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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자] 아시아여성신학의 창문

IGI(하나님의 형상대로, In God's Image): 고 이선애 목사의 헌신의 결실

아시아 여성들에게 여성의식과 여성신학적인 눈을 뜨게 하는 데에는 (하나님의 형상대로)라고 하는 영문판 계간지의 영향이 컸다. 이 영문판 저널을 꾸려낸 이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선애 목사였다.
 
미국에서 시작되어 확산된 여성신학은 미국 내의 주변화 되고 소수자에 속하는 여성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서구 백인 여성들과는 관점을 달리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여성신학으로 발전하였던 이야기들을 앞에서 소개한 바 있다. 이제 여성신학은 세계로 퍼져 나갔고 아시아 여성들에게도 자극을 주었다. 아시아 여성들에게 여성의식과 여성신학적인 눈을 뜨게 하는 데에는 (하나님의 형상대로)라고 하는 영문판 계간지의 영향이 컸다.
 
이 영문판 저널을 꾸려낸 이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선애 목사였다. 대학시절 국문학을 전공하였던 그 분은 마음이 깊고 매우 감성적인 분으로 자신의 문학적 소질을 펼치려는 꿈이 컸었는데 결혼 후 남편 박상증 목사(아시아교회협의회 총무역임)의 임지를 쫓아다니느라 꿈을 이룰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 그런 중에 아시아에 머물게 되면서 이선애 목사는 아시아 여성들의 삶의 현실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고 이들에게 여성신학을 알리는 일이 절실하게 느껴졌고 또한 세계에 이 여성들의 경험과 신학을 알리고 싶었다.

싱가포르에 머물게 된 동안인 1982년 교회협의회 총무 사택 부엌에 자리를 잡고 먼저 몇 명의 여성들과 성경공부를 시작하였고 그 공부 결과를 잡지로 출판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봉투를 붙이고 우표를 붙이면서 잡지 확장에 열정을 쏟았다. 남편 박상증 목사도 열심히 우표 붙이는 일을 도왔다고 한다. 그는 잡지의 제목을 라고 붙였다. 창세기 1:26에 “하나님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남자와 여자를 창조 하셨다”라는 성서구절을 딴 것이다. 가부장적 문화와 종교의 억압에 의해 인간으로서의 형상을 상실한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 여성들에게 그들도 하나님이 동등하게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한 존재라는 자긍심을 회복시키고 당당하게 살아갈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에서 채택한 성구였다.

마침내 이 잡지는 유일한 아시아여성신학 저널로서 세계에 퍼져나가게 되었다. 처음에 18쪽에 불과하였던 책이 지금은 70-80쪽 분량의 계간지로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 독자를 가진 유명한 잡지가 되었다. 1995년에 그동안의 글들 가운데 44편을 골라 한글판으로 번역하여 『하나님의 형상대로』라는 제목으로 기독교서회에서 출판하여 우리나라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 잡지의 독특성은 동남아 여성들을 비롯하여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여성들의 삶의 경험이 풍부히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술적 논리로 아시아여성신학의 방법론 등이 체계적으로 전개된 내용은 드물지만 아시아 여성들의 슬픔과 고통, 기쁨과 희망 그리고 그들의 생존적이며 창조적인 힘과 지혜 등을 속속들이 찾아내어 온 세계에 알려주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 상황신학과 아시아여성신학의 풍부한 자료를 담고 있는 보물 같은 책이 되었다. 이 잡지에서 알려주고 있는 아시아 여성들의 경험은 억압적인 고통과 가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지는 해방적 투쟁과 창조적 지혜로 말해진다.

