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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자] 뮤헤리스타 신학(남미 여성해방신학)

로 꼬띠디아노(일상의 삶)에서 정의를 위한 투쟁으로 하나님의 가족이 되는 실천-아다 마리아 이사시-디아즈(Ada Maria Isasi-Diaz)

뮤헤리스타(mujerista)는 스페인어로 여성을 의미하는데 남미의 여성신학자들은 자신들이 정립해 나가는 여성신학을 이렇게 스페인어로 고유 명사화하여 신학 명칭에서부터 백인여성신학과는 차이가 있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내고자 한다. 남미로부터 미국으로 이민하여 미국 안에 살고 있는 남미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전개된 이 뮤헤리스타 신학은 남미의 역사, 문화, 사회, 정치적 맥락에 철저히 그 뿌리를 두면서 그들이 자주적으로 신학을  형성해 나갈 것을 표방한다. 이 신학의 대표적인 학자는 아다 마리아 이사시-디아즈로서 그의 대표적인 책은 [La Lucha Conyinues:Mujerista Theology](2004)로서 1980년대부터 활동 하여 온 그의 생각들이 모두 정리되어져 있다.
 
‘남미’하면 우리들은 작열하는 태양아래 열정적 삼바 춤을 추면서 낭만적 흥겨움으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정작 남미의 민중들은 그들의 가슴에 제국주의의 착취구조로 인하여 가난과 억압의 고통으로 인한 한을 삼바의 열정만큼이나 안고 살고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흑인여성신학처럼 남미 여성해방신학도 그들 여성들을 억압하는 요인을  제국주의로 인한 착취구조와 가부장적 종교, 문화, 관습에 의한 여성억압 등으로 두가지 커다란 줄기라고 인식한다. 따라서 히스패닉 공동체를 억압하는 미국에 저항하고 정치, 경제, 사회 제도를 바꾸는 것이 신학의 중요 주제라고 하는 남미 해방신학과 맥락을 같이하여 자신들의 여성신학이 일면으로는 해방신학으로 정의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사시-디아즈는 해방을 위한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의는 불의에 대한 저항적 투쟁 없이는 성취될 수 없다고 말한다. 미국 내에서 Hispanas/Latinas를 위한 투쟁을 선언하면서 그는 신학은 가난한자와 눌린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에 그의 글들에서는 ‘정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두드러져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위에 소개된 그의 책에서 보면 그가 말하는 투쟁과 사회변혁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변혁을 향한 것 이라기보다는 현재의 한계상황을 극복하여 나가는 ‘이상사회’에 대한 꿈 혹은 비젼의 제시를 제안하고 있어 그의 글들은 전혀 투쟁적 이미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사시-디아즈가 억압구조를 비판하는 해방신학적 특성을 여성신학의 내용으로 상정함에도 불구하고 뮤헤리스타 신학은 어떤 상황에서도 여성억압의 현실을 드러내고 동시에 여성들이 어떻게 주체적으로 설 수 있는가의 문제를 신학의 중심에 두는 것에 우선하며 철저한 것이 사실이다.
   
남미여성신학은 신학은 문화의 산물이라고 보면서 문화비판에 집중한다. 그들이 비판하는 문화는 백인우월주의 문화와 마쵸주의적 히스패닉 문화이다. 백인우월주의는 히스패닉문화를 열등한 것으로 만들었고 감추어지게 하였으므로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기 위하여 백인우월 문화에 저항하고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것을 신학의 내용으로 삼고 있다. 또한 그들은 히스패닉 문화 속에 있는 남성우월주의 문화 곧 마쵸문화를 비판한다. 그래서 백인/유색인, 마쵸/여성이라는 문화현상에서 일어나는 백인우월주의와 남성중심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신학의 중요한 지점임을 주장한다.

특히 디아즈는 ‘불가시적 존재’라는 개념으로 유색인과 여성의 존재를 이미지화한다. 백인우월주의 사고에서는 유색인이 불가시적 존재이며, 마쵸 문화에서는 여성이 불가시적 존재라는 것이다. 존재가 보이지 않고 존재로 인정되지 않는 히스파나스와 여성의 현실을 표현하고 있다. 혹 미국에서 살았거나 방문한 사람들은 이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미국사회에서 백인이 지배하고 중심인 사회에서 유색인은 존재로 보이지 않고(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 존재의식도 없다는 사실을 히스파나스는 수없이 경험하였을 것이다. 또한 남성중심, 남성의 힘만이 과시되는 마쵸문화에서 여성은 존재로 보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음을 여성들은 뼈저리게 경험하였을 것이다. 불가시적 존재로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 지점에서 유색인이나 여성이나 그때부터 자신의 존재가 가시화되기 시작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이 ‘불가시적 존재’의 개념은 사실 우리 모두의 삶을 깊이 반성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집단 안에서 누가 불가시적 존재인가? 내가 불가시적 존재로 경험된 적은 있는가? 아니면 내가 다른이를 불가시적 존재로 몰아 넣는 지배구조에 서 있는가? 

