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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식] ‘새것 컴플렉스’에 대하여

길 위의 신학


출처 : 차정식의 신약성서여행 <바로가기 클릭>


9월 18일 언론의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킨 <예수부인복음서>의 발견과 하버드대학 신학부 킹 교수의 논문에 대한 국내의 수용방식은 잊었던 문구 하나를 내게 다시 상기시켜주었다. 이른바 '새것 컴플렉스'라는 것!

예수에 대해 가장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경복음서가 1세기의 산물로 신약성서에 있건만, 사람들은 그것만으로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예수의 일생에 담긴, 그러나 알려지지 않는 기묘한 비밀이 있어 그것이 새로운 예수의 모습을 재생시켜주길 은근히 기대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 <다빈치 코드>가 선풍을 일으키고 후대의 야사와 외경문헌에 나오는 예수의 색다른 면모에 구미가 당기기도 한다. 혹시 자신의 지식과 믿음에 역사의 기만과 우발성의 장난에 연유한 측면은 없었는가 의심하면서 말이다.

그것이 학문적인 의욕으로 승화될 때 그것은 새로운 탐구의 에너지로 수렴될 수 있다. 꾸준한 탐구(구하라, 찾으라)야말로 예수께서 가르친 구도자적 삶의 방향과 합치되는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그저 말초신경을 자극하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군중의 즉흥적인 호기심과 새것 컴플렉스의 소산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거기에는 자신의 현존을 지탱하지 못하는 연약한 주체의 방황과 '앎'을 진지하게 대접하지 못하는 변덕스런 욕망의 허방을 외계에서 온 기발한 새것(something new)으로 채우며 달래려는 병적인 충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병리적 부조리도 정도껏 소화하면 권태감의 해소에 유익하다. 그러나 심각한 지경으로 번지는 경우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전도서의 교훈이 그 처방전으로 적절할 것이다.

근대화 이후 한국의 지식사회와 대중문화를 특징짓는 성향에 내가 진중하게 탐독한 문학비평가 김현은 일찍이 '새것 컴플렉스'라는 꼬리표를 붙여주었다. 특히 근대화가 서구화 일변도로 고착되어온 졸속과 편향의 증상은 수십 년이 더 흐른 지금에도 가실 줄을 모른다. 이론이 그렇고 신학이 또 그러하며, 각종 문화의 영역 역시 '새것'을 찾아 부유하는 각종 '신드롬'으로 창궐한다. 혹자는 문제의식까지 베껴오는 지경이라고 탄식할 정도이다.

아무리 '케이팝'과 '강남스타일'을 자랑 삼고 '한류'를 내세워 방어하려 해도, 외화(外華)로 내실을 대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그 흥행의 저변을 살피고 뿌리를 파보면 화들짝 달구어졌다가 금세 냉랭해지는 냄비근성은 여전하다.

'새것'은 어디서 오는가. 급조된 세계화의 무대도 아니고 선동적 흥행의 묘판도 아니다. 기발한 내용을 담은 파피루스 한 조각으로 연출된 일시적 호들갑이 우리의 일상을 성숙하게 구제하지 못한다.

또다시 선거철이 돌아와 후보들을 중심으로 세력이 분할되고 대중적 메시아주의의 열기가 뜨거워져도,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고 변할 수 있는 것만 변한다. 이번 선거판의 혁명이 우리의 국가 지도자 얼굴을 교체해도, 그 리더십의 정치적 상징성이 우리의 의분을 달래주고 달라진 정책 방향이 구조의 큰 흐름에 신기원을 열어나간다고 해도, 그것이 얼마나 내 삶의 일상에 문화적 향유와 더불어 질적인 내실을 살뜰히 챙겨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새것은 오로지 그처럼 역동하는 바깥의 운동에 조응하는 제 삶의 주파수가 새것 컴플렉스를 벗어나 꾸준히 습속의 갱신과 '버릇'의 진보에 맞추어져 힘들게, 조금씩, 체감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 부인의 존재 여부가 왜 우리 신앙과 삶을 충격하며 당혹스럽게 하는가. 탄탄히 역사속에 축적된 지식의 층이 엷고 자생적인 문화의 감각이 취약한 그 인프라 탓이 클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그 고여 있는 삶을 내파하며 충격할 건더기가 없이 공허하기 때문이 아닌가. 심심파적의 권태는 창조적 잡념의 연료가 되기도 하지만, 새것 컴플렉스의 갈증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낡은 것, 감추어져 있던 것의 부활이 새것의 결핍을 채워주며 흥분의 도가니를 만들어가는 시대에 제 속내의 새것을 간과하는 자는 불행하다. 새것의 제국에 눌려 일상의 소국이 낭비되고, 그 가운데 덤덤한 관계들이 참신하게 거듭나길 거부하면서 남들이 차려놓은 잔칫상에 호들갑스러워 하는 백성들은 여전히 식민근성에 찌든 새것 컴플렉스의 노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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