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질렛트(Philip L. Gillett) 초대총무

황성기독교청년회는 1903년 10월 28일 창설되었다. 이보다 앞서 1899년에 언더우드, 아펜젤라 등 장감 양교파 선교사들과 150명의 한국청년들이 YMCA 국제위원회에 설립 청원서를 냈고, 1900년에는 라이언(D. W. Lyon)이란 사람이 와서 기초조사를 했고, 1901년에는 YMCA 국제위원회가 전문가를 한국에 파송하게 되었다. 이 때 파송되어 온 사람이 질렛트(Philip L. Gillett, 吉禮泰)였다.

그는 1874년 미국 일리올스(Illiols)에서 나서 콜로라도(Colorado) 대학을 졸업한 뒤 예일(Yale) 대학에서 1년 6개월 간 공부하고 그 대학 YMCA의 전도사업의 담당간사가 되었다. 때마침 YMCA 국제위원회가 한국YMCA의 창설간사로서 『지식층 청년들을 다룰 수 있고, 대인관계가 좋고, 한국말을 열심히 배울 수 있고, 총각이고, 편협한 사람이 아니라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이고, 범세계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고, 사고적인 인물』을 물색 중에 있다가 그를 적임자로 선정했던 것이다.

그는 1901년 9월에 서울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하자 ‘하느님께서 나를 이 땅에 보내셨으니 뜻대로 이루소서! 한국 청년들을 위하여 일생을 바치게 하소서’라고 기도를 했다. 2년이 조금 지나 그는 창설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즉 1903년 3월 18일 그는 미국정부의 주한대리공사인 알렌(H. N. Alllen)을 비롯하여 영, 독, 일, 중, 노 등 각국 공사 또는 그 대표자들과 각 교파선교사들, 은행가, 실업가, 세관장 등, 그리고 민영환 등 한국정보의 고관들을 초청하여 소위 『‘한국역사상 최초의 각국 대표자 회의』를 소집했다. 이때에 선출된 위원장이 헐버트(H.B. Halbert)였다.

헐버트와 질레트는 손잡고 열심히 일했다. 우선 Y회관을 짓기 위한 기금으로서 1,600원을 모금했고, 창립총회에 내어놓을 Y헌장 초안을 작성했다. 그리고 1903년 10월 28일 헐버트의 사회로 창립총회가 열렸을 때 만장일치로 헌장을 통과시키고 12명의 창립이사를 선출하게 되었다.

한국YMCA(황성기독교청년회)의 초대총무로 정식 취임한 질레트는 먼저 배재학당 학생클럽과 성경 연구반을 조직했다. 그리고 등산클럽을 조직했다. 1904년에는 현 서울Y의 대지를 사는데 성공했고, 거기다가 가건물을 짓고 사업을 시작했다. 1907년부터는 YMCA 국제위원회가 기부한 8만원(4만 달러)을 가지고 3층 양옥을 짓기 시작하여 이듬해 12월에 낙성했으니, 이것이 즉 매천야록(梅泉夜錄)의 저자 황 현(黃 玹) 씨의 말대로 「그 집은 높기가 산과 같고 종현(種峴)의 천주교당과 함께 남과 북에 우뚝 마주 서서 서울 장안의 제일 큰 집이 되었다」.

질레트 총무는 야구 농구 등에도 능한 운동선수였다. 그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야구와 농구 등을 수입하여 보급한 공로가 크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공헌은 105인 사건에서 볼 수 있다. YMCA가 국제적인 조직망을 통하여 그 세력이 해외에까지 뻗어나가는 것을 싫어한 일제는 YMCA를 말살하기 위한 조작극을 꾸며내었다. 그것은 1911년 압록강 철교 낙성식에 참석하러 가는 데라우찌(寺內正敎) 총독을 기독교인들이 죽이려고 했다고 하며 수백명을 잡아다가 허위진술서를 꾸미게 하고, 105명에 대하여 치고 6년형을 언도한 사건이다. 그 105명 중 주모자로 몰린 사람이 윤치호 부회장이었다. 보통 이것은 서북지방의 안창호 계통의 지하조직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분명히 한국YMCA 세력, 특히 YMCA의 외국인 세력을 꺾기 위한 음모였다.

질레트는 이 사실을 국제선교협의회의 에딘바라 본부실에 제소했다. 다른 선교사들이 못하는 일을 그만이 용감하게 폭로했던 것이다. 드디어 총독부의 탄압이 노골화되었다. 총독부는 질레트 총무의 파면을 요구했다. Y이사가 이에 응할 리가 없었다. 허나 총독부의 탄압은 날로 가중해지므로 질레트는 자진 사표를 냈다. 허나 수리되지 않고 다만 잠시 중국 YMCA 지도자 협의회 강사로 보낸다는 구실로 한국을 떠나게 했다.

그 뒤 질레트의 재입국은 허락되지 않았다. 한편 YMCA는 총무를 잃고, 또한 부회장 윤치호는 감옥에 들어가 본교 학생운동의 총수격이던 이승만과 김규식은 해외로 망명하게 되었다. 총독부의 탄압이 너무 잔인하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총독부는 질레트에게 공한을 내기를 「만일 운동만 하지 않겠다는 보장이 서면 재입국하여 총무가 되는 것을 환영한다」라고 했다. 이에 질레트 총무는 「조건부로 나를 오라고 하는데, 나에게도 조건이 있소, 죄 없는 윤치호 부회장을 석방하시오. 그러면 가겠소」라는 회답을 써 보냈다.

그 뒤 그는 다시 한국에 오지 못했다. (총독부가 그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우리 민족에게 남긴 공적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1977.7.1 청년

 고 전택부 선생이 YMCA 청년지에 기고했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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