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임보라 목사 “진보 교회에서도 여성신학 가르치기 꺼려해”

‘생명평화마당’ 월례포럼서 발제

대표적인 진보 교회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명동 향린교회(담임목사 조헌정)의 임보라 부목사가, “보수 교회와 차별화를 꾀하는 진보 교회 역시 성차별은 여전하다”는 요지로 발표했다. 8일 저녁 7시 서대문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열린 생명평화마당 주최 월례포럼에서다.

▲8일 생명평화마당 월례포럼 ⓒ이지수 기자

향린교회는 성평등을 지향하는 교회로서 교회 정관에 ‘반드시 1인 이상의 여성목회자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도 하다. 임 목사는 그러나 “제 아무리 성평등을 지향하는 진보 교회라고 해도,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존재한다”며 “부임 초기 생경했던 것은 교인들이 여성목회자에게 갖는 기대감이 주로 심방과 상담에 있다는 것이었다. 유독 여성목회자만이 교우들 모두의 근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 부여가 다소 힘들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여성주의 목회’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교회라 할지라도 “그 밑바닥에는 여성목회자가 더 잘할 수 있는 목회의 내용이 정해져 있다고 보고, 그에 따른 고정화된 성역할을 부여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비판이었다.

진보 교회에서 여성신학이 소외 받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많은 진보 교회들에서 “여성신학, 퀴어신학 등을 통해 새롭게 복음을 성찰해 보는 기회가 없다”며, 그 이유에 대해 “진보 교회라는 정체성을 갖는 것만으로도 교인들이 증가하기 어려운데, 거기에 진보신학을 가르친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는 패배의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가족 중심 이데올로기’가 보수 교회와 마찬가지로 진보 교회에도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하며, 20세기 초 부흥사 빌리 선데이(Billy Sunday)의 메시지를 인용했다. 빌리 선데이가 ‘예수님과 여성은 이 낡은 세상을 구할 수 있다. 여성들이 우리의 사회적 삶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외쳤던 이면에는, “여성은 가족의 영적 생활을 책임지고, 사회의 공적 영역은 남성들이 감당한다는 가족 중심 이데올로기”가 있다며, 이러한 은근한 방식으로 가족 중심 이데올로기가 진보 기독교에서도 종종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진보 교회를 향해 “가부장제의 뿌리가 사회보다도 깊이 박혀 있는 교계에서 진보를 표방하고 있고, 여성주의 신학과 여성주의 목회가 교회개혁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하면서도, 기존의 질서를 고수하는 데 골몰하는 아이러니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러한 자성은 “교회 현장에서 여성 교우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이혼·성폭력·가정폭력 등 위기 상담에 어떠한 기준을 갖고 임하고 있는지, 결혼·출산·피임을 일종의 책임으로서만 여성에게 역할 부여하고 있지 않은지 등을 성찰하는 데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이번 포럼은 <교회 개혁, 여성이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임 목사 외에 배현주 교수(부산장신대)와 최소영 목사(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가 발제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