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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 삼위일체 신앙과 그 흔적

이장식·한신대 명예교수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베리타스 DB
신앙인에게는 신앙의 흔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사도바울의 말에서 배운다. 그는 누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자기에게는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갈 6:17) 그 흔적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말하지 않아 알수 없지만 그리스도의 형상일 수 있다. 중세기 성자로 꼽히는 성 프란시스코에게 그리스도의 십자가 흔적이 그가 죽을 때 그의 손바닥에 나타났다고 한다. 반드시 가시적인 흔적만이 흔적은 아니다.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삼위일체 신앙을 믿고 있다. 그런데 신앙은 믿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삶과 행위에서 믿는 증거나 표가 나타나야 할 것이다. 그것은 흔적이란 말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성 어거스틴은 천지만물이 삼위일체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물이니 거기에 하나님의 삼위일체의 흔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가 사람의 사랑의 행위를 들어서 그것이 사람의 지(知), 정(精), 의(意)의 일체의 행위라고 설명한 것이 사람에게 있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흔적으로 생각하는 것일지 모른다. 사랑을 할려면 사랑의 대상에 대한 지식과 그를 사랑하려는 정과 그리고 사랑하겠다는 의지(뜻)가 하나가 되어 행동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전지하신 분이고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그의 사랑의 성육이 성자 예수 그리스도이고 그리고 사랑하려는 그의 의지력이 그의 성령이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하시는 모든 일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지, 정, 의 일치된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태양을 비유를 말하자면 태양은 하나이지만 그 안이 빛과 열이 있어서 태양이 비취는 곳에는 언제 어디서나 열과 빛이 같이 하는 것과 같다.

만물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창조라고 해서 그 흔적을 이것 또는 저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날 한 때 한국 신학계에서 기독교의 토착화론이 토론된 적이 있었는데 어떤 신학자가 한국의 단군신화에서 나오는 천부인(天符印) 곧 풍백과 우사와 운사 셋을 들어서 이것이 하나님의 삼위일체의 흔적인 것처럼 말한 것이 있다.

교회 역사에서 삼위일체의 교리 문제로 이단 논쟁들이 있었으나 그것은 삼위일체론의 신학적 이해 곧 지식의 문제였으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삼위일체 하나님 신앙에 갖맞은 신앙행위와 삶이다. 그 교리를 단순히 신앙과 이해문제로만 국한시키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 인식일 뿐이고 그 신앙의 흔적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신앙 지식으로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셨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러므로 사람은 지, 정, 의를 가진 존재라고 알고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삼위일체를 믿는다면 사람도 지, 정, 의가 일체가 되게 살고 행해야 하며 그렇게 하여 삼위일체 신앙의 흔적을 그리스도인들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지, 정, 의의 일체적인 삶과 행위를 하지 못해 우리 몸에서나 삶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흔적이나 또는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가질 수 없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믿는대로(신앙의 지식) 살거나 행동할 수 없거나 또는 마음은 원(정)이지만 의지력이 없거나 부족해서 원하는 것을 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알고 있는 것을 아는대로 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경우가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하는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답게 즉 지, 정, 의가 하나가 되게 살거나 행동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몰라서 악을 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알고도 악을 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의 지, 정, 의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힘 있는 것인가? 사람에 따라 그것이 다를 수 있지만 요즘은 자유의지라는 것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자유의지가 올바른 지식과 순수한 열정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의지를 자유롭게 해준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마틴 루터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낙관할 수 없다면서 그것은 노예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비유하자면 자유의지는 말(馬)과도 같아서 그 위에 천사가 타면 천사가 가자는 데로 갈 것이고, 만일 악마가 타면 악마가 가자는 데로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자기 등 위에 누가 올라 타 있는지 늘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하나님의 삼위일체 신앙을 고백하고 믿고 있는데 그 신앙의 흔적이 오늘 한국교회 신도들이나 목회자들이나 특히 교계의 여러 단체와 조직체의 지도자들에게 없어서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세상적인 정욕이나 물욕이나 명예욕에 대한 잘못과 의지의 종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유의지란 말은 현대 인문주의의 표어가 되고 있고 세속주의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세속주의적인 욕망은 배설물로서 버리지 않는 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혀상이나 그리스도의 흔적은 우리에게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기도하면서 언제 "하나님의 뜻대로"라는 말은 하는데 우리의 뜻(의지)를 접거나 끊고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게 되기를 바란다. 예수님의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마지막 기도를 본 받아 "내 뜻대로 마옵시고 다만(but)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하신 그 "다만"이라는 reflection(반성)이 매사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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