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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응진]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미국쇠고기수입에 대한 반론)

윤응진·한신대 기독교교육학과 교수

출처 : 윤응진 교수의 기독교 교육 아카이브<바로가기 클릭>

기장 총회회보 2008년 6-7월호(제495호) 권두언

요즈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이 점차 강렬해지고 있다. 아무도 조직하지 않은 ‘촛불문화제’가 연일 열리고, 지도부도 없이 밤샘농성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시위 참여자들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들이 바른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의지가 없는 정부에 각성과 정책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행동이 단지 소통의 결여로 인한 과잉 반응으로 간주될 수 있는가? 심지어 반미세력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 폄하될 수 있는가? 이런 해석들은 아직도 현실감각이 결여된 것이므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촛불시위에 나선 사람들의 마음으로부터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1. 촛불시위에 나선 초․중․고등학교 학생들과 그들의 어머니들의 불안은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대한 불안은 정당한 것이다. 우리의 식탁이 생명을 키우기는커녕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독소들로 오염이 될 위험에 직면하여 어찌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정당한 불안을 은폐하려는 지도자들의 시도야말로 특정한 집단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대변하고 있어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우리의 식탁은 항생제와 살균·살충·제초용 농약, 유전자 조작 작물(GMO), 방사선 살균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광우병을 유발할 위험물질들이 수입되게 된 것이다. 물론 정부당국은 미국산 쇠고기도 국제수역사무국(OIE) 등이 정한 뇌·머리뼈·척수 등 광우병 유발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고 먹으면 위험하지 않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일단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위험요소를 완벽하게 제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의 2002년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공공보건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이용하는 식품과 다른 제품들에 언제 중추신경 조직이 포함될 수 있는지 항상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쇠고기와 쇠고기 추출물, 쇠고기 조미료와 같은 많은 식품들은 흔히 (척추를 포함한) 소 사체의 뼈 잔류물들을 삶아서 만들고 있다.” 따라서 핫도그와 햄버거, 피자 토핑(위에 얹는 크림이나 치즈)은 소 척수에 오염될 수 있다.
그러므로 미국인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아무런 의심 없이 먹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자국산 쇠고기의 안전도를 의심해 풀로만 키운 소의 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축산업자들이 소에게 식물성 사료만 먹인다면 우리도 미국산 쇠고기를 외면할 까닭이 없을 것이다.

2. 문제의 본질은 창조주 하나님의 뜻에 저항하는 자본의 횡포이다. 채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인다니 말이 되는가? 심지어 소에게 소의 고기를 먹이다니, 어찌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소에게 소의 잔해를 먹이는 사료정책은 폐지되었다지만, 돼지나 닭의 사료가 소 사료와 섞여 일어나는 교차오염의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더구나 미국 사료공장이 모두 정부의 정책을 따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위험성이 낮다고 주장하는 쪽은 사료 생산업자들과 공장식 축산업자들, 그리고 미국 정부 관리들뿐이다.

광우병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 사육자들은 왜 동물사료에 집착하는가? 시사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식품 전문가인 윌리엄 레이몽은 그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한다. “한마디로 돈 때문이다. … 이윤, 이윤, 이윤. 대부분의 문제는 결국 거의 돈 때문에 발생한다.” 동물사료를 섞은 혼합곡물사료는 비용을 절약하고 더 큰 소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성장호르몬을 투입하여 소의 발육을 촉진한다.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이 모든 조작이 결국 ‘이윤추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광우병 공포라는 문제의 핵심에는 창조의 질서를 파괴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미국 자본가들의 범죄행위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광우병에 대한 공포는 생태계 파괴에 대한 분노로, 그리고 자본 숭배에 대한 거부로 발전되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동물사료로 사육되는 한, 반(反) 생태학적 정책이 포기되지 않는 한, 그것을 거부하는 것이 신앙인에게는 당연하고 마땅한 신앙고백적 행동이다!

3. 대미관계에서 종속적 위치에 있는 한국 정치 지도자들의 태도가 문제이다.

미국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은 미국의 ‘국익’에 따라 생각하고 판단하는 자들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들과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자들이다. 그들이 한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싼 값으로 양질의 쇠고기를 공급해주기 위해 투쟁할 까닭은 전혀 없다. 미국의 정부당국자들은 자국 축산업자들의 이윤확보를 위하여 쇠고기 수입제한을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정부 당국자들의 태도는 어떠한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서두르는 그들은 대체 어느 나라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그들을 과연 우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봉사하는 일꾼들이라 할 수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우리의 식탁을 보호하기보다는 미국 정부와 축산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부시 행정부의 논리로 우리 국민들을 설득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미국산 쇠고기는 하등의 문제도 없는데 우리 국민들의 과민반응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어찌 한국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일반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거리고 나서게 한 배후세력이 바로 그들이 아니던가!

4.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일부 종교계, 언론계, 학계의 사이비 합리성 주장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뉴라이트 계열의 ‘기독교인들’과 ‘지식인들’이 현실 왜곡에 앞장서고 있다.  

대부분이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고백하는 미국 정치인들과 축산업자들이 어떻게 한국인들에게 자신들도 먹지 않는 광우병 위험물질까지 떠넘기려 하는가? 이로써 미국의 정책은 ‘기독교’ 신앙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한국의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조차 그 미국을 ‘기독교’의 이름으로 무조건 옹호하고 나설 수 있다는 말인가! 신앙을 가장한 숭미행위는 파멸적인 우상숭배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하나님과 맘몬(Mammon) 사이에서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지식인들은 우리 국민들이 바른 판단에 이르도록 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계몽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지식인들의 문제의식이 일반 국민들의 문제의식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말인가! 실용과 합리성을 가장한 지식인들의 일방적인 친미성향은 미국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명을 파괴하는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위대한 거부’를 표명하는 것이 지식인의 도리이며, 파멸로 향하고 있는 인류를 구할 수 있는 봉사행위가 된다. 허위의식에 사로잡힌 지식인들은 스스로의 생명까지 파괴할 독소를 보호하기 위해 자본에 굴복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하라고 가르쳤다. 생명을 꽃피울 양식을 구하는 간구는 오늘날 바른 먹거리를 위한 싸움으로 이어져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저항은 기독교인에게는 창조주 하나님께 대한 신앙고백적인 신앙행위이다. 우리는 지금 ‘온 생명을 살리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의 삶을 살도록 요청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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