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논평] 아랍어가 공교육을 희롱하고 있다

올해 대입수능 시험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제2외국어 과목에서 ‘아랍어’에 응시한 학생이 3만 6천명으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전국의 1,565개 고교 가운데 아랍어를 가르치는 곳은 3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랍어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은 해마다 늘어 왔다. 아랍어가 처음 실시된 2005학년도에는 531명으로 0.43%, 2006학년도에는 2,184명으로 2.25%, 2007학년도에는 5,072명으로 5.58%, 2008학년도에는 13,588명으로 15.2%, 그리고 2009학년도에는 29,278명으로 29.3%, 2010학년도에는 51,141명으로 42.3%, 2011학년도에는 49,116명으로 45.7%, 그리고 지난해에는 39,678명으로 45.8%를 차지하였다.
 
그렇다면 왜 아랍어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가? 한마디로 ‘벼락치기’로 고득점을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아랍어는 잘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시험에 대한 부담이 적고, 무엇보다 자기의 원점수로 다른 외국어와 똑같은 점수를 받더라도, 아랍어 표준 편차가 낮아, 결국 표준 점수가 높아지게 되므로 다른 언어과목에 비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배우지도 않은 아랍어 과목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난 해 2012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전체 제2외국어 응시생 중 약 46%가 선택한 아랍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80점이었다. 두 번 째로 많은 언어과목은 일본어였는데, 일본어의 경우는 66점으로 무려 14점의 차이가 났다. 따라서 원점수로 똑같이 만점을 받아도 결국은 아랍어 선택자가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아랍어를 가르치는 학교도 없는데, 학생들은 어디에서 아랍어 공부를 하는가? 교육방송의 강의나 일선 학원, 아니면 혼자 교재를 통해 공부하는 경우가 있으며, 심지어는 이슬람 성원에 출석하여 아랍어를 공부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제2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대입 수능에서 점수를 따기 위해 교육과정에도 없는 외국어 시험을 치르게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교육의 희극이다.
 
일선에서 가르치는 학교가 없는데도, 정부에서 대학수학능력 시험에서 아랍어 시험을 보도록 한 것은 명백한 공교육에 대한 희롱을 자처한 것이다. 이제라도 교육과학부와 중앙교육평가원은 아랍어 과목이 대입수능 제2외국어 과정에 포함된 것을 시정해야 한다. 이런 지적들은 사실 한국교회언론회에서 수년전부터 제기한 문제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관계기관들은 이를 외면해 왔다.
 
다른 외국어 과목과 그 실력과 난이도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을, 수능 시험이라고 치르게 하는 것은 아랍어 과목을 ‘수능용 언어’ ‘아랍어 로또’라는 비아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런 데다 아랍어 시험 내용을 보면, 언어 시험과는 상관도 없는 종교적 장면을 보여주고 답을 적게 하고(2007학년도, 2008학년도 시험) 고대 유적을 보여주면서 그 나라 이름을 맞추게 하는(2009학년도)것과 나라의 국기를 보여 주고 지도상의 그 나라를 맞추게 하는 등 초등학생 수준의 문제들도 있었다.
 
아랍어가 교육적 기능을 상실한 채, 대입수능에서 고득점을 노리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제2외국어를 통한 우수한 인재를 발굴한다는 교육적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므로, 교육과학부와 중앙교육평가원은 공교육이 희롱당하고 있는 현장을 제대로 살펴보고, 아랍어 시험을 수능시험 과목에서 제외해야 한다. 공교육은 학생들에게 ‘로또’나 ‘벼락치기’ 수단을 가르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2012년 11월 5일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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