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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 오병이어의 기적만으로는…

이장식·한신대 명예교수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베리타스 DB
오늘날 한국국민이 당면하고 있는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위기보다도 더 심각하고 영구적인 문제는 한국의 모든 기관과 조직체와 직종과 기구와 단체 속에서 정신적 및 도덕적 타락과 부패의 병균이 남녀노소의 빈부와 귀천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다 썩어들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한국의 종교계와 교육계의 타락과 부패이다. 국민의 정신적, 도덕적 부패를 치유할 종교계가 부패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재생의 희망이 없다는 말이다.

종교는 사회 정신적 및 도덕적 분류로서 존재하면서도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복지와 구제사업도 겸해왔었다. 한국 개신교가 지난 30, 40년 동안 교회 자체의 심장과 부흥에 매진하다가 불우이웃돕기에 등한했다는 비평을 받고 이제 이웃돕기 운동에 눈을 뜨고 조금씩 구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구교회의 삼분의 일 정도가 재정적으로 자립하고 있다고 하니 한국교회의 이웃돕기 운동의 혜택은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교회의 이웃돕기 운동이 크고 작고가 문제가 아니고 교회의 선교의 본질적인 사명인 인간구원이 되지 않고서는 물질적 구제운동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니, 비록 그것이 오병이어의 기적과 같은 것이 될지라도 한국교회가 자체 거듭나서 자체적인 성화와 도덕적 감화력과 헌신적인 봉사 없이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예수님이 세례요한의 비참한 죽음의 소식을 들은 후 혼자 한적한 곳에 물러가서 앞으로 자기의 할 일과 갈 길을 숙고하고 있었을 때 빈들에서 굶주린 몸으로 자기를 따라온 5천명 이상의 무리를 보시고 오병이어의 작은 물질을 가지고 그 많은 사람을 먹이고도 남게 한 기적을 행하였다. 이 기적은 그들에게 육신의 양식을 제공하는 기적 이상의 기적을 그가 이 기회에 예고하는 심정으로 그 작은 물질을 높이 들고 하늘을 우러러 보면서 축사(감사)하고 그 떡과 생선을 군중들에게 나눠주어 먹게 하였다. 그의 이 행위는 제물을 하나님께 바치는 제사와 같은 것인데, 그가 제자들과 최후만찬을 가졌을 대 떡을 들고 하나님께 감사(축사)하고 떼어주면서 자기의 몸을 희생제물로 바칠 자기의 십자가의 죽음을 예고하신 것과 일치하는 제식祭式이었다. 즉 오병이어의 양식으로 그 군중을 먹이는 기적으로 자기의 생애의 사역을 다 하는 것이 아니고 그 이상으로 자기 자신의 몸을 제물로 바치지 않고는 자기의 인간구원의 사명을 완수할 수 없다고 일찍부터 작심한 것이었다. 그가 그 많은 군중의 굶주림을 해결해주신 것을 보고 사람들이 또 다시 먹을 것을 바라서 자기를 찾아왔을 때 그는 자기의 사명을 그들에게 일깨워주었다.

모든 종교와 마찬가지로 기독교도 인간의 세속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데는 한계가 있고 또 정치나 사회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도 한계가 있다. 종교의 본분은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또 도덕적으로 감화시켜서 사회와 국가를 평화롭고 안전하게 하는 것이다.

제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초기에 고용주들의 자본의 힘도 빈약하였고 또 산업사회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나 경험이 없었다. 그리하여 노동자들이 박봉과 장시간의 노동으로 시달렸고 그리고 노동자들의 후생시설 등등이 극도로 빈약했을 때 교회들이 노동자들을 위해서 공헌한 바가 컸었다. 임금문제와 노동시간의 개선 이외에 노동자들의 후생시설과 계몽운동 등을 위하여 교회들이 교회당 건물을 사용하여 그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였고 그들의 생활개선과 함께 그들의 권익(權益)을 위한 교양을 주기 위하여 교회건물에 부설공간도 만들어 그들을 많이 교회로 이끌어들였다.

그런데 산업의 발전에 따라 여러 가지 시설과 근로조건과 환경이 개선되고 호전되었을 때 근로자들이 교회가 제공하던 시설이나 후생사업에서 벗어나서 산업장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교회가 제공했던 시설이나 공간은 텅비게 되었고 그렇다고 신자가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런던에 있는 한 큰 감리교회의 교회당은 영국의 산업발달 초기에 노동자들을 위하여 지었던 것인데 지금 그 교회당 안에는 많은 방들과 작은 집회실들이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이 늘 텅비어 있다. 그 까닭은 이 때 이 교회와 같은 많은 교회들이 노동자들을 위하여 많은 유익한 일을 했지만 그들을 신자로 만드는 복음전도의 일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시인하고 있는 사실이다.

예수님도 오병이어를 가지고 군중의 굶주림을 먹일 수 있었던 큰 기적만으로는 인간을 구원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십자가의 대속의 죽음의 감화와 힘이 사람을 변화시켰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도 물질적 구제사업으로는 한국사람들을 죄와 악과 부패와 타락에서 구원해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비타산적인 베푸는 은혜와, 예수 그리스도의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주려는 사랑과, 성령의 감화와 지도를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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