뮤헤리스타 신학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의 인식론적, 해석학적 특권을 강조하는 최근의 생각과 믿음을 받아들인다. 가난하고 소외된 집단이 잘나고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눌린 경험이 오히려 억압의 구조를 끊고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비젼을 담지할 수 있는 급진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지는 특권이며 하나님의 방법은 그러한 특별한 방법을 선택하시기 때문임을 믿는 것이다.

아사시-디아즈의 신학전개에서 가장 특징적이고 강한 강조점은 여성경험의 ‘일상성’에 놓인다. 뮤헤리스타 신학이 여성들의 살아온 경험을 그들 신학의 자료로 결정하고 억압적 삶으로부터의 해방을 신학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데 바로 그 여성들의 경험을 그들 삶의 일상성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로 꼬띠디아노가 남미여성들의 경험의 중심이라고 한다. 그것은 공통되고 평범한 삶의 범위, 바로 그날그날의 일상성이다. 이 삶의 구체성(materiality, 유형)을 디아즈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원초적 요소라고 본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을 통해 하나님이 독특한 방법으로 자신을 구체화하신 것처럼 우리들의 삶의 구체성을 끌어안으신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되었지만 디아즈가 구조를 비판하면서도 사회제도개혁에 몰입하지 않는 것은 모든 비판의식, 인식의 시작도 일상으로부터 출발하여야하고 그 성취도 일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의 성육신적 신학(이는 필자개인의 표현임)적 관점 때문이 아닐까?  일상은 남미 여성들이 투쟁하는 중요 활동 장소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일상적 장소이며, 시간이며, 상황임을 의미한다. 모든 것의 중심이 현실, 일상에 있다고 보는 것, 바로 내 삶의 자리이고 그것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리라. 일상에서 일어나는 해방적인 프락시스의 경험에서 신학이 시작된다고 한다.

디아즈는  또 한가지 ‘하나님의 왕국’(Kingdom of God)이란 비유를 재발전 시킨다. 그는 말하기를 21세기는 왕국이란 이미지는 의미가 없어진 시대일 뿐만 아니라 그 이미지는 억압적, 가부장적, 엘리트적인 생각을 정당화하고 가부장제의 성격을 구조화할 위험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재고해야 할 이미지라고 한다. 그 대신 ‘하나님의 친족’(Kin-dom), 즉 하나님의 가족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가족 안에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통제와 지배가 아니라 격려하고 지지하는 상호관계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약하고 가난한 사람에게 특권이 부여되며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곳이며 특히 내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속하고 이 자리에서 부름 받고 이 곳의 정의를 위해 투쟁해 나감으로서 하나님의 가족이 여기서 되는 것이다.

복음의 중심은 정의와 평화를 이 세상에 구체화시키는 것이라고 보며 정의를 위한 투쟁이 모든 기독교인이 추구해야 할 삶의 고유한 방식이라고 그는 주장하면서 이 일상적 삶에서 정의를 이루기 위해 투쟁하고 그것을 실천함으로 하나님의 가족이 되는 것이 구원에 이르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정의와 평화에 기여하지 않는 그리스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할 것이 없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들은 그리스도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삶으로 살고 있고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도는 그들의 일상 안에 함께 하고 일상의 정의와 평화의 투쟁 속에 살고 있는 분이다. 그래서 과거의 그리스도가 아니고 현재의 그리스도이고 나사렛 예수만이 아니고 1980년대의 엘 살바도르의 오스카 로메로, 푸에르토리코와 뉴욕 오순절 교회 지도자들인 마마 레오와 후안 루고, 캘리포니아 농민 지도자 시저 챠베즈와 돌로레스 후에르타 그리고 매일 매일 해방 위해 투쟁하는 수 많은 남미 사람들이라고 한다. 마태 25:31-46에 하나님이 가난한자, 눌린자들과 직접적으로 동일시된 것에서 드러나듯, 정의가 복음서의 본질적 요소라고 이해한다.
  
마지막으로 뮤헤리스타 신학은 성서와 기독교 전통이 억압당하는 자들(여성과 약자들)의 삶에 도움이 되며 그들의 삶의 부분이 되는 한에서만 신학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는 점을 더하고자 한다.

여성신학자 최만자는 <한국 여신학자 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여성신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교회 여성운동에 참여해왔다.


출처: 새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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