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과학기술체제에 굴복해선 안돼…자본·권력 민중 아래 둬야”

NCCK 생명윤리위, ‘탈핵과 윤리’ 세미나 개최

"지금 우리 자연계에, 바로 하느님이 마련해주신 정원 안에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것, 가까이 하면 반드시 죽는 것, 바로 그런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핵물질의 연쇄반응입니다. 그런데 이 나무에는 매혹적인 열매가 달립니다. ‘에너지’라고 하는 열매지요.”

3일 오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황문찬)가 주최한 ‘탈핵과 윤리’ 세미나에서 기조 강연을 한 장회익 박사(서울대 명예교수)는 핵에너지를 "죽음의 열매"로 표현했다. 이 열매를 먹고도 죽지 않는다면, "'원죄'로 남아 우리 수 백, 수 천 세대의 후손들에게 그 죄 값이 넘어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담의 ‘원죄’가 왜 그렇게 컸는지 기독교인으로 처음에 납득이 가질 않았다고 고백한 그는 이어 "오늘 우리가 놓인 상황을 보고는 정말로 그렇게도 큰 죄악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행위를 놓고 그 해악의 정도를 다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것이 바로 ‘원죄’라고 하는 특정의 개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핵에너지를 죄악으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에는 "과연 가능한 대안을 제대로 다 살펴보았느냐는 물음이 있다"라며 유엔 산하 대표적 과학자 집답인 IPCC(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지난 해 5월에 제출한 연구 결과에서 발표했듯 재생 가능 에너지만으로 전 세계의 동력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장 박사는 "우리가 지금 세계 GDP의 1%에 해당하는 비용만 재생 가능 에너지 기술개발에 지불한다면 앞으로 40년 이내에 세계 에너지 수요의 80%를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이는 물론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하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돈 박사(한신대). ⓒ베리타스 DB

한편, 기독교 책임 윤리에서 핵 산업의 문제를 짚은 강원돈 교수(한신대)는 핵산업이 유지되는 데 있어 권력 매트리스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분석했다. 강 교수는 "핵 산업은 과학기술체제로서 모든 것 위에 군림하고 모든 것을 지배하고 그 지배에 굴복하는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약속하기에 이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핵 산업 체제에 대항하기 위해 "핵 산업 전체가 가져오는 전 시민적 위험"을 강조하면서 "핵 산업 체제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과 손해를 보는 사람들을 구별해서 균형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의의 감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핵 산업 체제의 무신성을 고발했다. 강 교수는 "핵 산업 체제는 하느님의 존재 따위는 아랑공하지 않을 것이고 전능한 과학과 기술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존재를 송두리째 부정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핵 산업 체제를 바라보는 신앙인들의 책임있는 자세가 무엇인지를 고찰했다. 강 교수는 "핵 산업 체제가 내세우는 무신성의 구호에 맞서서 만물에 대한 창조주의 주권을 고백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신앙고백 때문에 만물을 지배하고자 하는 과학기술체제의 명령에 굴복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과학기술체제가 하느님을 대신하여 하느님 노릇을 하려고 드는 것에 제동을 걸고자 함"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강 교수는 "핵 산업 체제를 해체하여 핵 과학과 기술을 자본과 권력의 구심점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일이고, 자본과 권력을 민중의 통제 아래 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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