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손호현 교수, 자기 절대화 종교인들에 ‘하나님의 똥’

“욕망 채우기 위한 작업가설의 하나님 없어져야”

▲손호현 연세대 교수 ⓒ베리타스 DB
8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대학원 신학과 채플에서 손호현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문화신학)가 자기 욕망을 투사하여 하나님이 아닌, 자기를 절대화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에 "‘하나님의 똥’으로서 주제 파악을" 하라고 일갈했다.

손 교수는 이날 채플에서 하나님을 신앙한다고 하지만, ‘종교’라는 이름을 앞세워 자기의 형이상학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하나님을 소환하는 일을 벌이고 있는 종교인들과 무신론자들 사이에는 "이질감이 없어 보인다"고 고발했다.

손 교수는 특히 본회퍼의 ‘작업가설로서의 하나님’을 인용, 자기의 공허한 형이상학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동원되는 그런 작업가설로서의 하나님은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폭력까지도 정당화되는 종교 일반 실태에 대해 그는 "처음부터 우리는 하나님에게 관심이 없었을지 모른다"며 "중요한 것은 자신이 혹은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폭력적 자유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하나님은 없다. 우리의 욕망을 정당화하는 그런 폭력의 하나님은 없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이어 "하나님은 자신의 존재와 이름을 지켜주기 위해 종교적 폭력까지 자행하는 테러리스트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또 "하나님 자신의 부재와 무신론을 이용해 인간의 폭력적 욕망을 향유하는 회의론자들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존재와 부재를 선전하는 것에 도무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거룩한 분노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하며 "자신을 버리는 자들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다른 이들을 버리는 자들에 대해서 하나님은 분노하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나님)자신의 이름을 신성모독으로부터 지켜주어야 할 만큼 하나님이 연약하신 분도 속 좁은 분도 아니다"라며 "우리가 우리 자신의 폭력으로부터 지켜야 할 존재는 다름 아닌 동료 인간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무엇보다 종교인들이 우리의 이웃을 보살피는 연민을 잊고 사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 그는 "진정한 하나님은 바로 연민의 하나님"이라며 "하나님의 연민은 바로 (종교인들의 잘못된)욕망을 녹이는, 뼈아프게 고통스러운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요즘 신앙인들의 십자가에 연민이 자취를 감춘 점도 지적했다. 그는 "요즘 우리들의 십자가에는 연민이 없다"면서 "도덕적 명령으로 딱딱하게 굳어진 십자가는 정의의 칼날로 우리의 위선을 찢지만 연민이 없는 십자가는 우리를 황량한 폐허에 남겨둔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어 "이미 십자가는 사유화 되어서 남을 위해서 우리는 울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며 "그것이 우리의 병든 상식이고, 울음을 잃어 버린 시대를 방증한다. 우리는 울 수 없어 딱딱하게 굳어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신앙해야 할 하나님의 연민의 결정판이 성육신과 십자가에서 계시되고 있음을 알렸다. 그는 "하나님의 끝없는 연민은 마침내 역사 한 복판에서 성육신과 십자가란 똥짐을 짊어지시는 하나님으로 계시된 것"이라고 말하며, 루터가 말했듯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똥’으로서 자각을 하여 하찮은 것들에 대한 뜨거운 연민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손 교수는 "이런 연민으로 성육하신 예수가 있었기에 또 그런 죽음과 같은 똥에서 생명을 부활시킨 그리스도가 있었기에 우리도 살아가며 생명을 싹 틔울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도 이런 농부 예수처럼 아픔과 썩어짐과 낮아짐으로 연민의 마음을 품고 생명을 일꾸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관련기사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