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공동선언문’(이하 선언문)에 대해 김근상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이 의장성명을 통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으나 에큐메니칼 진영 지식인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선언문의 전면 폐기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들에 이어 감리교신학대학교(이하 감신대) 교수들도 29일 선언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감신대 교수들은 무엇보다 선언문의 내용이 다종교 다문화 시대에 화두가 되고 있는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 선언문이 이웃 종교 및 다른 이념을 가진 이들과의 대화와 공존을 거부하고 현대사회의 문화적 다양성과 소수자들의 권리를 부정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평화와 생명의 길을 본질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타자에 대한 폭력을 전제하고 있는 이 선언문에 이들은 또 "에큐메니칼 운동의 뜨거운 열정과 숭고한 노력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만연된 독선적이고 편협한 기독교 근본주의, 세상의 부와 권력에 편승된 물신주의와 교권주의에 의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 선언문으로 인해 "면면히 이어져온 에큐메니칼 신학과 전통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구성된 WCC 한국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실제 준비위를 이끌고 있는 김삼환 목사(명성교회)는 평소 교회 행사에서나 반공집회 등에서 자신은 "복음주의자"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다닌 바 있다. 준비위 리더십의 방향성을 우려한 이들 교수들은 "한국준비위원회가 에큐메니칼 운동의 정신을 본질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므로 WCC 총회를 준비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NCCK에는 선언문의 폐기를 촉구했다.
한편, 김근상 NCCK 회장은 앞선 긴급 기자회견에서 선언문에 대해 "에큐메니칼 정신에 따르더라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선언문 폐지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이 그의 발목을 잡게 됐다. 당초 김 회장은 기자들의 질의 응답 순서 중 선언문의 폐기를 묻는 질문에 서명한 총무 개인의 문제이지 NCCK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울라프 트베이트 WCC 총무도 방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준비위원회측과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 선언문과 관련해 민감한 부분은 에둘러 말하거나 원론적인 대꾸를 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