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성 칼럼]사람은 기대한대로 경험한다

▲예수원교회 김성 목사.
2010년 1월, 런던의 한 공사현장에서 29살의 청년이 작업도중 계단에서 넘어져 공사장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공사장 바닥에 놓여있던 16cm나 되는 대못이 청년의 작업용 부츠를 밑바닥에서 발등까지 관통했습니다. 동료들이 고통에 신음하는 청년을 급히 응급실로 데려갔습니다. 발을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에 비명을 지르는 청년에게 의사는 우선 미다졸림이라는 안정제를 주사했습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청년은 여전히 고통에 몸부림쳤습니다. 할 수 없이 의사는 펜타닐이라는 모르핀보다 100배나 강력한 진통제를 주사했습니다. 펜타닐은 말기암환자들에게 주사하는 아편계열의 초강력 마취약물입니다. 펜타닐을 주사하고 나자 비로소 청년은 진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발을 관통한 대못을 제거하기 위해 작업용 부츠를 잘라낸 의사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발등을 관통한 줄 알았던 대못이 알고 보니 환자의 발가락 사이를 지나고 있었을 따름이었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발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청년은 초강력 진통제를 투여해야 할 만큼 그토록 고통에 몸부림 쳤을까요? 꾀병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의학계에서 말하는 노시보효과 때문입니다. 청년은 대못이 신발을 뚫고 올라온 것을 본 순간 발이 대못에 관통당한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그 생각이 초강력 진통제까지 요구하는 엄청난 고통의 느낌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2008년 3월, 미국의 피자헛에선 광고를 한 편 제작했습니다. 뉴욕의 프로방스라는 최고급 레스토랑에 몰래카메라 30대를 설치했습니다. 프로방스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입니다. 레스토랑은 뉴욕에서 내로라하는 이탈리아 음식애호가들을 초청했습니다. 그리고선 레스토랑의 수석요리사가 새롭게 개발한 파스타를 시식하게 했습니다. 파스타를 맛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 맛을 감탄했습니다. “정말 최고의 맛입니다” “끝내줍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새로운 파스타의 맛을 극찬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몰래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그리고 피자헛은 이 모습을 광고에 담았습니다. 뉴욕 최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수석요리사가 새롭게 개발했다는 그 파스타는 사실은 피자헛의 아르바이트생이 값싼 파스타재료를 가지고 만든 흔한 싸구려 파스타일 뿐이었습니다. 피자헛은 이 광고를 통해 뉴욕의 내로라하는 미식가들, 이탈리아음식 애호가들도 피자헛의 파스타 맛에 극찬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광고했습니다.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이들은 도대체 어째서 싸구려 파스타의 맛을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최고의 맛’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최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최고의 요리사가 새롭게 개발한 파스타는 먹어보나마나 그동안 먹어본 어떤 파스타보다 새롭고 맛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파스타를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 기대가 흔히 맛볼 수 있는 평범한 맛을 엄청나게 맛있게 느껴지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 두 이야기는 행동심리학자 해리 백워드가 지은 언씽킹(Unthinking)에 실려 있습니다. 이들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사람은 결코 ‘있는 그대로를’ 경험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기대한대로’ 경험한다는 사실입니다. 공사장 바닥으로 떨어진 청년은 대못이 신발을 뚫고 올라온 것을 본 순간 틀림없이 대못에 발을 관통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정적인 기대, 예상을 한 셈입니다. 그 기대와 예상대로 대못에 관통당한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뉴욕 최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최고의 요리사가 새롭게 만든 파스타는 보는 순간 먹어보나마나 최고의 맛일 것이라는 기대부터 한 것입니다. 그 기대대로 최고의 맛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반드시 기대한대로 경험합니다. 

성서에서 예수를 통해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의 하나같은 공통점은 예수에게 기대를 걸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기대의 눈으로 예수를 바라보았습니다. 병에 걸려 죽을 지경이 된 어린 딸을 둔 회당장 야이로는 자신의 마을을 지나가는 예수를 보자 땅바닥에 엎드리어 간곡히 간청했습니다. “내 어린 딸이 죽게 되었사오니 오셔서 그 위에 손을 얹으사 그로 구원을 받아 살게 하소서” 야이로는 왜 난생 처음 본 청년예수에게 이런 간청을 했을까요? 야이로도 소문을 들었을 것입니다. 예수가 병자에게 손을 대면 병이 낫고 귀신들린 자에게서 귀신도 쫓아낸다더라. 예수에 대한 소문은 야이로의 가슴에 예수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죽어가는 내 딸도 예수가 손을 얹어주면 나을 수 있지 않을까?’ 야이로는 예수에게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 기대한대로 야이로의 딸은 예수를 통해 고침을 받았습니다. 12년간 혈루병을 앓은 여인도 예수의 소문을 듣고선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받으리라’ 기대하고 예수의 옷자락을 만진 순간 고침을 받았습니다. 기대한대로 경험한 것입니다. 예수를 통해 하나님의 기적을 경험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예수에게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입니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를 경험하는 게 아닙니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자기가 기대한대로 경험합니다. 그러므로 신앙인은 하나님에 대해서든 사람에 대해서든 좋은 것을 기대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통해 내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을 기대해야 합니다. 사람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기대의 눈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기대한 대로 좋은 일, 긍정적인 일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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