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의 구원을 위해 이 땅에 몸을 입고 오셨습니다. 또한 그의 십자가의 구속 역시 인간은 물론 모든 피조물을 더불어 속량하고 구원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피조물을 썩어짐의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시고 그들이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된 자유를 누리게 하십니다(롬 8:21).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고백은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고백이며 그들이 동일한 존엄성과 가치를 가진다는 고백입니다. 만약 어떤 피조물이 다른 피조물의 주인인 것처럼 행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자리를 범하는 것입니다. 또한 야훼(여호와) 하나님은 우리들과 더불어 계시는 분이십니다. 나아가서 하나님은 가난한자, 약자, 이방인, 고아, 과부들과 함께하시며 어려운 일과 억울한 일을 당하는 자들과 함께 하십니다. 성령께서도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시며 우리를 평화의 띠로 묶어서 하나되게(엡 4:3) 해주십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 자연과 생명이 상생하며 유기체적 조화 속에서 각자의 권리와 자유와 생명을 충만하게 누릴 수 있도록 역사하십니다. 또한 삼위일체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들이 하나되기를 원하십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넘어, 남과 북의 대결적 이데올로기를 넘어, 빈부의 차이를 넘어, 여성과 남성 성소수자의 차별을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을 넘어, 우리 모두가 하나되어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기를 원하십니다.
교회는 초대교회가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함께 나누었던 소중한 경험을 되살려 이 땅의 뭇 생명들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도록 도와야할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생명과 구원을 전파하는 복음을 전하기보다는 오직 자기 자신의 영달과 확장을 꾀하는 욕심으로만 내달았습니다. 교회가 자신이 가진 탐욕을 향해 달려가다가 지금은 아예 복음의 본질을 왜곡하고 차별과 분리를 조장하며 이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변하는 대담함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국교회는 스스로를 의롭다고 여기는 아집 속에서 자신과 다른 것들을 정죄하고 판단하였으며, 가난한 자들의 외침을 외면한 채, 그들을 내치는 부유한 자의 손을 들어 축복하였습니다. 한편 남과 북이 더욱 증오하고 미워하도록 적대감을 고양시키고 무기를 증강하고 전쟁을 부추기는 자리에 함께 하였습니다. 또한 인간 중심의 신학과 서구의 개발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하나님께서 지으신 창조세계를 제멋대로 파헤치고 훼손 변조하는 일에 눈감았습니다. 이제 제60회 총회를 맞이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를 깊이 참회하며 오늘 우리 시대가 부여한 사명을 감당해 나갈 것입니다.
1. 한국교회는 경제정의 구현에 앞장설 것입니다.
오늘의 세계는 하나님 보다는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맘몬의 우상 앞에 절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존엄해야할 인간을 마치 소모품처럼 정리하고 퇴출시키면서 이를 경쟁력 향상이라고 말합니다. 기독교 전통에서 직업은 하나님의 소명의 자리로 인식되었습니다. 삶의 근거지에서 쫒겨난 이들이야말로 우리 교회가 해방시켜야할 ‘내 백성’(출 3:10)입니다. 국민소득 이만불 시대를 자랑하지만 그 소득의 평균치에 다다르는 사람들은 극소수일 뿐입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영세상인으로. 삶의 벼랑 끝에 서있으며,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서민들과 젊은이들의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위한 마지막 수단인 ‘복지’마저도 비효율이라고 지탄하는 거짓 예언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더불어 살아가기 보다는 가진 자들의 끝없는 탐욕을 신앙의 이름으로 미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교회의 자기 배신행위입니다. 그러므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소외된 이들과 함께할 것이며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더욱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는 설사 통계적으로 우리에게 이익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과 노동자의 삶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 시킬 것이며 한미간에 불평등 한 요소마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단점들이 보완되고 분명한 대안이 없는 한미FTA 비준은 하나님의 뜻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2. 한국교회는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앞장설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지금 부끄럽게도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현 정부는 지나간 시대의 이데올로기적 적대감에 사로잡혀 오히려 대화하고 소통하던 시대를 비웃고 싹터오던 남북관계를 파탄내 버리고 말았습니다. 정부는 대화를 단절시킴은 물론이고, 기아 속에서 촌각을 다투는 생명을 살려야 할 인도적 일까지도 금하였습니다. 일부의 교회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보다는 서로를 적대하고 미워하는 반신앙을 앞장서서 전파하였습니다.
한국교회는 1988년 제37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회에서 발표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이어받아 북한의 기아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인도적 나눔의 실천을 전국교회의 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 남북의 교류와 긴장완화, 우리민족끼리의 자주적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남과 북의 과감한 군축과 평화협정체결, 동아시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3. 한국교회는 생태정의 구현에 앞장설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중심의 사고 속에서 모든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야할 사명을 망각한 채, 자연과 생명체를 마치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소모품처럼 생각하였으며, 문명과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자연과 생명을 살해, 파괴, 훼손, 변조하거나 이를 방조하였습니다. 이에 우리는 깊이 참회하며 서로 상생하는 피조세계를 위하여 온 만물과 더불어 동지된 마음으로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아름다움을 지켜갈 것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대규모로 자연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4대강 공사에 대해 반대하고 철회할 것을 밝혀왔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강행하였고 4대강 공사 준공식을 마친 다음날 우리가 우려해온 대로 낙동강에 물고기가 때죽음을 당해 물위에 떠오르는 사태를 보아야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4대강 공사가 환경에 미칠 영향평가를 철저히하고 반생명 반생태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수정하거나 원점으로 되돌려야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한국교회는 올해 초에 벌어진 대규모 동물에 대한 학살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하며 축산정책과 축산환경이 단지 인간의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생명과 동물의 권리라는 창조질서의 차원에서 접근해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4. 성공적인 WCC 총회를 위해 준비할 것입니다.
2013년 부산에서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사 42: 1-4)”라는 주제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 총회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인해 심각한 몸살을 겪고 있는 지구촌이 함께 공생하며 생명과 정의,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길을 모색하고 지구촌이 새로운 방향을 잡아가는 대안적 질서의 출발점이 되도록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