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왕의 귀환’ 김삼환 목사, WCC 총회 남겨진 과제는

조직개편 ·프로그램위 구성·분담금 등 산적한 숙제들

▲김삼환 목사(WCC 한국준비위 상임위원장, 가운데)가 지난 20일 서울 정동 성공회 서울대성당 회의실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베리타스 

왕이 귀환했다. 20일 오후 성공회 서울대성당 회의실에서 열린 WCC 한국준비위원회(이하 WCC 준비위) 제3차 실행위원회에는 사퇴 의사를 밝힌 후 100여 일 가까이 모습을 감췄던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예장통합 증경총회장·전 NCCK 회장)의 전격 복귀식이 있었다.

복귀식은 간단했다. 그간 상임위원회(이하 상임위)의 독단적 리더십에 제동을 걸어온 WCC의 다른 가맹 교단들인 기장, 성공회, 기감 등 교단 지도부들이 김 목사의 복귀에 딴지를 걸기 보다 ‘묻지마’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단, 기감 신복현 목사만이 사임 의사 철회 배경에 대해 일말의 설명 없이 실행위원들 앞에서 회의를 진행하던 김 목사에 최소한의 해명을 요구했을 뿐이었다.

이에 대한 김 목사의 해명도 사실 충분치는 않았다. 김 목사는 사임 의사 철회 배경에 대해 "주변에서 제가 계속했으면 한다는 부탁이 있어 순종하는 마음으로 복귀했다"고만 했다. 목전에 둔 WCC 총회 준비와 관련한 최고 리더십의 소유자로서 사임 의사를 밝혀 그간 야기한 혼란에 대해서는 사과는 커녕 일절 언급도 없었다. 소위 등떠밀려 다시 돌아왔다는 식이다. 실행위원들 앞에서 진심을 담은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러나 실행위원들은 이 같은 김 목사의 성의 없는 해명을 듣고도 그의 복귀를 묵인했다. 김 목사가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장기간 활동을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에 가까운 활동상을 보였음에도 특히 3개 교단 지도부들이 김 목사의 복귀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유야무야 넘긴 것은 ‘책임론’이 뒤따랐던 탓으로 관측된다.

목전에 둔 WCC 제10차 총회 준비를 더 미룰 수는 없겠고,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총회 준비를 관장할 다른 적합한 리더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자칫 시간만 허비하다간 WCC 부산 총회가 무산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바탕을 둔 그 ‘책임론’에 의해 김 목사의 조용한 복귀를 묵인한 것이다. 

그러나 ‘대안 부재론’을 등에 업고 상임위원장직을 다시 수행하게 된 김 목사에게 남겨진 크고, 작은 숙제는 여전하다. 당장 제3차 실행위원회에서 제기된 조직 개편과 관련해 상임위를 비롯한 실행위 조직을 어떤 원칙에 입각해 구성할지가 관심사다. 예전처럼 세(勢) 논리에 의한 조각 맞추기를 답습한다면, 다른 3개 교단의 반발 그리고 갈등 양상이 재현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에큐메니칼 운동에 맞갖게 NCCK를 중심으로, WCC에 가맹되어 있지 않은 NCCK 다른 회원 교단들의 참여와 여타 기독교 시민단체들의 참여 그리고 심지어는 WCC를 반대한다는 한국교회 보수파의 참여까지 가능토록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조직이 개편되도록 해야 탈이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또 여전히 많은 공란을 보이고 있는 프로그램위원회 조직 구성도 숙제로 남았다. WCC 총회 준비에 관한 모든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뼈대와 같은 조직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단 분담금 납부도 문제다. WCC 가맹 교단들인 예장통합을 포함한 주요 교단들이 WCC 총회가 목전에 왔음에도 교단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것. 그간 교단 간 갈등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 하겠다.

이 밖에 WCC 반대를 외치고 있는 한국교회 보수파를 어떻게 설득시켜 낼 지도 관심사다. 이에 대한 ‘복안’으로 조직 개편을 들고 나왔으나 그것으로 WCC 반대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교계 관계자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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