눔, 공동체의 생활터전, 공동체의 공동재정과 공동의 신앙고백과 같은 구체적인 생활공동체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민중교회의 교회론은 성장 지향적인 교회론과 같이 지역과 사회의 사회경제문화적 살림살이와 단절된 교세 확장의 수단으로서의 교회론과 구별되어져야 하고, 지역의 살림살이적 기초에 대한 언급이 없는 민중신학적인 '사건과 운동의 교회론'과도 구별되어져야 한다.
 

3
 

민중교회의 최대의 수확은, 민중교회가 민중신학을 가지고 지난 10여 년간의 살림살이 의 경험이다. 민교에는 이 살림살이의 기초가 있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이제 민중신학은 이 민중교회의 이러한 살림살이의 기초 위에 민중신학을 재구성해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
 

서남동은 '말씀(논술)'을 계시의 그릇(전달수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계시의 그릇이며, (계시는) 역사적 사건이기에 <이야기>로 담겨지고 전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민중교회가 '말씀과 신학적 논술'의 교회인 기성교회에 입각하는 한, 현실을 변혁하는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예수사건을 근거로 한다는 것은 예수사건과 같은 하부구조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민중교회운동은 교회성의 확보, 과학성의 확보 등을 통해서 교회운동의 본질적 기반인 예수운동, 메시아운동의 하부구조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서남동 교수가 사건이 계시의 그릇이라고 한 부분은 민중 신학의 태동 배경에서 참으로 중요한 의미를 담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과 말씀은 늘 대립되는 구조일까! 왜 이 부분에서는 서남동 교수의 두 이야기의 합류의 신학이 적용되지 않는가! 민중신학을 가지고 민중 교회를 섬기기 위해서는 운동과 사건의 신학과 신앙고백적인 교회 공동체운동이 만나야 한다. 운동과 사건은 생활과 살림 속에서 만나져야 한다. 그리고 운동과 사건이 공동체의 몸의 언어로 다시 토해져 그 공동체의 신앙으로 고백될 때 거기서 비로소 공동체가 탄생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계시적 사건으로서 예수 사건의 재현도 중요하지만 사건의 재현만으로 예수의 몸과 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건이 예수의 뼈대라면 이 뼈대 위에 신앙고백이라는 살이 붙여질 때 진정한 예수의 몸, 예수의 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민중교회는 운동과 사건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예수의 사건을 생활과 살림 속에서 구체적으로 사는 예수공동체, 부활공동체에 관심이 있다. 민중교회는 80년대의 군사독재 시절 절정기인 광주항쟁의 그 암울한 종말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태동되었지만 이러한 비약적이고 불연속적인 사건을 일상적인 삶을 기초로 체험화한 예수 공동체요, 부활 공동체이다.

지난 10여 년간의 민중교회의 경험으로 볼 때 민중교회는 단순히 사건으로서의 교회 혹은, 익명의 교회론으로서는 민중교회 공동체가 성립할 수 없었음이 밝혀진 것 같다. 왜냐하면 민중교회는 비약적이고 불연속적인 사건 속에서만 살기보다는 연속적이고 일상적인 삶을 기초로 하고 이 기초 위에 불연속적이고 종말적인 사건을 체험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건 속에서 만나는 민중과 살림살이 속에서 만나는 민중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민중교회에서 현실적으로 겪어보는 민중의 모습은 긍정성보다 부정성이 더욱 많다. 살아있는 민중은 생산적이고 역사의 주인으로 성장해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있는 존재이지만 또한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분열적인 기회주의적와 체념과 좌절의 숙명론적인 체바퀴 속에 갇혀있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이러한 민중의 긍정 부정의 모습이 다 조명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민중의 구원과 해방은 하나님의 주권성에의해 조명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주권의 영역하에서 민중의 주인성이 이야기 될 때에만이 우리는 어떠한 우상성과 절대성의 포로로부터 해방된 살아 있는 민중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민중신학은 하나님의 주권하에 있는 민중의 긍정성과 주인성 뿐만아니라 죄성 부정성 한계성을 보다 깊이 연구해야 한다. 그러므로 운동과 사건의 민중신학이 살아 있는 민중 속에서 하나님과 예수님과 성령님을 만나려면 생활과 살림과 삶 속에 있는 민중을 만나야 한다. 생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신앙고백적인 민중교회 공동체운동과 만나야 한다. 여기에 우상에서 해방된 살아 있는 민중이 들어나고 민중구원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사건 중심적, 이슈 중심적인 선언적이고 당위적인, 기독교운동은 빨리 지역중심의 생활과 살림의 차원으로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이 생존의 상황과 살림 속에서 사건과 종말을 재현하고 그것을 신앙화, 신학화해야 한다.

