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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 ‘사람의 아들’(인자) 교회 되어야 上

이장식·한신대 명예교수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베리타스 DB
오늘날 한국민족사회에서 기독교가 괴리(estrangement) 상태에 있는 현실과 그 이유에 대한 진단이 여러가지 있을 수 있다.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한국 기독교계를 비판하는 한국 지식 계급의 인식이다.

이것은 한국 기독교에 기대한 정신적, 도덕적 감화의 무력과 함께 국가나 사회에 대한 종교적 공헌의 무의에 대한 인식인데 환언하자면 한국기독교에 대한 실망이다. 다음은 한국 국민의 대다수가 되는 저소득층 사람들이 현재 한국기독교를 중산층 또는 그 이상의 계층의 종교라는 인식으로 기독교는 자기들에게 무익한 종교라는 인식일 것이다.

그동안 한국교계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사회의 이러한 인식과 비판을 감지하고 교회 갱신에 대한 의견들이 속출했다. 한국교회의 이미지 혁신에는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교회의 이미지 혁신은 기독교회의 본질의 회복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초대교회의 이미지 회복이 필요한데 그것은 메시야 그리스도 곧 왕자의 교회가 아닌 ‘사람의 아들’의 교회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억압과 소외와 가난과 병 등으로 유대인 사회나 유대교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과 동일시한 예수의 삶과 사역에 일치되는 이미지일 것이다.

베드로가 예수를 주는 그리스도시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그의 왕위와 신성을 고백했을 때 예수는 그 자리에서 베드로의 입을 막고 또 제자들에게도 엄명하여 그러한 명칭을 자기에게 적용하거나 밖으로 발설 못하게 했다. 그 대신 자기가 멀지 않아 고난을 받고 죽을 것을 예고하여 그들의 기대를 실망시켰다.

그리고 그의 많은 이적과 기사와 비유에서 자기의 처신과 사역을 잘 보여주었고, 설명했는데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나선 목자와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이 살고 일하다가 죽임을 당할 것을 거듭 다짐했다.

예수가 부활한 후에는 그의 제자들과 추종자들은 ‘사람의 아들’을 메시야 곧 그리스도(왕)으로 기대하고 따랐던 자기들의 기대감에 다소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으나 여전히 그를 그리스도 곧 왕으로 고백하거나 전파할 수 없었고 무서워서 숨어 다니던 비밀집단의 작은 무리였었다. 예수는 유대인 사회에서는 유대교의 배신자로, 로마인들 사이에서는 극형인 십자가를 진 죄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비참했던 ‘사람의 아들’을 따랐던 무리를 ‘그리스도인’ 곧 예수라는 왕의 당원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 예수가 처형된 후 13여 년의 지나서 팔레스타인 밖의 안디옥에서였다. 안디옥의 이방인 교인들은 자기들은 유대인도 아니고 또 로마인도 아닌 종류의  새 종족이라는 뜻으로 그리스도인, 곧 기독교인이라고 스스로 불렀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라는 ‘사람의 아들’의 인자로서의 영광과 존귀를 전파한 것이 아니고, 죄인과 불우한 모든 사람들을 차별없이 사랑하고 섬기다가 의로운 죽음을 당한 사람으로 소개했다. 바울과 바나바의 선교의 메시지가 그러한 것이었고, 또 베드로가 로마의 백부장 고넬료의 집에 가서 설교하면서 이방인이거나 속되고 정결하지 못한 사람들도 하나님이 깨끗하게 하시고 차별없이 성령은 내려 주신다고 설교했다.

예수는 구약 다니엘서에서 세상의 권세자들은 쳐부수고 심판할 ‘사람의 아들’처럼 보인 존재와 자기를 동일시 하지 않고 오히려 이사야가 말한 고난받는 수난의 희생양의 존재와 자기를 동일시 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그를 메시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때 그들을 피해 갔다.

그는 자기의 신성이나 ‘하나님의 아들’이란 말을 결코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사람들과 자기를 동일시하여 세리 집에서 동거동락했고, 삭개오 집에서 유하기도 했으며 한센병자를 고쳐주면서 손을 내밀어 만져주기도 했다. 또 눈먼자의 눈에 손을 대어서 고쳐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기를 집도 없고 굴도 없는 떠돌이라고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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