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논평] 투표 반대는 되고, 독려는 안 되나

서울시에서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오는 24일 ‘주민 투표’를 함에 있어, 일부 교회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발언을 하였다 하여,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단속에 나선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주민투표법> 제28조 5항의 규정에 의한 것으로, ‘직업·종교·교육 그 밖의 특수 관계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주민 투표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규정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투표에 관계된 발언 내용의 수위에 따라 이 규정의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난 18일 무상급식 주민 투표를 ‘나쁜 투표’로 규정하여 이를 거부하는 “기독교계 선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주민투표법> 제28조 5항의 규정에 대한 해석과 적용은 서울시 선관위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무죄인가?

이것은 법률 상식에 맞지 않는 서울시 선관위의 해괴한 논리다. 법에 의하여 주민 투표가 결정되어, 주민들이 주권행사를 올바로 하자는 것은 문제가 되고, 결정된 주민투표를 ‘나쁜 투표’로 규정하여 사실상 투표를 하지 말도록 권장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이는 법이 ‘나쁜 것’이 되고 만다.

서울시의 무상급식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다. 또 개인적인 판단과 결정이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하는 것은 전적으로 주민 개인들의 의사에 달려 있다. 서울시민들은 이제 자신의 주권을 투표로 행사하기만 하면 된다.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치러지는 “정책 투표”를 원천적으로 무산시키려는 것은 적법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것은 불법성이 있다고 한다면, 이는 헌법정신에도 위배가 되고 정당한 주권행사를 선전선동으로 적극 방해하는 행위를 돕는것이 되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투표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미래의 주인공이 될 학생들에게 급식을 하는 문제를 놓고, ‘나쁜 투표’로 몰아간다면,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이며, 어떤 급식을 하겠다는 것인가? 투표의 문제는 서울시민들의 자의적 결정에 맡겨야 한다.

어린 학생들을 두고 벌어지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는 ‘단계적 급식이냐’, ‘전면 급식이냐’의 문제라기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두고 벌어지는 정치 문제가 되고 있다. 나쁜 법이 나쁜 투표를 만들고, 나쁜 교육을 하게 되어, 국가 미래에도 나쁜 선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2011년 8월 22일

한국교회언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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