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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 신앙과 이성

이장식·한신대 명예교수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신앙과 이성 문제는, '신앙' 또는 '믿는 것을 아는' 또는 '이해하는' 지식의 문제이다. 우리가 신앙하는 것이 지식적으로 다 이해되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신앙을 버리거나 혹은 회의주의에 빠질 수 있다.

기독교의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신앙(faith)은 사도신경과 니케아 신앙고백에 명시되어 있는데 니케아 신앙고백은 사도신경의 신앙 대목들에 대한 설명들이 첨부되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신앙고백들의 기본적이고 영구적인 신앙(faith)은,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것과 그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의 희생을 믿으면 범죄한 인간들이 구원을 받을 것이며, 그가 이 세상을 최후에 심판하실 것이라는 것이다.

이 몇 가지 단순한 신앙고백의 대목을 하나하나 별개로 설명하여 이해를 도우려는 시도가 소위 신학(神學)의 노력인데, 이것은 그 근본신앙 대목을 이해시켜 그 설명대로 믿게하는 항목을, 곧 faith를 <신조 또는 교리>로 만드는 것이다. 이 이성의 작업이 신학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앙과 신조 곧 faith와 belief를 구별해야 한다. 그리고 자연히 이성적인 설명으로 이해시키는 belief에는 이견(異見)이 생겨서 논쟁이 생긴다. 원죄原罪)이론과 같은 것이다.

신앙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한 사람이 성 아우구스티누스이다. 그가 당시에 사용되던 라틴어 성경의 이사야 7장 9절이 "믿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Unless you believe you cannot understand) 라고 되어 있어서 그 번역본대로 그는 신앙하는 것을 지적으로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있고, 중세기 신학자들도 그의 이 명제를 이어받아 신앙을 이성으로 이해시키는 신학적 노력을 많이 했다. 그들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생각을 따라 신앙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고 'vision', 곧 초월적 환상을 보는 것이어서 이성이 또 알 수 없는 신비가 신앙의 세계에 있다고 믿었다.

오늘날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성경 번역들 중에 The New English Bible 에서는 'Unless you believe you cannot stand firm' 곧 든든히 설 수 없다고 되어있다. 아우구스티누스 자신도 아담의 죄의 후대에로의 유전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논했는데, 그것은 그가 아담의 원죄와 온 인류의 죄를 어떤 모양으로 이해하는 것이 절대 옳다는 어떤 교리를 만들려는 신학적 동기는 없었고 그저 이성의 힘으로 그것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한 것이다. 바울을 기독교 신학의 시조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는 신앙을 어떤 교리로 규명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신앙(faith)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들, 이를테면 그가 예수 그리스도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셔서 부활하신 후 하나님이 그를 자기아들로 확정하셨다는(롬1:4) 말을 했으나 그가 소위 양자론(養子論)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신앙(faith)을 확신시킨 것이어서 후대에 일어난 소위 앙자론을 믿는 신조(belief)와는 다른 것이다.

희랍의 철학자들이 당시의 다신론 종교신앙을 철학화(신학화) 하는 것을 아우구스티누스는 싫어하였다. 바울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대속의 죽음만을 믿으려 했지 헬라인이 구하는 지혜를 구하지 않으려 했는데 헬라인의 지혜는 천상이나 지상에 관한 지식이었다.

역대의 신학자들도 구원의 근본이 되는 신앙(faith)에 관한 설명을 시도하여 많은 교회와 신조를 만들어 그것을 믿게 하려고 하였는데 신앙은 어떤 신조의 범주를 넘어선다. 수학이나 자연과학이나 역사의 지식은 신앙에 속하지 않고 지식에 속하는 것이어서 만인이 다 공인하고 긍정하고 따르는 지식이며, 그것을 알면 그만이지 믿을 필요가 없다. 2+3은 5라는 것을 믿을 필요까지는 없다.

