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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 매버릭’, 80년대 향수 일깨웠지만 마지막은 불편했다

36년 만에 ‘탑건’ 오리지널 후속작 ‘매버릭’ 들고 온 톰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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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롯데엔터테인먼트)
‘탑건 : 매버릭’ 포스터

* 오마주 : 예술과 문학에서 존경하는 작가와 작품에 영향을 받아 그와 비슷한 작품을 창작하거나 원작 그대로 표현하는 행위

톰 크루즈의 신작 <탑건 : 매버릭>은 1986년작 <탑건> 오리지널의 오마주다. 이탈리아 출신 전자음악의 거장 조르조 모로더가 작곡한 ‘탑건 찬가'가 흐르는 ‘매버릭' 오프닝부터 오리지널에 보내는 애정이 느껴진다.

톰 크루즈는 이 영화에 애착이 갈만 하다. 오리지널 <탑건>으로 톰 크루즈는 일약 청춘스타로 발돋움했으니 말이다.

잠깐 오리지널을 살펴보자. 해군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톰 크루즈)은 ‘매버릭'이란 낱말 뜻 그대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거침이 없다.

지휘부의 지휘도 통하지 않는다. 이를 보다 못한 탑건 훈련 동료 아이스맨(밸 킬머)이 제동을 걸려 하지만, 매버릭은 자신만의 위험천만한 조종 스타일을 고집한다.

그러다 훈련 중 사고로 부조종사 구스(앤소니 에드워즈)가 숨지자 자신을 심하게 자책한다. 하지만 연인 찰리(켈리 맥길리스)의 격려로 마음을 추스리고, 공해상에서 적성국과 공중전을 승리로 이끈다.

이렇듯 오리지널 <탑건> 스토리는 미국판 ‘국뽕'이다. 해군 조종사로서 멋진 청춘을 보내면서 나라도 지킨다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톰 크루즈의 빼어난 외모는 해군 조종사 환상을 덧입히기에 제격이다.

2022년판 ‘매버릭'은 전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온다. 36년이 흘렀지만 매버릭은 여전히 통제 불가다.

그는 혁혁한 무공을 세웠음에도 장성진급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여기서 동료 아이스맨의 위치는 흥미롭다. 아이스맨은 해군 제독까지 지냈고, 통제불능 매버릭의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한다.

아이스맨 역을 맡았던 밸 킬머는 톰 크루즈만큼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 그러나 올리버 스톤의 <도어즈>,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 등 문제작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경력을 쌓아 나갔다. ‘매버릭'에서 두 사람은 오랜 우정을 과시한다. 아이스맨과 매버릭의 재회는 훈훈함과 36년 전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래픽 발달했어도 ‘사실감' 구현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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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롯데엔터테인먼트)
‘탑건 : 매버릭’에선 미 해군이 자랑하는 최정예 전투기 F/A-18E/F 슈퍼호넷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영화 제작자로도 참여한 톰 크루즈는 F-18 전투기에 직접 탑승해 비행신을 소화했다는 후문이다.

‘탑건' 오리지널과 이 작품 ‘매버릭'의 백미는 역시 전투기 신이다. 여기서 잠깐 개인적 추억을 소환해야겠다.

토니 스콧 감독이 연출한 ‘탑건' 오리지널의 전투기 훈련 장면과 공중전 신은 당시 고등학생이던 내게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지금 다시 보아도 F-14 전투기신은 박진감 넘친다.

이 영화 ‘매버릭'에선 당시보다 진화한 F/A-18E/F 슈퍼호넷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영화 제작자로도 참여한 톰 크루즈는 F-18 전투기에 직접 탑승해 비행신을 소화했다는 후문이다.

출연 배우가 직접 전투기에 탑승해 찍은 항공신은 컴퓨터 그래픽이 구현할 수 없는 사실감을 전해준다. 게다가 곳곳에서 오리지널을 오마주한 장면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버릭'은 개봉 한 달 만인 22일 누적관객 600만을 돌파했는데 올드팬과 젊은 층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여서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힘은 확실히 오리지널이 강하다. 매버릭과 찰리의 러브라인은 지금 봐도 애틋하다. 특히 매버릭이 바에서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명곡 ‘You've lost that lovin' feeling'을 부르며 찰리를 유혹하는 장면은 낭만이 넘친다.

반면 매버릭과 연인 페니(제니퍼 코넬리)와의 관계는 어딘가 어색하고, 구즈의 아들 루스터(마일즈 텔러)와 갈등은 억지스런 면이 없지 않다. 이 지점에서 오리지널을 연출한 고 토니 스콧이 문득 떠오른다.

게다가 마지막 장면은 무척 불편하다. 매버릭과 탑건 조종사들에게 떨어진 임무는 고농축 우라늄 시설 파괴다. 이 시설은 산세가 험준한 협곡에 위치해 있어 임무 수행 가능성이 0에 가깝다. 그래서 매버릭은 임무를 마친 조종사들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흔한 말로 ‘단내 나게' 훈련시킨다.

여기서 드는 의문, 산세가 험준한 협곡에 고농축 우라늄을 숨길 능력을 가진 나라가 어디일까? 아마 눈치 빠른 독자들은 얼른 우리와 가까운 어느 나라를 떠올릴 것이다. 국가 안보 위험을 들어 타국 영토에 진격해 공격을 가하고, 더구나 미국이 적성국으로 찍은 나라가 우리와 인접한 나라일 수도 있다는 점은 무척 불편하다.

이 적성국이 어디진지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다. ‘매버릭'은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낭만적인 삶을 즐기는 해군 조종사들을 미화하는 영화다. 오리지널이나 ‘매버릭'이나 적성국을 특정하지 않은 이유도 미군 조종사의 영웅담 보다는 인간적 낭만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잭 리처' 시리즈를 착실히 이어오며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구축했다. <탑건 : 매버릭>은 톰 크루즈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또 하나의 프랜차이즈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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