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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만수] 일·한 교회 교류와 협력 증진의 역사

안만수 목사(한복협 국제위원장, 화평교회 원로)

- JEA와 KEF 중심으로 -

1. 서론: 협력의 역사
   
1989년 12월, <제1회 한·중·일 목회자 지도자 대회>가 개최된 이래 지난 24년 동안 일본복음주의동맹(JEA)과 한국복음주의협의회(KEF)는 상호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무엇보다 각 단체는 성경적 복음주의 신앙에 기초하여 바른 신앙운동과 바른 전도 및 선교활동, 그리고 바른 연합운동을 추구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이 때문에 양 단체의 교류와 협력은 단순한 외면적이고 형식적 연합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작게는 일본 교회와 한국 교회가 복음진리 안에서 마땅히 성취하고 누려야할 참 교회연합의 모델을 세우는 의미가 있었다. 보다 넓은 의미는 양국의 관계가 다양한 역사적, 정치-외교적, 문화적, 민족적 요인들로 인해 서로 반목해 온 특수한 정황 속에서 잘 부각되었다. 즉 기독교가 강조하는 용서와 사랑의 보편적 가치 위에서 두 단체가 가식 없이 보여준 “하나 됨”의 모습은, 때론 악화된 관계를 해소할 만한 그 어떤 돌파구를 찾지 못해 당혹하던 양국 사회에 그야말로 커다란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본론에서 두 가지로 짧게 요약하고 결론부에서 앞으로 전개될 협력을 위한 건설적인 제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2. 본론: 협력의 두 가지 특징

1) 기독교의 초민족주의적 사랑에 기초한 하나됨의 모델
 
- 1989년 1월 4-7일 일본 하꼬네레조피아호텔에서 처음 개최된 <제 1회 한·중·일 목회자 지도자 대회>에서 JEA 회장 <아끼라이쯔다> 목사를 비롯한 일본측 대표들은 대회에 참석한 2백 여명의 일본 목자와 일본 교회를 대표하여 과거 일본군부가 한국과 중국에 대해 자행한 포악을 사죄하며 용서를 빌었고, 중국 교회를 대표하여 토마스 왕 목사는 일본의 사과를 받아드린다고 표명함과 동시에 <이쯔다>목사 <혼다> 목사와 화해의 악수를 교환했다. 신성종 목사를 비롯한 약 15명의 한국측 대표들도 이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당시 한·중·일 3개국 교회 지도자들은 앞으로 아시아 선교에 있어 주된 역할을 감당하게 될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한·중·일 3개국 교회가 일시적이고 단순한 외면적 협력 관계를 맺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진정한 마음에서부터의 하나됨을 위해서는 각국 대표의 마음 저변에 깔려있는 앙금을 드러내고 깨끗이 제거하는 것이 필요했다. 일본측 대표들이 민족주의적 자존감을 먼저 내려놓고 사죄의 성명을 발표하자 중국과 한국의 대표들 역시 민족주의적 감정을 뒤로하고 진심에 기초한 용서를 선언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독교의 복음뿐이었다. 이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교제하며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협력의 길을 모색해 보자는데 뜻을 같이하여 시작된 한.중.일 복음주의 교회들의 협력관계는 그 처음부터 국경과 민족의 경계를 초월하는 복음의 능력 위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2) 실천을 위한 기독교적 협력의 모델
 
- 아시아, 세계복음화의 동역자로서의 한일 양국 교회가 복음적 유대를 견고히 하며 긴밀한 협력을 추구한 것은 단순한 구호나 이념적 연대에 그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현장의 필요에 부응하는 협력이었다.
 
첫째, 한국과 일본 각 나라의 목회현장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사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자 시도하였다. 1991년 6월 4일-7일 KEF 김명혁 박사(KEF 총무)는 일본 시오바라에서 개최된 <제 3회 일본 전도대회>에 참석하여 마지막 날 저녁 모임에서 <동반자 사역>이란 제목의 주제 강연을 하였다. 한편 1994년 7월 26일에 개최된 대회에서 신후나키 목사 (JEA회장)는 <일본 교회에서 본 통일한국의 전망과 한국 교회의 역할>란 주제로 발표하였다.
 
둘째, 일본과 한국 각 나라에서 양국관계와 관련하여 중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양국의 교회는 한 목소리를 내고자 시도하였다. 2001년 일본 사회에서 새역사 교과서 문제가 대두되자 같은 해 4월 11일, 일-한 교계 지도자는 공동명의로 <일본 새역사 교과서 철회를 위한 일-한 교계지도자 성명발표>를 하였다. 이것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 곧이어 한국의 기윤실 대표 손봉호 교수와 한복협 회장 정진경 목사의 긍정적 응답이 발표되었다. 죠수아츠타다 목사를 이어 JEA회장직을 맡게 된 타다시츠다다 목사는 2001년 5월 30일 두 번째 <일본 새 역사 교과서 철회를 위한 일-한 교계지도자 성명발표>를 추진하였다. 같은 해 7월 5일, 이에 대한 응답으로 한국 기독교 목회자 협의회는 <일본 새 역사 교과서 철회를 위한 일·한 교계 지도자 성명 발표에 대한 한국 교계 지도자 입장 발표>를 선언하였다.
 
3. 결론: 통전적 복음의 모델을 세우는데 협력하기 위한 제언들
 
본론에서 상술한 두 가지 특징은 일본과 한국의 복음주의 단체가 그동안 이루어낸 협력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잘 예증해 준다. 이 협력은 성경에 기초한 복음주의적 하나됨의 실현임과 동시에 신앙과 삶 전체를 아우르는 통전적 복음에 봉사하는 협력이었다. 이제 결론을 대신하여 양 단체가 앞으로 적극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협력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 아시아 선교에 주역을 감당하게 될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일·한·중 3개국 (우선 일·한 2개국) 교회 지도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양국이 교차로 주관) 그리스도 안에서 교제하며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협력의 길을 계속 모색, 실천해 나간다.
 
  #2. 세계 각처(우선 아시아 지역)에 파송된 선교사들과 현지 교회 지도자들 간의 원활한 협력을 유도하여 효과적인 선교 사역을 감당하도록 조정 및 가교 역할을 감당한다.
 
  #3. 재난 당한 세계 각처(아시아 지역 우선적으로..)에 도움의 손길을 펴는 구제 사역을 위해 일·한 교회가 수시 협력의 길을 모색, 실천한다.
 
  #4. 북한 돕기 구제 사역(식량 및 의학품 보내기 운동) 및 복음화 사역에 협력한다.
 
  #5. 세계 평화 내지는 국제적 분쟁을 유발하는 사태 내지 정치적 조치가 양국 내에서 발생시 양국 교회 지도자들이 기독교 신앙에 비추어 적절한 대책을 협의하여 필요시 해당 정부에 탄원서 제출 내지는 성명서를 발표하여 시정을 촉구한다.
 
  #6. 아시아 복음화에 중추적 역할을 감당하게 될 일·한 교회, 신학교, 신학자들(특히 한국)을 비롯한 적체 현상을 드러내는 자원들을 활용하여 신학 발표, 신학 서적 출판 보급을 위해 일·한 양국 교회가 협력 실천해 나간다.
 
  #7.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지도자 양성을 위해 장학기금 조성 내지 선교기금 적립에 협력한다.
 
  #8. 아시아 지역에 파송된 선교사들과 현지 교회지도자들 및 교단들과의 원활한 협력을 위한 가교 역할을 감당한다.

  #9. 아시아 복음주의 협의회 주최 아시아선교대회에 대표단이 참석하여 아시아복음화와 세계 복음화에 적극 협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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