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땅, 사람의 마주울림
호세아서 2장 18절-22절
그 날에는 내가 이스라엘 백성을 생각하고 들짐승과 공중의 새와 땅의 벌레와 언약을 맺고, 활과 칼을 꺽어버리며, 땅에서 전쟁을 없애어, 이스라엘 백성이 마음 놓고 살 수 있게 하겠다. 그 때에 내가 너를 영원히 아내로 맞아들이고, 너에게 정의와 공평으로 대하고, 너에게 변함없는 사랑과 긍휼을 보여 주고, 너를 아내로 삼겠다. 내가 너에게 성실한 마음으로 너와 결혼하겠다. 그러면 너는 나 주를 바로 알 것이다. 그 날에 내가 응답할 것이다. 나 주의 말이다. 나는 하늘에 응답하고, 하늘은 땅에 응답하고, 22땅은 곡식과 포도주와 올리브 기름에 응답하고, 이 먹을거리들은 이스르엘에 응답할 것이다.
요한복음 14장 20절-21절
그 날에 너희는 내가 내 아버지 안에 있고, 너희가 내 안에 있고 또 내가 너희 안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내 계명을 받아서 지키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 사람을 사랑하여 그에게 나를 드러낼 것이다.
벽에 가만히 세워놓은 기타가 줄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외부로부터 오는 음파에 자극되어서 그 와 동일한 진동수의 소리를 내는 경우가 아주 희귀하지만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과학에서는 공명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순수 우리말로는 마주울림이라고 합니다. 공명현상의 과학적 원인분석은 전문 분야의 과학자들에게 맡기고 이 시간에는 마주울림현상, 곧 공명진동의 성서적 의미와 영적인 깨달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삼일절 기념예배 주일이고 교회력으로는 사순절 첫 주간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삼일절의 사건을 다시 묵상하면서 삼일 만세 사건이 일본 식민통치 시절에 있었던 우리민족이 독립을 위해 벌였던 정치적인 시위였다는 것만의 피상적인 이해가 아니라 더 깊은 차원에서의 하늘과 땅과 한민족이 공명진동, 즉 마주울림을 하던 거룩한 체험의 날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모든 위대한 사건의 체험 속에서는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함께 마주 울리는 공명진동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성경을 보면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습니다. 몇가지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출애굽기 19장에는 이스라엘이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받는 거룩체험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때에 시내산에는 주께서 불 가운데서 그 곳에 내려오셨으므로 온통 연기가 자욱했는데, 마치 가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연기가 솟아 오르고 온 산이 크게 진동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늘이 진동하고, 땅이 진동하고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이 진동하는 공명진동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사야 6장에서는 이사야의 소명받는 기사가 기록되어 있는데, 거룩한 성전 안 에서 그는 거룩 거룩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 영광이 온땅에 가득하시다는 스랍들의 찬송소리에 하늘이 진동하는 것과, 성전이 문지방이 진동하는 것과, 아울러 자기 심령이 진동하는 것을 체험하면서 "제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하고 하나님의 부름앞에 부복하여 순종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또한 마태복음서 27장에서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는 장면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데, "예수께서는 다시 큰 소리로 외치시고 나서 숨을 거두셨다. 그 때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어졌다. 그리고 땅이 흔들리고, 바위가 갈라지고, 무덤이 열리고, 잠자던 많은 성도의 몸이 살았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참 사람, 독생자 의인의 죽임 당하심에 하늘이 진동하고, 땅이 진동하고, 그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마음이 진동한것을 그렇게 묘사한 것입니다. 성경의 한 곳만 더 살펴보겠습니다. 사도행전 16장을 보면 바울과 실라가 복음전파하던 중에 빌립보 감옥에 갇혀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밤중에 바울과 실라가 성령에 감동되어 기도하고 찬송하니 같은 감옥 죄수들이 그 찬송소리를 다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성경은 또 기록하기를 "그 때에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서, 감옥의 터전이 흔들렸다. 그리고 문들이 모두 열리고, 모든 죄수들의 수갑이며 차꼬가 풀렸다"라고 하였습니다. 