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목회자들, 구약학자들에 ‘SOS’

한국구약학회, 목회자들과 구약학자들 만남 열어

한국구약학회(회장 정중호)가 최근 학술대회를 열고 목회자들의 고충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구약과 설교’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대부분의 발표자가 학교 강단이 아닌 교회 강단의 ‘목회자’로 구성된 점이 특이했다. 이들 목회자들은 “구약을 본문으로 설교하고 싶지만, 여러가지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며 구약학자들에게 ‘SOS’를 쳤다.

 ⓒ베리타스 DB

주제발표를 맡은 박병욱 목사(대구중앙교회 담임)는 많은 목회자들이 ‘구약설교’의 필요성을 알고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30명의 목회자를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구약설교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신구약을 함께 설교해야 균형 있다 ▲구약의 예언이 신약에서 성취된다 ▲구약 본문은 내용이 풍성하고 역사와 신앙의 원리를 가르쳐준다고 요약했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구약은 설교본문으로서 ‘기피대상’이라고 전했다. 그 이유는 ▲본문 이해가 어렵고(레위기, 욥기, 예언서 등 난해한 본문이 많다) ▲본문의 배경을 습득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신학지식의 부족”이 구약설교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시간 부족”도 문제다. 박 목사는 “많은 설교학 교과서들이 이른바 ‘본문 중심의 설교’를 권한다. 그런데 본문 중심의 설교를 하려면 해당 본문을 가능하면 고전어로 읽고, 여러 번역본을 대조해서 보는 데서 시작하여, 텍스트를 분석하고 비평해야 한다. 또 어휘, 문맥, 사회문화적 배경을 살피고 저자의 신학을 숙고한 뒤, 이러한 분석들을 종합하여 본문을 해석하고 이를 현실의 성도들에게 맞추어 다시 해석해야 한다”며 “한마디로 힘에 벅찬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교를 마치고 강단에서 내려오자마자 다음 설교를 준비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본문에 충실한 양질의 설교를 기대하기 힘들다. 또 목사는 설교자인 동시에 수많은 프로그램의 기획자이며 운영자이기도 하다”며 힘듦을 토로했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구약 연구를 본업으로 하는 구약학자들이 나서서 도와줄 것을 당부했다.

먼저 ‘목회자 계속 교육’에 힘써줄 것을 당부하며, “각 교단 총회나 노회 등에서 시무목사들을 위한 공식적인 교육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구약학자들 역시 교육의 주체로서 각 교단에서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인 만큼, 이러한 교육 기관 설립에 목소리를 내야 할 줄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 ‘구약신학의 대중화’를 과제 삼아달라고 밝혔다. 그는 “구약학이라는 학문적 영역과 목회의 실천적 영역 영역이 분리되어 있다. 구약학의 새로운 연구결과에 대해 목회 현장이 둔감한 것은 물론, 사실 목회자들은 신학적 재충전 기회의 부재로 인해 전통적인 신학과도 동떨어져 있다”며 “목회자들이 학문적 신학으로서의 구약학의 장으로 찾아가기 전에 구약학자들이 현장으로 다가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쉬운 설교작성을 위한 자료를 제공해달라거나 목회자료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패턴에서의 공급자의 자리에 서달라는 말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하고, “더 깊은 구약의 진리를 현장에 전달해 달라는 요청이자, 목회자들을 진리로 무장시켜서 영적인 전쟁에서 승리하게 하자는 요청”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평화성결교회 최종인 목사는 목회자 계속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 “하지만 기존의 신학교를 적극 활용하면 새로운 교육기관 설립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실천신학대학원에서 작은 교회,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위해 운영하는 ‘실천신학 콜로키움’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또 “구약학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목회현장을 지원해야 한다”며 “보다 쉽고 흥미롭게 구약에 접근할 수 있는 주제를 많이 소개해야 하고, 각 교단의 목회자 연장교육이나 세미나에서 발표할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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