신학의 교리적 연구 노력은 신앙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 그 역할이 잘못되면 신앙을 훼손시킨다. 최근 한국 장로교의 칼빈주의자들 사이에서 교리논쟁이 생겼다고 한다. 장로교의 김 모 목사가 자기도 칼빈주의자지만 칼빈의 예정론은 믿지 않는다고 하자 보수의 어느 신학교수가 그 목사를 이단이라고 규명하였다고 한다. 예정론은 하나님이 자기의 자유로운 의지(意志)로 구원을 받을 사람을 미리 정했다는 은혜의 신앙(faith)인데 많은 사람을 만세전부터 예정했다고 '이중예정론'을 주장했는데, 이것은 바울도 아우구스티누스도 주장한 바가 없는 독단적인 교리이다. 칼빈은 성경본문대로 한 신학이 아니고 자기의 이성적 판단으로 발설한 교리이다. 하나님의 예정이 우리의 신앙의 한 대목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을 칼빈처럼 해석하여 그것을 불변의 교리로 삼고 다른 사람들을 이단시하는 신학은 곤란하다. 이러한 교리논쟁이 한국장로교를 세계에서 가장 분열이 심한 수치스러운 장로교로 만들고 있다. 또  칼빈은 하나님이 예지하시고 예정하셨다는 바울의 말과도 다르게 예지 없는 예정을 말하며 결정론(운명론)적인 예정교리를 만들었다 .반면에 칼빈은 성경의 문자무오를 주장하지 않고 있는데 칼빈주의 근본주의자들은 성경의 문자무오설을 교리로 삼고 있다. 바울이 하나님의 구원의 말씀은 성령의 감동으로 쓰인 일점일획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말씀의 무오에 대한 그의 신앙이다.

우리가 어떤 교회에 속하여 그 교파의 교리나 신조를 따라 가게 되어 있고 이것은 다 후천적으로 지연관계나 인간관계나 가족관계로 된 것인데, 자기가 속한 교파나 교단의 교리나 신조를 절대시하여 타교파를 비난하면서 구원이 있다 없다 또는 이단이니 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필자 자신도 생후에 지연관계로 장로교인이 되고 또 갈라져서 기장에 속해 있었지만 나 자신은 장로교인이나 기장인이라고 생각하고 살지 않았고 그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목회자들에게는 신학적 소양과 지식이 필요하다. 신앙하는 바를 신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데 까지는 이해시키려는 노력과 능력이 있어야지 그저 믿고 따라만 오라고 해서는 오늘날 교인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무조건 나만 따르라는 곳에서 단순한 신자들이 미혹되어서 (박태선의)전도관과 통일교와 신천지가 생긴 것이다. 목회자들은 근본신앙을 바로 가르치고 영적으로 지성적으로 교인을 인도해서 신학자들의 부질없는 교리주장에 미혹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신앙(faith)'과 신조나 교리를 믿는 'belief'를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신앙이 요동 받지 않아야 한다. 결국 신앙은 의지(will)의 문제이지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세계 어느나라 기독교에도 한국장로교처럼 이단시비가 있는 곳이 없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김요셉 목사, 이하 한교연)이 한참 열을 올려 이단싸움을 심하게 하다가 이제는 덕이 없는 수치스러운 일로 생각하고 이단 시비를 그만하자고 합의하였다는데 한교연측이 또 이를 파기하자 재차 이단시비가 전개되는 양상이다. 칼빈주의 신학이 가지고 있는 교리적인 신학적 문제는 언제고 다시 생길 수 있기에 앞으로 이 문제는 현재 진행형으로 남게 될지 모른다. 그러므로 교리주의적인 독선을 버리는 것이 영구적인 대책이다. 그리고 요즘 '한국예수교장로회총회'라는 연합체를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수많은 한국의 장로교인들이 과거의 교리적 논쟁과 분열의 회개와 철저한 반성 없이는 영구성이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단순하고 원초적인 기독교의 구원의 신앙 하나로 뭉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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