아시아 여성들의 대부분은 지독한 가부장적 문화와 종교에 의한 억압과 고통을 당하고 있다. 단편적인 예로 다우리(결혼 지참금)나 사티(인도 귀족사회에서 남편이 죽으면 부인도 함께 화장하는)와 같은 관습들을 들 수 있다. 또 그들은 전제 군주의 세력이나 강대국의 제국주의적 침략으로 인한 숱한 고통을 당하였다. 일제의 정신대 징집으로 인한 여성들의 고난은 제국주의 침략으로 인한 고난을 가장 잘 드러나는 예가 된다. 온갖 고난의 상황에서도 아시아 여성들은 매우 지혜롭고 창조적 힘을 가진 존재들로 나타나고도 있다. 전설들 속에 묻혀있는 여신들의 지혜롭고 자비로우면서도 힘있는 창조자의 모습들은 바로 아시아 여성들의 실재를 그려주고 있다. 또 고난과 역경을 헤치며 가족을 살려내는 어머니들의 무한한 살림의 힘, 위기와 고난을 이겨내는 지혜의 힘, 더 나아가 온 공동체를 지탱하고 새롭게 가꾸어 내는 도덕적 수행자로서의 힘을 가진 여성들의 아름다운 경험들을 이 잡지를 통해 접하게 된다.

고대와 현대 모든 시대를 걸쳐 당하고 있는 여성들의 고통과 희망의 경험을 신학적 관점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하는 이 잡지는 어떤 신학서적보다도 감동적이고 실제적이며 실천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아시아 여성을 세계에 소개하는 창문이 되었다. 적어도 아시아 여성신학을 연구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이들에게는 이 계간지는 필독서일 수밖에 없다.

이 잡지의 내용을 더 잘 이해 할 수 있기 위해 한국판 번역서에 실린 내용의 제목들을 몇가지 추려서 소개하고자 한다.
 
제 1장은 “아시아 여성과 그리스도교”라는 제목 아래 “여성이여, 그대는 왜 울고 있는가”, “여성들은 성차별적인 교회에서 그들의 믿음을 키우고 있다”, “일본교회에서의 여성의 위치”, “중국의 여성신학” 등을 담고 있으며, 제2장은 “아시아 여성의 현실”이라는 제목 아래 “여성의 아시아”, “이주 노동 현장의 아시아 여성들”, “군사 문화: 인도여성과 아시아 여성에 미치는 영향”, “아프리카 전통 사회에서 과부에 대한 처우”, “파키스탄 여성들과 법의 변화”, “여성의 성기 절제”, “나는 3년 전, 내 나이 17살 때 강간 당했다”. “천황체제 하의 3대”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제3장은 “실천하는 여성”이라는 제목 아래, “나의 십자가”, “연대하는 여성 증언자들”, “여성의 창조력을 다시 찾기 위하여”, “패러다임 바꾸기”, “아시아에서 여성해방론자의 출현과 생태학적 문제”, “아시아 여성신학 회의” 등이 담겨있다. 제4장은 “아시아 여성신학과 희망”으로 “여성들의 신조”, “양성적인 언어와 상징”, “세상 뒤엎기”, “힘은 부정한 용어인가”, “아시아 여성과 그리스도론”, “아시아 교회에서의 여성의 선교”, “생명: 하나님의 선물”, “마리아는 누구인가?” 등이 들어있으며, 제5장은 “아시아 여성과 종교”로서 “종교와 생리”, “지역 상황을 찾아서-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도교 장송곡에 관한 숙고”, “고르이예라 원주민 여성들의 땅에 기반한 영성이 재생되길 희구하며”, “중국 민속종교의 여신들”, “유교와 여성 이해” 등의 내용들을 싣고 있다. 필자가 쓴 글로는 “The Feminine Image of God In Korean Tradition”(1989) 그리고 “The Methodology of Asian Feminist Theology”(2000) 등이 게재된 바 있다.

이 잡지는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계속 출판되고 있지만 이선애 목사가 열정을 쏟았던 초기만큼 그 영향력이 크지는 않는 듯하다. 이선애 목사님이 돌아 가신지는 어느새 5-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가 남긴 아시아 여성들에 대한 애정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이 계간지 또한 그의 영혼과 함께 영원할 것이다.
 
여성신학자 최만자는 <한국 여신학자 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여성신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교회 여성운동에 참여해왔다.


출처: 새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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