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2일 오전 7시 신촌성결교회 한복협 월례회 응답문
올해는 세계의 여러 나라들, 특히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변강대국들의 지도력이 대거 교체되는 해이며, 북한이 강성국가(처음에는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해이다. 그리고 지금은 남한이 제18대 대통령 선출을 60여 일 앞두고 있는 때이다. 이런 때에 민족의 ‘숙명적 과제’인 평화통일에 대해 교회가 지녀야 할 자세와 책임을 다시 한 번 검토해 보는 것은 시의적절할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발표를 한 세 분은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평화통일 이론가들이며 동시에 실천가들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의 통일정책 수립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들이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이런 분들을 남북협력위원장으로, 중앙위원으로 모시고 있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며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것은 또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한국의 평화통일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일이기도 하다.
허문영 박사는 먼저 유다 백성의 바벨론 포로 생활과 우리민족의 분단을 비교하면서, 유다 백성은 3차례에 걸쳐 포로로 끌려갔는데 우리민족의 분단도 3단계에 걸쳐 중첩형성 되었다는 공통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 유다 백성의 포로해방은 70년 동안 3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우리는 목전에 국토분단 70년, 체제분단 70년, 국민분단 70년을 앞두고 있는 사실을 말하면서 지금이 매우 중요한 때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하였다.
허 박사는 한반도의 통일은 이중성 ․ 복합성 ․ 4중적인 중첩성의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상황적 특징으로, 북한의 어려움 ․ 국제환경의 어려움 ․ 한국이 처한 어려움을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들고 있다. 요약하면 구조적으로나 상황적으로 한반도의 통일문제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어렵기 때문에 통일이 지금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께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허문영 박사는 통일정책은, 균형 회복과 대전략(大戰略)을 수립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할 것을 제언하고 있다. 허박사는 이어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자세로 균형적 ․ 변혁론적 ․ , 미래적 자세를 정립할 것을 성서적 근거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밝히면서, 먼저 복음적 평화통일 기도운동 확산을 말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2015년 8월15일에 평양에서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남 ․ 북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참여하는 ‘세계선교 및 복음통일 대성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십자가 사랑과 사인(四人)정책으로 복음적 평화통일 능력을 제고하고, 균형십자가외교와 평화모자외교에 기초한 세계선교로 복음적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을 말하면서 시온의 포로가 돌아올 때의 기쁨을 노래한 시편 126편의 말씀으로 발표를 끝맺고 있다.
허문영 박사 특유의 명료함과 강한 흡인력, 설득력이 가득 담겨 있는 복음적 평화통일의 외침이 가슴에 깊이 와 닿는데, 특히 바벨론 포로해방 70년과 복음적 평화통일을 연결시킴으로써 이 일의 긴박성을 일깨워주면서 평화통일이 내일의 과제가 아니라, 오늘, 바로 지금의 시급한 과제임을 깨닫는 이 아침이 퍽 의미 있게 느껴진다.
주도홍 교수는 “한국교회는 이제 성숙한 교회여야 한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하면서 교회의 길은 예수님이 가신 길을 걷는 것임을 전제하고 있다. 이 말은 한국교회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예수님이 걷는 길에서 벗어난 길임을 말하려는 것임을 짐작하게 하면서 듣는 이를 긴장하게 만드는데, 불행하게도 이 짐작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주도홍 교수는 한국교회가 통일을 준비하며 가져야 할 자세와 책임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탈북주민의 교회적응이 성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탈북민들의 교회적응이 바람직했느냐에 대한 질문의 답은 부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사전준비 미약과 물신주의(物神主義) 사상이 교회 내에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탈북주민들의 바람직한 한국 정착여부는 다가오는 통일한국에서 어떻게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하나 될 것인 지를 가르쳐주는 리트머스 지와 같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는 탈북민들과 통일의 관계를 한마디로 명확하게 알려주는 촌철살인의 경구(警句)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도홍 교수는 둘째로 사람의 통일을 준비해야 하면서 사람의 통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북한주민들의 교회로의 복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하고, 이어 셋째로, ‘한국 신앙고백’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넷째, 이 일을 위한 특별전문위원회(Task Force)를 구성할 것을 제언하고 있다. 주도홍 박사는 이 일의 모범적인 사례로 남아공연합개혁교회(URCSA)의 벨하(The Belhar Confession)을 들었는데 이 신앙고백이 남아공의 인종차별이 심하던 때에 태동되었다는 사실이 감동과 교훈을 준다.
