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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자] 기독교를 넘어서 그러나 기독교 안에서

기독교의 종교적 이데올로기 비판, 이원론적 체계비판-로스마리 류터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전통신학의 견고한 받침대들을 무너뜨리는 여성신학의 전개는 기독교 전통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심화시켰다. 미국의 여성신학자 로즈메리 R. 류터(Rosemary Radford Ruether)는 바로 그 비판적 성찰의 일선에 나선 인물이다. 류터 또한 가톨릭 신자로서 가톨릭의 신학과 제도가 성차별주의적 신념체계나 가치체계에 철저히 기반하고 있음을 밝혀내었다. 1983년에 그가 쓴 책 ‘성차별과 신학’(Sexism and God-Talk: Toward a Feminist Theology, 안상님 역)에서 그는 고전신학 안에 있는 자연과 여성에 대한 억압적 신념의 근거들을 샅샅이 들추어내고 있다. 특히 제 4장에서는 고전적 기독교의 가부장제적 인간학이 얼마나 여성비하적이며 여성억압적인가를 기독교의 대단한 교부들의 언사를 인용하여 폭로하고 있다. “남자는 하나님의 형상을 가지고 있으므로.....여자는 그녀 자신의 남편과 있을 때에야 하느님의 형상이다”라는 어거스틴, 여자를 ‘잘못 태어난 남자(misbegotten male)’로 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적 정의를 받아들인 아퀴나스, 여성의 원죄가 너무 중하여 남녀 본래의 동등성을 상실하고 남자에게 예속되었다고 하는 종교개혁자들의 주장, 종교개혁자들의 전통을 이어 받은 현대신학자 칼 바르트 등등 고전신학이 지지하는 남성우월주의와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인간학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워낙 해박했던 류터는 위의 책 이후에도 수많은 여성신학 서적들을 내었고 그의 여성신학을 계속 발전시켜 나갔다. 그의 여성신학의 중요한 기본요소는 다음의 몇 가지라고 생각된다.

첫째로 류터는 단순히 신학과 제도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회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종교 이데올로기로 보고 그것을 비판하고 있다. 곧 사회는 그 구조가 상부와 하부구조로 구성되어있고 사회 지배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특권유지를 위하여 사회제도 곧 하부구조를 단단히 하고 정당화시키는 상부구조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 상부구조의 절대화를 위하여 그것을 정당화하는 신념체계를 만들 수 있는 상징과 신화, 교리 등의 신학적 사상체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종교 이데올로기이며 기독교는 상부구조 유지를 위한 종교 이데올로기 역할을 하고 있고 남녀관계의 구조를 지배-피지배라고 볼 때 유대-기독교의 성차별주의적인 모든 신화와 기록들은 여성차별, 억압을 위한 종교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류터는 그 예로서 중세신학에서 형성된 ‘성모 마리아론’을 언급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여성억압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신학인가를 위의 책 제6장에서 밝히고 있다. 마리아론의 모순됨-여성의 자연적 육체의 성은 부정되어 동정이어야 하는데 그럼에도 완전한 모성의 어머니가 되어야 하는-은 독신자 문화 속에서 여성의 육체는 부정하고 인격, 영혼을 승화시킨 여성억압적 신학의 전형이라고 류터는 비판한다.
 
두 번째 요소는 전통 신학과 제도의 성차별주의의 사고체계의 근원이 이원론적 사고에 있다는 주장이다. 손승희 교수의 해석에 의하면 당시의 영지주의의 영향을 받아 최초로 만들어진 기독교 이원론은 영/육 이원론으로 인간을 육체와 정신으로 구분하여 육체는 낮은 것이며 혐오의 대상으로, 정신은 높고 귀한 것으로 여기는 정신주의적 경향을 띄었다는 것이다. 죄의 문제도 이런 관점으로 보게 되어 육체를 억압함으로서 죄를 넘어서 구원을 얻게 된다고 이해하였으며 이것이 금욕주의를 도덕적 이상으로 여기게 하였다고 본다. 이 영/육 이원론이 주/객 이원론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바뀌면서 인식의 주체인 인간과 인식의 객체인 대상으로 나뉘어 인간은 정신이고 다른 모든 것은 대상물로 물질, 생명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졌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기독교 전통신학의 사고체계가 영/육 이원론과 주/객 이원론에 거의 의존하고 있음을 볼 수 있고 그 구조는 남녀, 인종, 인간과 자연 등 모든 관계구조를 지배하게 되었고 남자, 백인, 인간은 정신이요 본질적인 차원이고 여자, 유색인, 자연 등은 물질이요 대상이요 비본질적 차원으로 간주되면서 정신차원이 물질차원을 지배, 통제하는 관계가 설정되어 진다. 류터는 이 이원론적 사고가 남성의 여성지배인 남성우월주의, 인간의 자연지배인 인간중심주의 등 가부장적 지배구조의 핵심요인이라고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학을 다각도로 제시하였다.

세 번째는 류터의 신학적 사고의 기본이 되는 기독교에 대한 입장으로서 그는 기독교를 언제나 두 전통으로 바라본다. 그는 기독교의 원(原) 계시경험(기독교 최초의 전통)은 비가부장적이며 인간해방적인 것인데 그것이 역사적 과정에서 왜곡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원  계시경험이 언제 어떻게 변하였는지를 추적하여 알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알고자 하는 것은 역사 속에서 우리 자신이 의미 있는 위치를 가지기 위한 요구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여성의 해방을 말하는 여성신학도 기독교의 원 계시를 기반으로 하여 의미를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류터는 성서에 나타나는 여성신학의 전거를 성서의 ‘예언자 전통’과 ‘메시야 전통’에 근거 지우려 한다. 구약의 성서종교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예언자 전통과 모든 소외되고 주변화 된 무리를 다 포괄하여 하나님나라 가운데에 세운 새로운 전통을 제창한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이 바로 가부장제적 신학의 억압을 벗어나려는 여성신학의 비판원리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기독교의 본질은 비가부장적이며, 성서 안에 가부장주의를 반박하는 핵심적 근거가 있다는 말이다. 엘리자베스 S. 휘오렌자는 류터의 이 태도를 ‘신정통주의’라고 비판한다. 휘오렌자는 여성해방과 자유의 문제가 우선이요 기독교의 비가부장적 본질 옹호가 앞서는 문제는 아니라고 꼬집는다.

네 번째로, 그럼에도 류터는 언제나 비판을 넘어선 대안을 찾고 있으며 기독교의 본질을 옹호하면서도 기독교 밖에 있는 남녀평등한 전통들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열림의 공간을 가진다. 류터에게 신학의 목표는 ‘여성(눌린자, 소외된자들)의 온전한 인간성 회복에 있는 것이지 교리의 해명에 있지 않으며 이단으로 밀려났던 전통들을 거리낌 없이 여성해방신학의 기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외에 류터의 기독론, 하나님 형상에 관한 사고, 특히 그의 생태여성신학(대표작인 Gaia and God) 등은 여성신학의 발전에 결정적 공헌을 한 내용들인데 여기 다 올릴 수 없음이 유감이다. 매우 오래전 류터가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참 허물없고 격의 없이 한국여성신학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모습이 새롭다. 그때 휘오렌자가 당신을 신정통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가를 물었을 때 “나는 그 말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고 약간 소리 높혀 대답하던 것 또한 기억난다. 휘오렌자의 여성신학적 관점은 어떠하기에 류터를 그렇게 비판하였을까? 다음에 얘기 나누기로 하자.

여성신학자 최만자는 <한국 여신학자 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여성신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교회 여성운동에 참여해왔다.

출처: 새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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