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의약품 재분류안 중 응급피임약 관련 부분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의견을 제시합니다.
1. 의약품 재분류안 중 응급피임약 관련 항목의 내용
가. 재분류 이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의약품의 안전하고 합리적인 사용을 통해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자 기허가 의약품의 분류 현황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재분류 이유를 밝혔습니다.
나. 응급피임약 관련 항목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긴급피임제인 레보노르게스트렐 정제를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할 의약품으로 분류한 후에 그 근거로서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부작용 발현양상 등에 특이사항이 없고 국내외에서 장기간 사용되어 왔다. 다만 청소년 등은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토록 일반의약품으로의 사용 연령을 제한한다.
(2) 장기간 또는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고 1회 복용하는 의약품이다.
(3) 임상시험, 학술논문, 시판 후 조사 결과 등을 검토한 결과 사전 피임제에서 문제가 되는 혈전증 등 부작용 우려가 거의 없다.
(4) 가장 흔한 부작용은 구역, 구토, 일시적인 생리주기 변화 등으로 일반적으로 48시간 이내 사라진다.
(5) 긴급피임제의 주요 작용기전은 배란 억제이며, 일단 수정란이 착상된
이후에는 임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낙태약이 아니다.
(6) 미국(2006년 OTC 전환, 17세 미만은 처방 필요), 영국(16세 미만은 처방 필요),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2. 재분류안 중 응급피임약 관련 항목에 대한 의견
2-1. 총론적 의견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의약품 재분류를 실시하는 이유로서 의약품의 안전하고 합리적인 사용을 통해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는 것이 재분류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약품 재분류의 목적은 국민건강증진에 앞서서 인간의 생명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만일 인간의 생명에 중대한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면 재분류 시도는 중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건강증진보다 더 중요하고 우선적인 가치는 인간의 생명의 보호입니다. 인간의 생명의 보호라는 상위의 가치를 희생시키면서 건강증진이라는 하위의 가치의 실현을 도모하는 것은 생명윤리의 기본원리를 깨뜨리는 처사입니다.
2-2.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려는 이유들에 대한 의견
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위 이유 (5)항에서 문제의 긴급피임약은 주요 작용기전이 배란 억제이며, 착상된 이후에는 임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전환의 이유로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위 이유 자체에 의하더라도 긴급피임약은 배란을 억제하는 작용기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긴급피임약은 착상 이전의 배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배아는 착상 여부에 상관없이 수정된 순간부터 살아 있는 인간생명입니다. 배아가 살아 있는 인간생명이라는 사실은 종교계뿐만 아니라 과학계 안에서도 유전학적이고 발생학적인 탄탄한 과학적 근거에 의하여 주장되고 있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아무런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착상 이전의 배아의 생명을 고려의 대상에서 아예 언급하지 않고 외면하는 것은 결코 공정한 태도가 아닙니다. 긴급피임약은 수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방해하는 작용에만 머무르지 않고 배아가 착상하는 것을 방해하여 죽게 하므로 실질적인 낙태약이라고 할 것입니다.
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위 이유 (1), (3), (4)항에서 응급피임약은 부작용 발현양상 등에 특이사항이 없고, 혈전증 등 부작용이 없으며, 구역, 구토, 일시적인 생리주기 변화 등이 있긴 하나 48시간 이내에 사라진다고 명시함으로써 응급피임약에 뒤따르는 부작용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응급피임약이 사전피임제와 비교해 볼 때 10배 이상의 고농도 호르몬제재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명시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고농도 호르몬제재가 인체 안에 들어 올 경우에 예측할 수 없는 각종 부작용이 수반된다는 것은 상식적인 사실입니다.
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위 이유 (2)항에서 응급피임약이 장기간 또는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고 1회 복용하는 의약품이라는 점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호도하는 매우 위험한 주장입니다. 응급피임약은 성관계를 가진 때마다 매번 1회 복용한다는 것인데, 응급피임약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평생 성관계를 1회만 가진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응급피임약을 통하여 쉽게 피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성관계를 수없이 자주 가지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응급피임약을 복용할 것입니다. 성관계를 가질 때마다 응급피임약을 복용한다면 이는 응급피임약을 장기간 반복하여 복용하는 셈이 됩니다. 따라서 응급피임약 복용 시 뒤따르는 후유증들이 반복하여 나타나게 될 것이고 이 후유증이 누적될 때 여성의 건강은 심각하게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라. 응급피임약이 완전한 피임방식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있습니다. 응급피임약을 통한 피임이 실패하여 임신을 하게 되면 응급피임약을 통하여 영향을 받은 배아에게 어떤 이상 현상이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려우며, 결국은 낙태를 유도하는 풍조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마.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위 이유 (1)항에서 청소년의 경우에 의사의 처방을 받도록 규제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입니다. 응급피임약이 의사의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풀린 터에 청소년을 대신하여 예컨대 부모나 성인인 가족이 구입하여 청소년에게 전달하는 경우와 같은 편법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없게 됩니다.
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1년 노레보정의 수입허가 여부를 논의할 당시에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여 엄격히 통제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수입에 대한 양해를 구한 바 있는데, 지금 와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한다면 스스로 한 공적 약속을 깨뜨리는 것이 됩니다.
사. 응급피임약은 그 자체가 문란한 성문화를 조장하는 약리작용을 내포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일반의약품전환을 통하여 응급피임약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경우에 비교적 안전하고 윤리적인 문제가 없는 사전피임약 사용의 번거로움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과 심리적인 부담을 덜 느끼고 보다 자유롭게 성관계에 임할 수 있게 한다는 점 때문에 문란한 성관계 조장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아. 이상의 논거들에 근거하여 볼 때 응급피임약은 마땅히 판매 자체가 금지되어야 합니다. 원천적인 판매금지라는 조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여 그 사용을 전문의사와의 상담을 거치도록 한 것은 이 약의 부작용을 줄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이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없애 버리고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여 박카스나 피로회복제처럼 전문의사와의 상담 없이도 모든 국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낙태예방은,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이라는 동기와 효과가 불분명한 근시안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낙태를 조장하는 모자보건법의 개정과 낙태관련법의 강화, 사법당국의 낙태처벌의지의 강화, 건강에 문제가 없는 사전피임약의 보급과 피임교육, 미혼모 보호기관의 확충, 미혼모와 양육모의 경제적 지원, 장애 자녀 가정의 교육비 지원, 올바른 성교육 등 범사회적이고 근원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2012. 7.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공동대표 박재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