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충정공 민영환(閔泳煥) 선생

민영환 선생은 이조말기의 충신인 동시에 YMCA 창설에도 열렬한 후원자였다.

그는 1861년 병조판서(謙護)의 아들로 태어났다. 1896년 그가 군부대신으로 있을 때,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우리의 축하사절단을 인솔했으며, 그 뒤 영국공사가 되면서 영국, 독일, 불란서, 오지리, 미국 등 서구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와 신문명의 선봉이 되었다. 그는 양복을 입고 외국에 나간 최초의 한국인이었으며, 귀국한 뒤에는 지금의 외무부, 문교부, 재무부 등에 해당하는 부서의 대신을 역임했으나, 그가 독립당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왕의 시종무관장(侍從武官長)으로 밀려나 있을 때 을사보호 조약이 체결되어 나라를 일본에게 빼앗기는 형편에 이르니 그 당시 의정대신(議政大臣) 조병세(遭秉世)와 함께 보호조약의 폐기를 강력히 상소했다. 그러나 그의 뜻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1905년 11월 4일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나기고 자결하고 말았다.

「슬프다, 국가와 민족의 치욕에 이에 이르렀으니 우리 인민은 장차 생존경쟁 속에서 다 죽게만 되었구나. 대저 구차히 살고자하는 자는 반드시 죽고 죽기를 각오하는 자는 도리어 살아날 길이 있는 것이니, 동포 여러분은 어찌 이를 모르리오. 영환은 한갓 죽음으로써 임금의  은혜를 갚고 2천만 동포 형제에게 사죄하노라. 영환은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라 기필코 여러분을 지하에서 도울지니, 바라건데 모든 동포 형제여, 아모쪼록 더욱 분투 노력하여 뜻과 기운을 굳게 가지고 학문에 힘쓰고 마음을 합하고 힘을 다하여 우리의 마음과 독립을 회복하면, 죽은 나도 지하에서 기뻐하겠노라. 슬프다 동포여 조금도 실망하지 말기를 바라노라. 마지막으로 대한제국 2천만 동포에게 고별하노라.」

위 유서 중에 ‘구차히 살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죽고 죽기를 각오하는 자는 도리어 살아날 길이 있는 것이니’하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은 ‘자기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존하리라’하는 요한복음 12장 25절의 예수님 말씀과 그 문맥과 사상이 꼭 같다. 그리고 예수님이 장차 자기가 어떠한 죽음을 당하리라는 것을 내다보면서, 민망한 마음으로 하셨다는 점에서도 경우가 비슷하다.

어떤 사람은 민영환씨가 유교의 경전을 정독한 사람인만큼 거기서 그런 사상과 구절을 인용했으리라 생각하지만 유교의 경전에는 그런 구절이나 사상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The Korea Review의 기사에서 보면, 「그는 선교사들이 귀족부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설립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그는 말하기를 만약 그러한 특수 학교가 설립되면, 자기 아내도 그 학교에 입학시킬 것이며, 또한 외국인 선교사들이 적당한 교장이나 선생을 직접 담당한다면 자기는 물론 다른 고관들이 그런 학교 설립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실질적으로 이런 학교의 설립 계획이 진행 중에 있을 때에 그가 자결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도오(伊騰博文) 총통이 부임해 오는 바람에 이 계획이 중단된 것도 사실이다. 그는 또한 황성기독교청년회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인 동시에 거액 기부자이다.」이상 The Korea Review의 기사에서 우리는 그가 기독교를 어느 만큼 강력히 지지했는가를 알 수 있거니와, 더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YMCA의 거액 기부자인 동시에 강력한 지지자였다는 사실이다.

거액 기부자라는 말은 그가 1903년 3월 18일에 헐버트(H.B. Hulbert)씨를 위원장으로 해서 조직된 YMCA 자문위원회의 회원의 한사람으로서 YMCA 창설은 위한 모금운동에 적극 협조한 사실을 말함이다. 이 자문위원회에서 한국 YMCA 창설을 구체화했으며, 거기서 기금을 마련하여 YMCA를 창설했던 것이다. 이 사실에 대하여 1907년에 출판한 대한황성종로기독교청년회란 소책자에도 꼭 같은 기사가 실려있다. 거기에 보면

「大韓國 故 忠政公 閔泳煥씨가 皇城基督敎靑年會에 對하야 同情을 表한 辭意가 如左함… 皇城基督敎靑年會가 我韓靑年의 前進함을 對하야 如是努力하니 我國의 一般人士가 同會에 對하야 何 等感謝하겠나뇨」했는데, 얼마나 그가 YMCA의 창설을 기뻐하고 그에 대하여 기대했느냐 하는 것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끝으로 헐버트(H.B.Hulbert)씨의 말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민영환씨, 즉 내가 아는 동양인 중 가장 문화수준이 높고 공명정대한 인물인 그는 조국의 독립을 지키기 위하여 끝까지 싸우다가 실패에 돌아가자 자결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의 기념비와 그의 뒤를 따라서 순국한 다른 애국자들의 기념비는 한국 국민들 앞에 확실한 증거로 서 있을 것이며, 아무리 눈이 어두워지고 중상 모략만을 일삼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주검은 애국자의 영광이란 사실을 알게될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만약 그가 자결을 안했더라면 YMCA 회장이 돼있을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1977.5.1 청년

고 전택부 선생이 YMCA 청년지에 기고했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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