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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국교회 인권선언문

자료출처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www.kncc.or.kr)
 

“너희 하느님 야훼야말로 신이시요 주이시다. 크고 힘 있으시며 지엄하신 신이시요 뇌물을 받고 낯을 보아 주시는 일이 없는 신이시다. 고아와 과부의 인권을 세워 주시고 떠도는 사람을 사랑하여 그에게 먹을 것, 입을 것을 주시는 분이시다. 너희도 한때는 이집트 땅에서 떠돌이 신세였으니, 너희도 또한 떠도는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신명기 10:17~19)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하나님을 사랑하듯 인간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구약의 법은 약자 보호법이었으며, 예언자는 권력자의 횡포를 막고 힘없는 사람의 권리를 보호했습니다. 낮은 곳으로 탄생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평생 가난한 사람, 병자, 장애인, 따돌림 당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 운동을 펼쳤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화와 인권 신장에 앞장선 한국교회는 2011년 인권 상황을 직시하며 우리 사회가 약자의 인권을 존중하여 보다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기도하면서 다음과 같이 제언합니다.

1.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기능을 회복해야합니다.

인권은 특정 분야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에서부터 개인의 내면까지 총체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권에 대한 정부의 이해와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민주정부는 제도적으로 인권을 보장하고, 개개인이 내면으로부터 인권을 존중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러기에 공적 기구로서 설립 10주년을 맞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을 주목합니다. 그것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보다 창의적으로 과제를 찾고 인권의 시각에서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직, 인사, 재정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정부 정책과 공권력의 인권 침해 현상을 예리하게 감시해야 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권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 기구로서의 경직성과 관료성을 극복하기 위해 인권 시민단체와 긴밀하게 소통할 것을 권면합니다.

2.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세우는 일이 시급합니다.

영화 ‘도가니’는 우리 사회에 깊은 파장을 일으키며 장애인 인권을 보장하는 법제화의 필요성을 되새겨 주었습니다. 특히 장애인의 노동과 소득 보장, 자립과 주거, 교육과 문화, 접근성과 이동성, 여성 장애인에 대한 폭력 예방 등은 우리 사회가 합심하여 집중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입니다. 또한 무한 경쟁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필연적 결과물인 홈리스에 대한 대책도 서둘러야 합니다. 자기 백성을 길거리로 내몰고도 무책임한 정부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차가운 도시의 거리로 내몰린 고단한 삶을 위로하며 그들이 다시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구조적 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 성적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3. 경제 정의를 통해 경제적 약자들의 인권을 확대해야 합니다.

김진숙 씨가 35m 크레인에 올라가 사투를 벌인지 309일 만에 내려온 것은 노동자 인권을 위한 희망 꽃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1,400일 이상을 거리에서 항거하는 재능교육 교사, 절망 속에 죽어가는 쌍용차 노동자와 유성기업 노동자 등 노동의 비참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인구의 절반(49.2%)에 이르며 임금도 정규직에 비해 절반을 웃도는(57.3%) 수준입니다. 우리 사회가 임금, 권리, 기한, 복장에 이르기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권을 훼손하고 그들을 정당하게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회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나아가 실제로 16%를 넘는다는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다음 세대의 인권을 확립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 기업, 종교계와 시민단체는 모든 지혜를 모아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4. 공권력에 의한 폭력은 결코 허용할 수 없습니다.

이른바 ‘왕재산 사건’은 피의자들이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미확인 사실을 언론에 미리 공포하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피의자들을 구속하였습니다. 더욱이 130명 정도를 마구잡이로 소환·조사하여 시민사회와 종교계를 압박하고 있으며 현 정부 들어서 국가보안법에 의한 인권 유린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방부는 ‘나쁜 사마리아인(장하준 저)’ 등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하자 이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5명의 군법무관을 군 위신 실추 등의 사유로 징계했습니다. 그리고 한미 FTA에 의해 무너질 농축산가, 제약과 의료업계, 소상공인들의 생존권과 국가의 사법권 박탈 가능성을 제기한 판사들의 자기 의사 표현권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한겨울밤 집회 참석자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발사하고 참석자들을 폭행한 것은 누구보다도 국민의 인권을 보살펴야할 공권력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입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정확한 진상 조사와 책임을 가리고,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해야 합니다.

5. 사형제 폐지법을 속히 제정해야 합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종교계와 시민사회는 사형제폐지 운동을 전개하면서 국회가 사형 폐지법을 제정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형제가 사실상 ‘사법 살인’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어떤 이유로도 하나님이 주신 인간의 생명을 박탈할 권리가 인간에게는 없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회가 사형제폐지법안 및 사형제대체법안을 하루 속히 제정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2011년 12월 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 영 주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 해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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