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에 대한 이행약속, 대북식량지원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 6.15공동선언 8주년에 즈음하여 -
우리는 지금 남북의 정상이 손을 맞잡고 오랜 반목과 대결의 역사를 마감하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 것을 전 세계에 천명한 6.15 공동선언 8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6.15 공동선언 이후 남과 북은 하늘길, 땅길, 뱃길을 열고, 서로 간에 이해와 협력을 증진시켜 왔습니다. 2000년 이전에 이산가족의 상봉이 단지 157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공동선언 이후에는 수 천 명으로 늘어났고, 정치, 군사, 경제, 사회문화 각 분야에서 남북 당국 간의 대화가 활성화되었습니다. 특히 이전에 전혀 없었던 남북 간의 군사대화가 열려서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발판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민간차원에서도 해마다 수 만 명이 북한을 방문하여 우리의 반쪽인 북한의 모습을 있는 그 대로 확인하고, 다양한 교류와 협력의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남한에 대한 시선이 부드러워지고, 남북한의 상호의존도 점차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6.15공동선언 발표 이후 지난 8년 동안 우리는 크고 작은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습니다만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을 착실하게 다져 왔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07년 10월 4일 남과 북의 정상은 10.4 정상선언을 발표하여, 6.15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실천적인 과제를 보다 분명하게 제시하였습니다.
10.4 선언으로 남북관계는 신뢰구축의 단계를 뛰어 넘어서 각 분야별 통합을 위한 실천의 단계로 이행할 수 있는 전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상회담을 수시로 개최하고, 총리회담을 비롯하여 경제부총리 회담, 국방장관회담, 사회문화 장관회담, 국회회담 등 각종회담이 체계적으로 운영된다면 남북한 관계는 보다 높은 단계로 이행하게 될 것입니다.
분단이 60년 넘게 계속된 만큼 평화와 통일도 많은 시간과 준비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겨레는 지난 8년 동안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통일을 준비하고 연습해왔습니다. 훗날 역사는 통일을 준비하고 연습해온 지난 8년을 사실상의 통일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할지도 모릅니다. 최소한 남북분단사의 전환적인 기간이었다고 평가할 것입니다.
그러나, 6.15 공동선언 8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남북관계는 그간의 성과를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하는 현실에 우리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비핵.개방 3000’이라는 대북정책을 제시하고, 지금까지의 정책에 대한 수정을 공언한 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북한을 ‘악의 축’이라 부르면서 대북강경책을 펼쳤던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지금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현재 북핵문제는 1단계인 북핵폐쇄를 완료하고 2단계인 북핵불능화를 위한 마무리 작업을 하는 상태입니다. 북핵불능화는 사실상 북핵폐기의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핵 불능화와 함께 미국의 대북테러지원국 지정이 해제될 것이고, 그렇다면 북미관계는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습니다.
이같은 내외정세를 감안하여 우리는 정부가 6.15 공동선언 발표 8주년을 맞이해서 6.15 공동선언을 계승할 것을 밝힐 것을 촉구합니다. 정부는 한미관계가 굳건하므로 ‘통미봉남’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당국간의 남북관계는 단절되었고 북미관계는 활발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통미봉남’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문제인 민족문제에서 우리 남측이 배제되는 것은 평화와 통일의 과정에서 우리가 할 몫을 상실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가 우리민족의 역사를 만드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을 약속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에 난처하다면, 우선 남북이 그동안 합의했던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소 우회적으로라도 말해야 합니다.
7.4 공동성명, 남북 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6.15 공동선언, 10.4 공동선언이 바로 그것입니다. 오래된 약속도 있고 최근의 약속도 있습니다. 오래된 약속은 그 정신을 지키고, 최근의 약속은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지금의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당면한 북한의 식량문제에 대해 더 이상 실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8월이면 미국의 대북지원 식량이 북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 이전에 북한 동포들의 굶주림에 대해 조건없이 지원해야 합니다.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이행 약속, 대북식량지원 개시가 지금의 막힌 남북관계를 푸는 해법입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6.15 공동선언 8주년을 계기로 해서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를 만들어서 국제정세의 흐름과 남북관계를 균형적으로 발전시켜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2008. 6. 11.
(사)통일맞이 늦봄문익환목사기념사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