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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자] 여성신학의 시작

 "여성신학이라고? 그러면 남성신학도 있어야 되잖아?" 여성신학이란 말을 듣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물음을 던진다. 요즈음도 이런 경우들이 있을 테지만 얼마 전 까지도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위해 맞선을 볼 때 남자가 똑똑하면 '좋은 신랑감'으로 평가되고 여자가 똑똑한 경우에는 '골치 아픈 문제의 여자'로 부정적 평가를 하였다. 이렇게 남자는 우월한 존재로 여자는 열등한 존재로 차별하는 것을 일반화 하고 있는 세상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이다. 인간사회가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느 것도 독자적 영역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로 특정화할 수 없음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여성들을 차별하고 여성들의 경험은 철저히 배제, 차단하거나 왜곡시켜 온 사회이기 때문에 여성의 경험을 특별하게 전문화하여서 연구할 수밖에 없어서 '여성학'이나 '여성신학'을 새로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신학의 형성에 가장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준 것은 1960년대에 확장된 신-여권주의 운동(neo-feminism)이다. 19세기 여성운동이 여성들의 지위나 인권 향상, 법적, 제도적 권리의 확보를 위한 운동이었다면, 1960년대 여성운동은 일상적 삶과 우리 사고체계의 인식영역에서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보고 여성운동을 하나의 학(學)의 영역으로 세우고 이론체계를 세워나가는 운동을 전개하였다. 그 결과 '여성학'이 성립되고 세계적으로 확장되었으며, 여성학은 지금까지의 모든 인식체계가 남성을 인간표준으로 설정하여 이루어진 것을 날카롭게 분석, 비판하면서 남성중심주의적 해석방법을 여성 해방 지향적 혹은 남녀평등한 인식 방법으로 전환시켜 나갔다.

기독교 여성 신학자들도 기독교 안에 있는 성차별을 발견하는 방법론을 획득하게 되었고 기독교 전통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시도하게 되었다. 신학이란 '하나님에 대한 인간 경험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여성신학은 지금까지의 기독교 신학과 전통이 남성의 경험만을 중심으로 성찰하여 온 것임을 비판하고 이제 여성의 경험이 포괄된 신학을 정립하며 전통을 새로이 수립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이 여성신학의 출현은 1960년대에 이르러 기독교 역사상 처음으로 성(gender)을 범주로 하여 신학과 교회전통을 성찰하기 시작한 데서 비롯하였다. 교회제도, 의식, 성서해석, 교리와 전통 등에 들어있는 여성 억압적 현실과 성차별주의(sexism)를 드러내는 신학을 전개하고 교회 내에서 억압당하는 여성들의 '인간화'를 실현해 내기 위한 실천적 운동과 그것을 학(學)으로 이론화하는 두 차원의 작업을 모두 포괄하는 학문으로 등장하였다.

여성신학의 전조는 사실 19세기에 이미 나타났다. 19세기 여성해방운동 그리고 여성 참정권 획득 운동사에서 드러나는 엘리자벳 케이디 스탠튼(Elizabeth Cady Stanton)의 주장이 그것이다. 그는 성서가 억울하게 참정권을 갖지 못하고 있는 여성들의 편을 들지 못하고 여성들의 참정권을 거부하는 교권을 쥔 남성들 편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실을 보게 되었다. 남자 목사들이 성서를 근거(무기)로 여성들의 참정권 획득을 막았던 것이다. 그는 여성들의 요구를 거부하는 근거의 핵심역할을 성서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성서는 중립적인 책이 아니라 해방을 위한 여성들의 투쟁에 반대하는 정치적 무기이다." 라고 선언하고 성서 안에 있는 여성들을 언급하는 모든 진술을 수정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성서 개정의 입안을 제안하고 진행하였다. '여성들과 악마의 작업'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1898년 그의 나이 89세에 "여성의 성서"를 제2부까지 출판하였다. 스탠튼은 성서 본문 안에 있는 여성 차별의 기록들이 현실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정치적 무기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따라서 성서 종교가 인간의 보편적 인권, 자유, 해방을 추구하지만 여성의 인권, 자유, 해방을 추구하지는 못하며 그것은 종교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해석 때문임을 밝혀내었다. 곧 기독교의 성차별 현실과 남성중심적 성서해석의 문제를 그의 시대에 이미 간파하고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19세기 여성신학을 시작하였다는 말이다.

여성의 관점으로 기독교의 신학과 전통을 비판하는 여성신학의 맥은 1960년에 이르러 다시 나타난다. 발레리 사이빙 골드스타인(Valerie Saiving Goldstein)은 신학적 관점들이 남성의 경험과 여성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영향 받음을 주장한다. 그는 "나는 신학을 공부하며, 또 나는 여성이다"라는 명제를 내걸었고 보편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에 대해 말하는 신학을 반박하고 '성중립적' 신학의 진술들을 비판하였다. 그는 기독교의 '죄와 은혜의 교리'에 대해 '죄'를 자기 긍정으로, '은혜'를 자기부정으로 말하지만 언제나 자기를 부정당하며 살아야 하는 여성의 경험에서는 자존감, 자기 긍정을 회복하는 것이 도리어 은혜이고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 도리어 죄가 되는 것이라고 하여 여성의 경험과 남성의 경험이 다르며 그 다른 경험에서 정립되는 교리는 다르게 나타나는 것임을 강조하였다.

스탠튼은 한 세기 이전에 여성의 경험에서 전통적 성서해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골드스타인은 여성신학이 명명되기 시작하는 아주 초기에 여성의 경험에 의한 관점에서 전통적 조직신학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한 여성신학의 선구자들이다. 인류사에서 가부장제 문화는 수천 년을 지속해 왔다. 가부장제 문화는 남성을 인간의 표준으로 생각하고 남성의 경험을 기준으로 하여 인간의 인식체계를 이루었고 제도와 관습을 만들었다. 여성에 대한 규정도 남성이 바라는 여성의 모습으로 투사하여 만들어졌고 여성적인 것에 열등한 가치를 부여하여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남성중심주의의 세계를 이루어 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세계관이나 인식체계는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기독교 2천년의 역사 또한 가부장제적 문화 속에 진행되었고 따라서 기독교 신학과 전통, 교회의 제도 등도 가부장적 문화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 동안 전개되고 수립된 수많은 신학적 논쟁들과 전통들이 결국 가부장적이며 따라서 여성의 경험은 배제되거나 왜곡되어져 있는 것이다. 

전통의 권위는 그 전통이 지금 우리의 삶에 의미와 생명력을 부여할 때 지속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전통은 변화의 세력 앞에 큰 도전을 받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전통의 수립을 불가피하게 한다.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이던 기독교 전통은 수정이 불가피한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여성들에게 의미와 생명력을 부여하는 기독교를 만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여성신학을 가지고 시작한다. 이제부터 여성신학의 여러 주제들을 탐구함으로써 위의 두 분의 길을 따라 가는 여성신학 순례 여정을 시작한다.

여성신학자 최만자는 <한국 여신학자 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여성신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교회 여성운동에 참여해왔다.


출처: 새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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