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나눌 수 있을 때에 생명을 나누자고 결심했죠.”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17일 서울삼성병원에서 순수 신장기증 수술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얼굴도 모르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한쪽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나선 이는 50대의 여성인 이영남 씨(54세, 목포)이다.
이 씨는 어린 시절, 가족 중 두 사람이 병으로 고통 받다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다. 위암으로 투병하다 16세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언니와 같은 병으로 50대에 돌아가신 아버지였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이 씨는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 후 누군가를 돕는 일을 열심히 찾아 나선 이 씨는 2002년 장기기증에 대해 알게 되었고, 사후 장기기증 서약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진행하는 생존시 신장기증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살아서 신장을 기증하리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벌써 10여년 전 일이네요. 그 당시 신장기증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남편에게 신장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너무 걱정이 되었는지 동의해주지 않았어요.”
끝내 남편을 설득하지 못한 이 씨는 신장 기증의 꿈을 잠시 접어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04년 이 씨의 남편이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5년 5월, 투병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또 한명의 가족을 병으로 잃은 이 씨는 상심이 컸다. 이 와중에도 이 씨가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연년생인 자녀들의 힘이 컸다. 자신의 뜻을 항상 존중해주고 따라주는 자녀들을 보며 살아갈 힘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나눌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했다. 20년 전 남편과 함께 꾸린 작은 슈퍼마켓을 지금은 아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이 씨는 특히 아들과 나눔에 대한 손발이 잘 맞는다고 했다.
“아들이 제가 하는 건 다 하려고 해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는 저보다도 더 앞장서는 편이예요. 이번에 신장기증을 하겠다고 밝혔더니, 아들이 자신도 하고 싶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고아원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며 해외의 어려운 아동들을 후원하고 있는 이 씨는 아들은 나눔을 향한 마음이 이 씨와 꼭 닮았다. 오래 전 헌혈로 어려운 환우를 돕고 싶은 마음에 근처에 있는 헌혈의 집을 방문했던 이씨는 자신이 철분수치가 낮아 헌혈을 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고, 안타까운 마음에 아들에게 헌혈에 대해 알려주었다. 당시 10대였던 아들은 이 씨의 이야기를 듣고 꾸준히 헌혈을 하는 등 어머니의 가르침을 존중해주었다. 이런 자녀들이기에 이 씨가 신장기증 의사를 밝혔을 때에도 흔쾌히 동의를 해주며 지원자로 나섰다.
“10여 년 전부터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일인데, 어찌 반대하겠어요. 제 뜻을 누구보다 알기에 딸과 아들이 허락해준 것 같아요.”
이 씨의 신장기증 소식에 목포에서 서울삼성병원까지 함께 동행해 준 한 지인은 그녀의 나눔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이 친구는 나눌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사람인 것 같아요. 심지어 이식인에게 건강한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 피를 맑게 해준다는 건강식품까지 찾아서 먹더라고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라며 지인은 그녀의 나눔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이씨의 신장을 이식받게 될 이식인 김모씨는 40대 남성이며, 지난 13년 동안 투석을 하며 신장이식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17일 이식인 김모씨는 이씨의 신장을 이식받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
“제 신장을 받은 분이 앞으로 더 건강해지셔서 행복하고 즐거운 생활을 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제 바람은 오직 그 한가지뿐이에요”
우리나라 장기이식 대기자는 약 2만 2천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에 비해 기증자는 현저히 적은 상황이다.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눔을 실천하며 많은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는 이영남 씨의 생명사랑이 널리 확산돼 장기기증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