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논평] ‘목사’라는 호칭 남발로 교회가 피해를 입어

지난 2월 11일 전남 보성 지역에서 발생한 모 종교인이, 자녀들의 죽음을 방치한 사건에 대하여 엉뚱하게도 언론들이 ‘목사’라는 호칭을 신분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가운데 사용하여 교회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은 독감에 걸린 자녀 3명에게 모 종교인이 잡귀가 들렸다고 폭행을 하였고, 숨진 지 10일이 지나도록 시신을 방치한 엽기적 사건이다. 그런데 각 언론들은 이 종교인에게 ‘목사’라는 호칭을 사용하여 대대적으로 보도 하였다.

그러나 곧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자녀들을 숨지게 하고 그 시신을 방치한 사람은 신학대학을 졸업하거나 어느 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다. 가끔 일어나는 일이지만, 언론들은 어떤 종교인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면 기독교와 직접 관련이 되는 지를 확인하는 절차도 없이 기독교 성직자의 호칭을 함부로 사용하므로, 기독교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도 이 사건을 보도한 대부분의 언론은 기독교의 이미지를 크게 가늠할 수 있는 ‘목사’라는 용어를 마구 사용하였다. 이럴 경우 기독교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의 오해는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하게 된다.

우선 각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살펴보면, KBS는 2월 11일 뉴스를 통해 ‘목사가 독감으로 숨진 자녀를 기도하며 방치’했다는 내용으로 보도하였다. MBC는 ‘교회 목사의 세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SBS도 같은 날 8시 뉴스에서 ‘한 목사가 독감에 걸려 숨진 자녀 3명을 기도로 살리겠다며 집안에 방치’라는 보도를 하고 있다. 또 YTN은 ‘보성 교회서 목사 자녀 3명 숨진 채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뉴스를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도 11일 ‘목사 숨진 자녀 기도로 살린다며 방치’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11일 인터넷판을 통해 ‘목사 기도로 살린다. 자녀 3명 죽은 뒤...충격’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고 있다. 동아일보도 ‘감기 걸린 삼남매 목사에게 맡겼다가 숨진 채...’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판에서 보도하고 있다. 문화일보도 ‘기도로 병 치료 목사 자녀 3명 숨진 채 발견’이란 제목으로 보도하고 있다.

서울신문도 ‘40대 목사, 자녀 3명 죽자 기도로 살리겠다며...’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만이 12일 인터넷판을 통해 ‘사망한 세 자녀를 기도로 살린다며 시신 방치한 부모’라는 제목과 함께, 박 씨(종교인)는 ‘신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고 확인하고, 정통 교회와 상관없는 사람임을 밝히고 있다. 반면에 중앙일보는 11일자 인터넷 판에서 ‘자녀 방치 숨지게 한 보성 한 교회’라는 제목과 함께 사진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12일에는 ‘큰 딸 구토하다 피를...목사 세 자녀 부검 충격’이란 제목으로 역시 ‘목사’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한겨레는 11일자에서 ‘목사가 감기 걸린 자녀 방치해 3명 사망’이란 제목으로 보도하고 있다. 한국일보도 11일자에서 ‘목사가 숨진 자녀 3명 살린다며 방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매일경제도 ‘보성교회서 목사 자녀 3명 숨진 채 발견’이란 제목으로 교회와 목사를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경제도 11일 보도에서 ‘목사가 숨진 자녀 3명 살린다며 방치’라는 제목으로 대부분의 언론들과 다르지 않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자녀들을 폭행하고, 숨진 시신을 방치한 장본인은 정작 목사도 아니고, 정통 기독교 소속이 아님도 바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언론들이 정통 교회나 기독교 성직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사건에 접근하는 태도는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아 보도의 기본과 신뢰성을 떨어트리고 있다.

이 사건에서, 자녀들의 죽음과 이를 방치한 것이 부모라는 것에서는 누구라도 충격일 수밖에 없다. 또 그들이 종교인이라는 것에서는 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충격적 사건을 정통교회 이미지와 연결시키는 것은 더욱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간단한 사실 하나만 확인했어도 국민들의 기독교에 대한 불신과 오해와 비난을 막을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한 주의를 게으르게 한 것은 언론의 전적인 책임이다. 물론 일반 언론들이 정통 기독교인지, 사이비인지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니다. 즉 간단한 질문만 해 보아도 알 수 있다. ‘소속 교단이 어디인지’ ‘신학대학을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언제 목사 안수를 받았는지’ 아니면, 지역 기독교 연합회나 주변 교회에 문의를 해 보아도 바로 답이 나올 수 있다. 그도 안 되면 기독교 연합기관에 문의하면 신속히 답변해 줄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사실관계에서 어느 분야보다 신뢰를 받아야 할 언론들이 한결 같이 기독교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보도를 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목사’와 ‘교회’라는 수식어를 붙여 의도적으로 기독교를 모욕하기 위한 생각들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불신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 이후에 여러 언론들이 후속 보도를 통해, ‘목사’와 ‘교회’를 빼거나 아니면, 그 종교인이 정통 기독교나 신학을 공부한 바 없고, 목사 안수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을 밝히고 있으나, 이미 앞 서 보도한 내용을 번복하기는 어려운 것이 되고 말았다.

언론은 보도 기능을 통해 보도 대상에 대하여 무차별적인 비판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제는 정작 자신들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도 정직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보도를 한 언론들은 내용을 수정함은 물론, 기독교에 대하여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2012년 2월 13일

한국교회언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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