이제 민중신학의 최대의 과제는 공단과 빈민지역에서의 민중교회의 살림살이 경험을 민중교회론, 민중선교론, 민중목회론 등 실천적인 신학으로 체계화하는 일이 될 것이다.
 

4
 

특별히 민중교회가 요즈음 관심 갖는 영역은 IMF 이후에 실업률의 폭발적 증가와 실업의 증가와 함께 중산층의 몰락이 가져오고 있는 가정의 해체를 통해 고향을 잃어버린 민중들, 가정을 잃어버린 민중들, 직장을 잃어버린 민중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생활과 살림공동체를 예수 몸처럼 부활공동체로 다시 부활시키려는 것이다. 이 도심 한복판에 지금 해체되어 가는 가정과 중산층과 실직자들과 함께 세울 수 있는 부활공동체와 마을은 어떠한 모습일까! 그것이 바로 2000년전 예수님이 갈릴리 일대에 세우신 섬기고 나누고 협동하고 예배하는 갈릴리의 지역 공동체, 예수 마을은 아닐까!. 이 흉년을 이길 해몽과 대안으로 먼저는 나눔과 섬김과 협동의 갈릴리 지역 공동체, 다시 말해 예수 마을로 이어지면서 이 예수 가정과 예수 마을의 섬기고 나누고 협동하는 신앙적 능력으로 이 IMF라는 흉년을 이겨나갈 수 있다는 신앙적 상상력과 꿈을 꾸어 볼 수는 없는가! 이러한 새로운 공동체의 살림살이의 건설을 위해 민중교회는 새로운 공동체의 영성과 새로운 공동체의 조직과 실천, 그리고 인적 물적 자원의 새로운 공동체적 방식의 개발과 양육이 요청된다.

이러한 살림살이를 위해 민중교회는 성서를 통해 계시된 하나님 나라의 살림살이(하나님 공동체의 정치경제학)를 배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민중교회의 모델에 가까운 교회들에게는 이제 이러한 하나님 나라의 살림살이의 모습을 조금씩 보이기도 한다. 교회라는 제도적인 틀 하부에 예수 가정과 예수마을과 같은 기초 공동체들을 건설 중에 있고, 이러한 기초 공동체들은 우선 예배와 문화 교육에서 출발하였지만, 점차 공동체의 살림살이의 기초를 건설하기 위해 신협이나 소협, 생협적인 공동체를 시도하고, 밥집, 노숙자의 쉼텨, 일용 노동자들의 안식처와 정보제공자의 역할의 하기도 한다. 이미 농촌과 연대하여 생태마을을 구상하기도 하고, 대안 교육이나 학교를 구상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이 단순히 선교 프로그램이 아니라, 신앙과 살림 공동체적인 기초공동체의 기초 위에 세워진다는 것이다. 함께 한 말씀을 배우고,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신앙공동체인 동시에 생산, 소비 등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나누고 섬기는 기초살림 공동체의 건설은 아직은 민중교회가 포기한 이상이 아니고 오히려 그 가능성이 점점 구체화되는 비젼이라고 생각한다.
 

5
 

마지막으로 가야마 선생이 민중 교회의 대안 형태로 제시한 성공회 나눔의 집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성공회 나눔의 집은 민중교회의 입장에서 본다면 프로그램 중심의 선교체라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램 중심의 선교체가 민중교회의 미래의 모델이 되기는 힘들다고 본다. 민중교회의 미래 형태는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신앙과 살림공동체의 기초 위에 지역사회를 향해 나가는 선교적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교가 단순히 프로그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과 살림에서 출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사회에서의 구체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살림살이를 사는, 예수의 삶을 사는 부활신앙과 하나님 나라 살림살이의 기초 위에 전개되는 선교와 이러한 기초 위에 세워진 부활공동체로서의 새로운 교회 공동체의 모색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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