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논평] 정치권의 ‘종교편향’은 기준이 없다

‘종교편향’이라는 말이 시도 때도 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 말은 원래 불교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써, 지난 수 년간 불교단체 종자연(원래명칭: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기독교 공격논리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대표적 정당인 민주통합당이 국회에서 기독교인 공직자를 공격하는 데 이용하고 있는 실태를 보면서, 과연 ‘종교편향’의 의미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그야말로 수권정당을 부르짖는 정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인지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통합당은 불교에 대한 특혜의식과 기독교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을 여러 차례 보여 왔다. 2011년 유 모 환경부장관 청문회에서는 뜬금없이 유 후보자가 2007년부터 교회에 헌금한 액수를 두고 마치 대통령에게 주기라도 한 듯 ‘입각기여금’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기독교인의 자발적인 헌금을 마치 뇌물처럼 여겨지도록 공론화시킨 바 있다.
 
2012년 김 모 대법관 후보에 대해서도 역시 조계종의 ‘종교편향 공직자’란 발표를 그대로 이어받아서 반대 입장을 펼쳤는데, 김 모 대법관 후보자가 기독교인 간의 재판과정에서 원만한 합의를 위하여 기도하게 하였다는 것이 ‘종교편향’이라는, 조계종의 입장을 전달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최근에는 안 모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광주성시화운동의 고문이었다는 이유로 박 모 민주통합당 의원이 “종교 편향 문제는 헌법 위반 여부와 직결돼 있다. 특히 MB 정권 이후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이 사법부에 줄줄이 임명돼 국민 화합을 저해하는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을 다루는 최고의 재판부가 이런 논란에 휩싸여도 우리 국민은 침묵해야 하는지 크게 낙담하지 않을 수 없다”(오마이뉴스 2012.9.13)고 하여 마치 반기독교 여론을 선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독교계는 민주통합당에게 정교분리 헌법 위배와 종교편향의 뿌리가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 때부터 본격화된 것을 이제 공개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참여정부의 핵심인물들 중 불교인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조계종의 공신이라던 변 모 전 기획예산처 장관 때부터 템플스테이 등 조계종에 지원되는 예산이 급증했고,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청와대 불자회 회장을 하면서는 불교계의 공식적인 민원창구로 이용되었고, 심지어 대통령 통치자금을 사찰들에 대폭 지원하였으나, 이에 대해 박 모 의원이나 민주통합당이 문제제기를 하거나 잘못을 반성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
 
정부는 조계종 총무원 사무실이 있는 건축에만 200억여 원을 지원하였고, 목동에 있는 ‘국제 선 센타’를 짓는 데도 200억여 원을 지원하였다. 그런데 불교단체들은 사랑의교회가 교인들이 결의하여 자비(自費)로 건축하는 것도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것이 심각한 ‘종교편향’인가?
 
참여정부 시절 불교계 각종 사찰들이 수백억 원의 세금으로 지어진 것에 대해 박 모 의원과 민주통합당은 ‘종교편향’을 주장하거나, 이를 문제시 했는지 묻고싶다.
 
현재 헌법소원이 검토되고 있는, 대표적인 종교편향적 법안 몇 가지가 있다. 이런 법안이 만들어질 때에도 민주통합당의 여러 의원들은 발의에 참여하였고, 통과시켰다. 이에 박 모 의원은 자당 의원들에게 ‘종교편향’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는가?
 
안 모 한나라당 전 대표와 조계종 총무원장의 만남을 주선하여 불교계의 숙박사업인 템플스테이(일본 불교에서는 ‘숙방’이라고 함)에 지원특혜를 늘리는 것을 논의하였을 때에, 민주통합당은 단 한마디라도 불교계에 대한 종교편향성을 지적한 적이 있는가? 일본 불교의 영리사업인 ‘숙방’(방에 머물다)을 한국 불교계가 ‘템플스테이’로 지원하는 특혜 예산은 이제 1천억 여원에 달하고 있다.
 
더욱이 안 모 전 대표와 자승 총무원장의 만남 자리를 주선했던 김 모 전 불교문화재단 대외협력위원은 이제 민주통합당의 불교 특보를 맡아 각종 불교 특혜의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대표 경선 시 각 후보들이 불교계에 대한 세금 지원과 행정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경쟁하듯 공약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의 종교편향성이 이러할 진데, 박 모 의원이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않은 채, 기독교인의 눈의 티끌을 찾겠다고 난리를 부리는 형국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민주통합당은 전국 정당이라고 하지만, 그 기반은 호남에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호남지역은 기독교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지역이다. 이곳에서 외국인 선교사와 그 가족이 60여 명 이상이 사망하면서도, 학교와 병원, 교회 등을 지어 민족 인재들을 육성하였고, 3·1만세운동을 교회들이 뒤에서 지원하기도 하였으며, 선교사들은 광양의 20만평을 개간해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던 지역이다.
 
그리고 한글 보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한글 성경이 번역된 곳도 구례 지리산 노고단의 선교사수양관이다. 그러가 하면 한센병(문둥병) 환자들이 최초로 인간적인 대우를 받게 된 애양원도 호남에 있다. 지금도 호남 지역 곳곳에는 기독교 역사의 흔적들이 상당수 남아 있다.
 
구한말 일본 불교가 부산에서 포교를 시작한 이래 불교세가 강한 영남권의 정치인들이 불교 보호를 외치는 것과는 사뭇 다르게, 기독교가 기여한 바가 많은 호남에 근거를 둔 민주통합당에서 기독교를 차별하는 정치인들이 득세하는 것을 보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은혜를 모르는 정치 세대의 기준도 모호하고 무원칙적인 ‘종교편향’ 발언 남발과 그 행위들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밝혀둔다.
 
2012년 9월 14일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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