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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특별강연] 남북관계 발전과 동북아시아의 평화

날짜 : 2008년 10월 16일
장소 :  한신대학교 ‘평화와 공공성 센터’(소장 채수일 교수)
행사 : 한신대학교 ‘평화와 공공성 센터’  창립기념행사


 남북관계 발전과 동북아시아의 평화
김대중 전 대통령


존경하는 서재일 총회장, 나홍균 이사장, 윤응진 총장, 채수일 소장, 그리고 교수, 학생과 내빈 여러분!

오늘 한신대의 ‘평화와 공공성 센터’ 창립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몇 말씀 드리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한신대는 창립 이래 일관되게 예수님의 가르침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눈먼 사람들을 보게 하고, 억눌린 자들에게는 자유를 주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데 헌신했습니다. 즉, 한신대는 단순히 개인적 구원만이 아니라 사회적 구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가장 모범적인 ‘예수님의 대학’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한신대는 자유와 정의의 실천을 위해서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싸우고 노력해 왔습니다. 한신대를 졸업한 수많은 인재들은 사회, 정치 등 여러 분야에 참여해서 현실개혁에 몸바쳐 힘쓴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고통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 나라 도처에서 자유를 부르짖는 곳에 한신대가 있었고, 정의에 목말라 하는 곳에 한신대가 있었습니다.

저는 확실히 믿습니다. 한신대는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대학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대학 중의 하나라는 것을 확신해 마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저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1994년 미국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연설한 이래 일관되게 미국은 북한과 직접대화하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라고 권고해 왔습니다. 공동이익을 실현하는 ‘햇볕정책’입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도 이러한 정책을 일관해서 추진했습니다. 대통령 재임 중 전반기에 상대했던 클린턴 대통령은 저의 ‘햇볕정책’을 두고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2001년 대통령에 취임한 부시 대통령은 이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북한에 대한 대화와 협상을 반대했습니다. ‘악을 행한 자와는 대화할 수 없고, 어떠한 보상도 줄 수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6년이 지나는 동안 부시 대통령의 정책은 너무도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 판명되었습니다. 북한은 NPT(핵확산금지 조약)를 탈퇴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감시요원을 추방했습니다. 또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깨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마침내 2006년 10월에는 핵실험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시 정권은 전쟁으로 북한을 응징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또 일본과 함께 추진한 경제제재도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한 결정적인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결국,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과 제가 합의한 북한과 직접대화를 시작하고 주고받는 협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늦게나마 바른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 것은 잘된 일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부시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정책을 취했더라면 북핵문제는 진작 해결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북한이 핵보유국가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되었을 것입니다. 참으로 아쉬운 일입니다.

이번에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한 것은 만시지탄이 있지만, 매우 잘된 것입니다. 이제 북한은 다음의 제3단계 협상을 통해서 핵에 대해서 일호의 의문의 여지없이 모든 것을 공개하고 완전히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제사회에 나와서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이 평화의 대열에 참여하면서 스스로의 발전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남북관계도 큰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지금 정부는 남북대화를 열지 못해서 국제적 흐름에서 소외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남북대화는 시급히 재개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립과 손실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해야 할 결단은 첫째, 6·15남북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 문제의 인정 없이는 남북관계의 정상적인 추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지금 굶주림 속에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북한 동포를 위해서 쌀의 인도적 지원을 조속히 재개해야 합니다.

셋째, 개성공단의 노동자 숙소를 약속대로 지어줘야 합니다. 지금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노동력이 부족해서 아우성인데 개성지구의 노동자는 이미 모두 고용했고 이제는 외지에서 데려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가 필수불가결합니다.

