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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호 칼럼] ‘필요’ 만큼 구하면서 원전 없는 세상을 꿈꾼다

유미호/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유미호 정책실장.
하나님은 맨 처음에 빛을 창조하셨습니다(창세기 1:3). 빛은 에너지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으로부터 빛을 받아야만 살 수 있습니다. 지금껏 사용해온 석유, 석탄 등도 먼 옛날 동물이나 식물이 태양으로부터 받은 빛에너지를 축적하여 화석화시킨 에너지입니다. 그런데 원자력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원자를 분열시키거나 융합시킴으로써 얻는 것입니다. 그것은 지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태양이나 별의 것이며, 거기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를 알고도 원전에 기대는 것은 탐해서는 안될 현대판 ‘선악과’를 먹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원전의 문제를 살펴보면, 첫째로 연료인 우라늄 매장량의 한계 때문에 마냥 늘릴 수 없습니다. 가채연한이 50년 정도 되는데, 그것도 원전의 수가 늘면 줄어들게 됩니다. 둘째, 원전은 노후 원전의 해체비용이나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이 아니더라도 화력발전은 물론 그 어떤 재생가능에너지원보다 비쌉니다. 그래서 원전업계는 수명 연장에 열을 올리는 것이고, 우리는 이미 고리 1호기를 10년 수명 연장하고 월성 1호기도 연장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원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양길에 있는 원전산업을 일으키려는 속임수에 불과합니다. 연료 채굴, 제련, 운송, 발전소 건설, 폐기물 처분 등 전 과정을 포함시키면 그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더욱이 원전은 치명적인 방사능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호흡이나 먹을거리를 통해 체내로 들어갈 경우 당사자는 물론 태어나지 않은 후손까지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됩니다.

넷째, 드리마일, 체르노빌, 그리고 이번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듯, 원전의 안전신화는 깨졌습니다. 사고는 당대 최고의 원전기술과 안전시스템을 자랑하는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장담할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크고 작은 사고와 고장이 이미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고리 1호기의 경우는 지난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전원공급기의 고장이 생겨 가동이 중단된 바 있습니다. 고리 1호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이 전체 전력 소비량의 1%에 지나지 않는데, 이토록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밖에도 원전은 사용후핵연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문제가 아주 심각합니다. 세계 원전 역사가 50년이 넘었지만 아직 이를 처분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25~30%가 그러한 폐기물을 만들어내면서 생산된 것일진대, 그만큼의 전기 사용을 줄일 수는 없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지난 사고를 접하고도, ‘당장 원전의 불을 끌 수는 없지 않느냐’는 말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원전 불가피론’입니다. 원전이 위기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계속 확대하는 한, 오히려 해결책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지연시켜 위기를 더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앉아있는 가지를 톱질했다. /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톱질할 수 있는지를 / 자신이 배운 것을 서로서로에게 큰 소리로 말해주었다. / 그리고서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 그걸 바라보던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 그리고는 다시 열심히 톱질을 계속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1호기를 세운 이래 현재 총 21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시설용량으로 보면 세계 6위입니다. 발전량은 총 전력의 31.4%인데, 2024년 이면 48.5%가 되어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가 된다고 합니다(밀집도 세계 1위).

의지만 있다면 ‘원전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미 몇몇 나라들이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을 폐기하겠다고 전격 발표하고 구체적으로 단계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꿈도 꾸지 않은 채 체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꿈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집니다. 다음세대에게 희망을 남겨주기 위해서라도 꿈꾸며 그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살펴보아야 할 것은 우리의 전력소비량입니다. 개인적으로 1991년 환경운동을 시작할 때 생명에게 핵이 가장 위협적이라는 생각에 원전을 주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당시 원전은 9기였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그 수는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늘어난 많은 에너지가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과연 그것이 우리의 ‘필요’를 채우는 데 쓰이고 있는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끊임없이 이윤을 좇는 이에 의해 부추겨진 욕망에 의해 탐욕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면,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멀게만 느껴집니다. 원전이 9기였던 1991년 2,412kWh이었던 1인당 전력소비량은 2005년에 7,403kWh로 3배나 증가해, 이미 일본, 독일, 영국, 이탈리아 국민들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2010년 현재 우리는 그 4배나 되는 9,493kWh의 전력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지금도 우리의 욕망을 부추기며 그를 채워주고자 2030년 13,510kWh을 목표로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2030년이면 2000년보다 우라늄 가격이 20배나 뛰고 가채연한도 2040년부터 급강하하여 2070년이면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데도 말입니다.

주님께서는 “너희들은 먹고 마시고 입을 것을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욕심을 내지 않는 이상 자연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이 입고 먹고 살아가기에 충분하다는 말씀일 것입니다. 필요를 제대로 알아 그 필요만큼만 채우며 산다면, 정말로 자연은 우리 모두에게 충분히 풍요로울 것입니다. 그것을 믿고 그대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정말로 ‘착하고 충성된 종’(눅 마 25:21)이라 칭찬받을 줄 믿습니다.

신학자 틸리히는 ‘애정 어린 경청(Loving Listening)’을 하면 생명의 아픔을 들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그 순간 치료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운동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아니 듣는 순간 하나님께서 친히 치료를 시작하실 것입니다.

그 날에 우리는 노후화된 원전을 포기하고 발전소가 더 이상 건설되지 않도록, 에너지를 낭비해온 삶을 회개하고 절제하는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낼 것입니다. 전력 소비량 자체를 줄여야 하니, 에너지를 덜 쓰고, 좀 더 춥고 덥게 지내는 일에 솔선할 것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원전이 우리 일상생활에 얼마나 위협적인 것인지 진지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성찰하며 원전 폐기를 논하고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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