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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시대의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경제

강원돈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 1999년 1월 월례포럼


경제문제에 대한 NCCK의 토론제안서
"통일 시대의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경제"에 대해서



1. NCCK의 토론제안서(이하 제안서)는 한국교회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문서형식을 갖고 있다. 이 제안서는 독일개신교회(EKD)의 Denkschrift를 모델로 한 것으로서 다원 사회 속에서 교회가 하나의 의견제시자로 나서야 하고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교회의 의견을 여러 의견들 가운데 한 의견으로 생각하고 이 의견의 근거들을 사실에 부합하게 논증적으로 제시하여 정치적, 사회적 의제에 관한 담론과정에 참여하자는 것이 토론제안의 취지다.
 

2. 제안서는 어떻게 IMF의 경제관리를 극복하고 그 이후의 경제제도를 형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잡았고, 미래의 경제제도를 형성하는 일과 통일경제를 실현하는 일을 서로 연관짓고자 했다는 데 그 주안점이 있다.
 

3. 제안서는 "상생"을 신앙과 경제를 서로 연결시키는 개념으로 제시하였다. 상생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노동과 자본 사이의 대립과 상쟁이 이미 사라졌다는 것을 가리키는 서술명제가 아니라, 이 대립과 상쟁을 지양하여 서로를 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요청명제이다.
 

4. 제안서는 경제와 윤리가 서로 별개의 학과가 아니고 경제의 규정 속에 이미 윤리적 함의가 담겨 있다는 데서 출발하였다. 경제는 희귀성의 조건 아래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이다. 희귀성을 생각할 때, 요소들의 제약뿐만 아니라 경제계와 생태계의 관계에서 주목되는 저수준 엔트로피의 희귀성과 생태계의 경제적 활용의 한계도 염두에 두었다. 생산과정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누구를 위한 생산인가, 어느 만큼 생산할 것인가 하는 경제의 근본적인 물음들에 담긴 윤리적 함의가 주목되었다.

경제윤리의 원칙들은 기독교 신앙의 절대적 요구들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역사의 현실적 조건들 아래서 제도적으로 실현가능한 것을 모색한다는 전제에서 다듬어졌다. 전망을 가진 현실주의 혹은 영원한 개혁주의가 제안서의 기본논조를 이룬다. 시장경제의 역사적 조건들을 얼마 후에는 혁명적으로 철거할 수 있다고 전망할 수 없다는 점이 일단 고려되었다.

역사적 시장경제를 규율하는 데 고려된 경제윤리의 다섯 가지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인간성의 원칙, 민주성의 원칙, 사회성의 원칙, 생태학적 안정의 원칙, 국제적 평등의 원칙.

5. 제안서는 시장경제의 규율이 거시경제 수준에서, 미시경제 수준에서, 세계경제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서 출발하였다. 시장경제의 거시경제적 규율에서 일단 주목된 것은 시장의 실패를 극복하는 데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며, 투자와 소비의 케인즈주의적 균형이론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제안서는 투자와 소비가 사회경제적으로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분화된 소득정책이 투자와 소비의 거시균형을 이루는 출발점임을 강조하였다. 제안서는 또한 경제계와 생태계의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소득분배에 자본과 노동만이 아니라 자연도 함께 참여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 두 가지 고려로부터 제안서는 거시경제의 사회경제적이고 생태학적인 규율이 미래 경제의 방향이고 이 규율이 민주주의 원칙에 의해 조직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제안서는 생태학적 지향을 갖는 신조합주의가 소득분배를 통한 거시균형을 달성하는 제도적 틀임을 시사하였다.
 

6. 제안서는 시장경제의 사회경제적이고 생태학적 규율이 미시경제 차원에서 관철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경제적 효율성 개념의 절대화를 경계하고 이 개념이 사회경제적 합리성과 생태학적 합리성에 배치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는 국가의 시장규율이 중요하다는 것이 우선 강조되었다. 기업운영은 영리와 가계의 역사적 분리에서 비롯된 시장경제의 역사적 조건을 감안해서 자본의 권력과 노동의 권력이 제도적 균형을 이루는 기업민주주의와 산업민주주의가 추구되어야 하되, 그것은 생태학적 이해관계가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제도적으로 관철되는 열린 경영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시되었다.
 

7. 세계경제의 규율과 관련해서는 국제금융 체제와 국제무역 구조가 새롭게 규율되어 국제적 평등의 원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었다. 1달러 1표의 원칙이 폐기되어야 한다는 점은 암시되었지만, 세계경제를 제도적으로 규율하는 수단들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8. 통일경제와 관련해서 제안서는 남북한이 상호의존적인 대립관계에 있었던 분단경제로부터 상호의존적인 협력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고, 이것이 남북한의 점진적인 협력확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통일경제가 가져다주는 이익이 통일비용보다 크다는 것이 제안서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러나 제안서는 남북한 통일경제를 규율하는 정치체제나 북한경제의 이행과정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9. 제안서는 IMF 시대와 그 이후의 한국경제 재건과정에서 실업문제가 악화되는 까닭을 밝히고 실업문제를 극복하는 데 교회가 책임 있게 할 일이 무엇인가를 제시하였다.

* 이 글은 1998년 11월 향린교회에서 가졌던 월례포럼에서 발표한 논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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