넷째,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합니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교류 협력의 시발이고 북한 영토 내에 있는 우리의 기지인 것입니다. 또한 금강산 관광을 통해서 193만 명의 국민이 북한을 직접 경험해서 북한에 대한 큰 자신을 얻게 되고 통일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섯째, 이상과 같은 사항들을 실천하면서 북한에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해야 합니다. 정상회담만이 새로운 신뢰 속에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화해협력 그리고 동북아의 평화안보체제 구현에 성공적인 합의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6.15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민심이 크게 변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쌀을 주고 비료를 주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남쪽이 우리를 미워한다는데 그것이 아니지 않으냐. 이것이 남쪽의 우리에 대한 동포애가 아니고 무엇이냐. 남쪽은 잘살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통일을 하루속히 했으면 좋겠다.’라는 심리적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적 변화는 문화적 변화까지 일으켜서 지금 북한 내에서 남한의 대중가요, TV 드라마, 영화 등이 비공식적으로 광범위하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6.15이후 8년간 우리는 북한을 이만큼 변화시켜 놓은 것입니다. 어찌 이를 ‘퍼주기’라 할 수 있으며, ‘잃어버린 10년’이라 하루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러한 견해를 단호히 반대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현재의 경제난국을 타개할 획기적인 방법은 북한으로의 진출입니다. 북한은 세계적인 지하자원의 보고입니다. 텅스텐, 마그네슘, 금, 동, 석탄 등이 널려 있습니다. 또한, 세계가 아직 가보지 못한 미개척 관광지들이 많습니다. 금강산, 묘향산, 백두산, 평양, 개성 등은 아주 매력적인 관광자원입니다. 북한의 노동력은 가장 우수하고 임금은 중국의 절반 수준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출발한 기차가 북한을 거쳐서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3할 정도 절감됩니다. 한국은 일거에 태평양 지역의 물류 거점이 될 것입니다. 물류가 일어나면 산업과 금융과 보험업이 일어나고 문화 관광사업이 일어납니다. 우리에게 엄청난 경제적 발전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북한도 큰 이득을 보게 될 것입니다. 지금 세계 각국이 북한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익의 입장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저는 지금부터 37년 전인 1971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서 ‘미일중소 4대국에 의한 한반도 평화보장’을 주장했습니다. 지금의 6자회담은 이 4대국에 남북한이 합쳐진 것입니다. 2007년 2월 13일 합의된 6자회담에서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를 구성할 것을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크게 보면 북핵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합의인 것입니다.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의 최대 수혜자는 한국입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주변 강대국에 의해서 엄청난 압박을 받아왔고 때로는 국권까지 상실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세력균형만이 우리가 평화와 안전을 누리는 길입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우선 미국과의 동맹을 굳건히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미국만이 한반도에서 세력균형의 중심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중국, 일본, 러시아 3국과도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즉, ‘1동맹 3협력체제’를 견지해 나가는 것만이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의 자주성과 이익을 지켜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4대국이 상호견제하면서 한반도 평화에 협력하면 우리의 안전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고, 우리 또한 4대국과의 순조로운 경제협력을 통해서 큰 혜택도 보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일관되게 ‘6자회담은 성공할 것이다. 그 외에 대안이 없다.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고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햇볕정책만이 해결의 길이다.’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이제 실현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적 합의 속에 남북관계를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3원칙 밑에 발전시켜서 남과 북이 다같이 평화를 향유하고 경제적 발전을 실현시키는 공동이익의 방향으로 노력해야겠습니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하게 되면 북한 내에 중국과 같이 중산층이 생길 것입니다. 경제인과 지식인과 같은 중산층이 생기면 그들은 자기들이 가진 재력 등 실력으로 북한을 민주화의 방향으로 밀고 나갈 것입니다. 과거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중산층인 부르주아지들이 정치를 봉건체제에서 민주체제로 변화시켰습니다. 지금 중국에서도 날도 늘어나는 5천만 명 이상의 중산층이 서서히 그러나 착실히 민주화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이미 당헌에 당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종래와 같은 노동계급만이 아니라 기업인과 지식인까지 포함한 ‘3개의 대표론’을 규정해서 중산층을 지배층에 영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통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력통일도 반대해야 하고 흡수통일도 반대해야 합니다. 무력통일은 민족 공멸의 길입니다. 흡수통일은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고 또 수십 년 동안 적대관계에 있었던 결과로 정신적 갈등을 면할 수 없습니다. 독일의 경우가 좋은 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계적이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지향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승자와 패자로 구별된 통일이 아닌 공동승리의 통일을 이룩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만이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한신대 관계자 여러분!

지금 일부에서는 과거로의 역주행이라는 말이 빈번히 나오고 있습니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저는 확실히 믿습니다. 이승만 독재도, 박정희 독재도, 전두환 독재도 국민의 힘 앞에서는 무너졌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은 과거보다 훨씬 더 현명하고 강해졌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이 피와 눈물로 쟁취한 우리의 민주주의를 앞으로도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고 확신해 마지않습니다.

여러분들이 한신대의 창학정신과 한신대 출신 선배들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견지해서 다시 한번 이 나라 민주주의와 정의와 평화적 통일을 추진하는 선봉장이 되어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평화와 공공성 센터’의 창설을 다시 한번 축하하고 무궁한 발전을 빌어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공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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