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현수 칼럼] 그 아이

김현수 목사/ 들꽃청소년세상 대표

 
그 ‘아이’를 만난 것은 H가 우리 그룹 홈으로 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 ‘아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평판은 최악이었다. 소년원에도 다녀왔다고 했다. 그 ‘아이’가 문제라고 했다. 리더였다. H가 그룹홈에 적응하고 안정을 찾기까지에는 H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거리아이들의 리더인 그 ‘아이’의 도움이 필요하다.

H가 3살 때, H의 엄마는 집을 떠났다. 동생을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다. 아빠의 폭음과 폭행이 심했다. 아빠는 엄마가 집을 나가고 6개월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H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보호로 자랐지만 지역의 어른들에 의해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 청소년기로 접어들던 어느 날 삼촌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고 집을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거리엔 비슷한 형편과 처지의 아이들이 있었다. 스무명 정도의 집단이었다. 동네에선 골치덩이였지만 그 집단에서 H는 처음으로 가족 같은 정을 느꼈다. 숨통이 트였고 마음이 편했다.

그 ‘아이’와 거리아이들에게 H가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도록 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아이’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H가 그룹 홈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거리생활을 하는 아이들의 사연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아이’와 함께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필자는 그 ‘아이’와 같은 청소년들이 보호와 선도, 격리와 교화의 대상으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아이’는 우리 사회가 거리아이들의 세계로 들어가고자할 때 이끌어줄 길잡이로서 최고이다. 점점 멀어지고 있는 아이들의 세계와 우리 사회를 이어줄 끈이며 아이들의 세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교사이다. 

그 ‘아이’의 위치와 역할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길은 무엇일까?  더 이상 비행청소년이 아니라 거리 청소년 활동가로 인정받으며 살아갈 수는 없을까?  거리생활이 배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필자에겐 그 ‘아이’에게 진 빚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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