간수가 잠에서 깨어나 감옥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죄수들이 다 도망한줄 알고 자결하려는 것을 바울이 "몸을 해치지 말라 우리가 여기 그대로 있다" 해서 말리니 간수가 놀라 고 감격하여 마음이 열려 예수를 받아들이고 셰례를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그 곳도 기도와 찬송으로 하늘이 진동하니 땅이 공명하여 진동하고 사람의 마음이 마주울려 새사람이 되는 경우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신비스러운 영적인 마주울림의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그것은 자연물리 세계 안에서 공명이론의 원칙이 있듯이, 창조세계의 더 높은 질서와 더 깊은 차원에서의 영적인 질서를 가능케하는 하나님의 영적인 신비한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오늘의 구약본문 말씀 중 호세아서 2장19절에서 22절까지의 말씀에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창조주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 정의와 공평, 성실한 마음이라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삼일절 예배를 드리는 것은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싸웠던 조선 민족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한민족이 평소 지녔던 혈육적이고 지극히 인간적인 마음이 거룩한 하늘의 바람과 진동에 모두 거듭나서 한 몸, 한 맘이 되고 또한 하늘 진동에 마주울림으로써 세계사람을 공명진동하게 했던 민족공동체의 거룩체험의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삼일절 기념일은 그래서 단순한 정치적 기념일이 아니라, 우리민족에게는 신앙적인 의미를 가지는 날인 것입니다. 소아(小我)는 죽고 대아(大我)가 살아났던 날이기 때문입니다. 미움과 보복과 책임전가의 마음은 없어지고 용서와 공의와 진리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칼로서 가슴팍을 들이대는 일본군국주의자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던 용기가 솟구쳤던 날이기 때문입니다. 파당적 마음과 자기만 잘되려고 하는 이기적인 마음은 홀연히 사라지고 전체생명을 살리고 하늘 뜻을 이어가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확신하는 큰 마음, 바른 마음, 공명정대의 마음이 온누리 한백성 가슴속에 진동하던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이 역사의 카이로스에서 자기 행동과 결단의 가치기준으로서 오늘 성경과 삼일사건의 교훈이 말해주는 세가지 원리들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합니다. 그것은 첫째는 나의 삶과 내가 속한 공동체의 결단이 정의롭고 공평한 것인가를 살피는 것이고 둘째는 사랑과 긍휼을 보여주는 있는 것인가이며 마지막으로 셋째는 하나님이 성실하시듯이 사람과 하나님께 성실한가하는 것이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죽임을 당하시기까지 세상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성실하셨고, 사랑과 긍휼의 맘을 간직하셨으며, 정의와 공평의 길을 뚜벅 뚜벅 걸어가셨습니다. 마지막 때가 가까와 오자, 근심하는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주실 것과 함께 하실것을 약속하시면서 요한복음서 14장20절의 말씀으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날에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너희가 내안에 있고, 또 내가 너희 안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내 계명을 받아서 지키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 사람을 사랑하여, 그에게 나를 드러낼 것이다"
우리민족만이 아니라 세계인류는 이제 하늘, 땅, 사람의 공명진동을 경험하면서 사는 영의 사람이 되느냐 아니면, 혈육의 매미껍질 속에 갇혀서 옛사람으로 살다가 썩어져 버리는 육의 사람이 되느냐의 갈림길에 서도록 부름 받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온세계의 젊은이들이 그리워하고 경험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심령이 하늘과 땅의 진동에 공명받아 내적으로 진동하고자 하는 갈증입니다. 거룩한 진동을 갈망하는 것입니다. 교인들이 은혜체험을 사모하고 영성훈련을 도모하는 것도 결국은 하늘, 땅, 사람의 마주울림을 경험하고자 하는 영적 갈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원래 영적 존재로서 지음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외면적 진동에 따라 움직여 왔고 흔들려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고 흔들리지 않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의 사랑과 부활의 기적 안에서 기초가 놓인 복음의 나라, 곧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그리고 그곳은 정의와 사랑, 그리고 성실이 숨쉬면서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한데 어울려 노래하는 생명공동체임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나라의 시민으로 초청받았습니다. 그 믿음 굳게 잡고 자기자신의 구원을 완성하여 생명의 알곡으로 영글고, 이 민족을 살리는 생명의 샘물이 됩시다. 바로 그것이 오늘 우리의 사명이요, 삼일절 기념예배와 사순절의 첫 주를 시작하는 우리의 마음자세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