주 교수는 다섯째로 한국기독교통일비전센터 건립을 제안하고 있다. 주도홍 교수의 굵고 강한 외침은 예언자(預言者)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데 ‘맺는 말’ 부분에 이르러 이런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박종화 목사는 “‘평화’와 ‘통일’” “‘평화적 분단 관리’와 ‘평화 공존’” “‘복음화’와 ‘평화’”, 세 소제목 밑에 발표하면서 각 소제목 밑에 그 단락의 키 센텐스를 적고 밑줄을 그어 놓았는데 그 문장들이 발표의 전체를 잘 요약하고 있다.
“통일의 과정은 ‘평화적’이어야 한다. 통일의 목표도 ‘평화’여야 한다. 그리고 ‘통일’은 평화를 담는 그릇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평화통일’을 준비한다.”
목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과정인데, 통일의 과정이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깊은 성찰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이다.
“그것은 분단에 대한 ‘평화적 관리’를 통하여 통일까지의 분단 상황을 “평화적 공존”의 상태로 지속하면서 평화통일의 길을 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이 한국교회가 나서야 할 ‘다양성 속의 합일’이라는 민주적 평화 만들기 과제라고 본다.“
박종화 목사의 발표문 첫 단락은 넉 줄로 되어 있는데 ‘다양’이라는 말이 세 번이나 등장한다. 이 ‘다양’은 강점이 되면서 동시에 약점이 되기도 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인데, 여기에 나오는 ‘다양성 속의 합일’이라는 말은 간단하지만 이 문제의 해결책이 들어있는,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와 같이 경우에 합당한 말(잠 25:11)이라고 여겨진다.
“교회의 평화통일 헌신을 민족적, 국가적 차원의 봉사로 제한할 수 없다. 교회 존립의 근거인 ‘선교와 복음화’를 통일열차에 실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여기서 한 가지 신학적, 실천적으로 합의할 것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곧 선교와 복음화는 ‘평화 실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박종화 목사는 결론부분에서 “통일을 앞두고, 통일을 향하여, 한국교회는 ‘평화의 사도’로 부름 받았음을 확신한다.”고 단정하고 있다. 이 응답 순서가 끝나고 우리는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로 시작되는 ‘평화의 기도’를 부를 터인데 이 ‘평화의 기도’가 우리의 확신이 담긴 우리의 간구, 우리의 고백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세 분의 발표와 림인식 목사님의 설교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통일의 임박성에 대한 인식이다. 이 인식은 보편적인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또 하나는 먼저 교회가 화목해야 하다는 점이다. 림 목사님의 설교 중에 “먼저 한국교회가 화목하고 대북에 임하라시는 명령이다. 자체화목도 못하면서 북과의 화합을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허락지 않으신다. 선 한국교회 화목, 후 복음적 통일사업이 되어야 한다”, 허 박사의 “상대방 북한을 변화시키려고 애쓰기보다는, 우리 교회와 사회에서부터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적일 것임”, 주도홍 교수의 “한국교회가 탈북주민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나 되지 못한다면, 하물며 한국사회에서 그들의 적응이 어찌 성공적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그렇다.
‘peace maker'라는 말이 두 분(림 목사님․허 박사) 의 발표문에 같이 등장하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 동포들의 영혼구원을 공통으로 강조한 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본 응답자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한국교회의 평화통일운동에서 가지고 있는 비중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으로 이 응답을 시작하였다. 세 분의 발표 원고를 읽으면서 그 비중이 점점 더 크고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허문영 박사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2015 평양세계복음화대회 개최를 위한 기도운동을 주도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외면하기 어려운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주도홍 교수가 말한 다섯 가지 가운데 ‘한국 신앙고백’을 만드는 일과 이 일을 위한 특별전문위원회(Task Force) 구성, 그리고 한국기독교통일비전센터 건립은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허 박사가 말한 2015평양세계복음화대회에서 주 교수가 말한 ‘한국신앙고백’을 선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호수아가 죽은 후에 이스라엘 자손은 여호와께 “우리 가운데 누가 먼저 올라가서 가나안 족속과 싸우리이까” 여쭈었다. 여호와께서는 “유다가 올라갈지니라” 하셨다.(수1:1〜2) 오늘 이 자리에 모여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한국교회의 자세와 책임”이라는 주제 밑에 합심하여 드린 기도와 세 분의 귀한 발표를 통해, 평화통일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바로 유다라는 고백과 결단을 나누고 이 고백과 결단을 실천에 옮기기에 힘쓰기를 바라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