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설교] 떠돌이들의 하나님

리지 님/한문덕 목사(생명사랑교회)

20일 세계난민의 날을 맞아 생명사랑교회 한문덕 목사가 난민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평신도 리지 님과 함께 공동 설교를 진행했습니다. 아래는 공동설교문 전문입니다.- 편집자주

성경본문

신명기 26장 5-9절, 누가복음서 9장 57-58절, 로마서 12장 15절

안녕하세요. 초대해 주신 생명사랑교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주님이 주시는 평안이 성도 여러분 모두에게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에코팜므라는 단체에서 활동 중인 '리지'라고 합니다.

저희 에코팜므는 한국에 계신 이주여성, 난민들과 협업하여 예술교육, 직업교육, 하고, 또 한국분들 대상으로 세계시민 교육, 난민인식개선 강의 등을 진행하는 시민단체입니다. 다른 말로는 비영리단체, NGO라고도 부르죠. 수익보다는 사회적인 목적을 위해 일하는 단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저희의 미션은 예술교육을 통해 이주여성 분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그분들의 문화적인 재능들을 살리는 거예요. 한국 사회의 대중들에게 문화다양성에 대해 소개하고 난민을 주제로 여러 강의를 진행하기도 하죠.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나 SNS에서 소개되고 있으니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가장 최근 활동 한가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작년에 이주 여성들, 난민 여성들과 함께 그린 그림들로 준비한 '어서 오세요'라는 온라인 전시입니다. 저희가 원래는 늘 오프라인으로 전시를 하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이번에 온라인으로 준비했어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저희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저희 단체 소개를 하고요. 오늘 이 시간에는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하여 '난민'을 주제로 간단하게 몇 가지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편안히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몇 년 전부터 뉴스에서 난민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 보셨을 거예요. 이제는 난민이라는 단어가 여러분들에게 아주 낯선 단어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먼저 우리는 어떤 사람들을 난민이라고 할까요? 최대한 간단히 설명 드려 보겠습니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의견, 특정 사회집단 소속' 등으로 인해 '박해를 당하거나, 그럴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두려움을 느껴서'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없거나, 그럴 의지가 없는 본국을 떠나온 사람들'을 말합니다. 정확한 국제법상의 정의는 파워포인트를 참고해 주세요. 여기서 '사회집단'의 경우 '여성'이 될 수도 있고, 정말 특수하게는 '특정 무술을 연마하는 그룹'이 되기도 합니다. 정확한 국제법상의 정의는 파워포인트를 참고해 주세요. 아직은 좀 생소하시지요? 조금 더 풀어 말씀드리면 '여러 이유들로 본국에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시는 나중에 좀 더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세계적으로 난민은 얼마나 발생하고 있을까요? 2020년 6월에 유엔난민기구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연말까지 강제이주를 경험한 인구는 7억 9500만명에 이르고, 그 중 난민이 약 2600만명, 망명신청자가 420만명에 이릅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난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난민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들로는 시리아, 베네수엘라,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그리고 미얀마가 있고요. 난민들을 많이 수용하는 국가들은 주로 난민 발생국의 이웃들로 터키, 콜롬비아, 파키스탄, 우간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난민들을 많이 받아들인 유럽의 독일이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난민분들이 한국으로 오게 되시는지 또 궁금하시죠? 사실 대부분의 경우 위험한 상황에서 난민분들은 주로 본인이나 가까운 가족이 위험해지면서 정말 급하게 본국을 탈출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대한민국을 점찍어 준비해서 오시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단기비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한국의 비자를 받아 오게 되시는 경우들이 많고요. 한국에 도착해서 난민신청을 하게 됩니다. (비행기를 타고나서 한국행이라는 것을 알게 된 분도 계셨구요.)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떠나오게 되다보니 본인이 난민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여러 증거 자료들을 챙겨 나오는 일 역시 쉽지 않아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됩니다.

이번에는 한국의 상황을 최대한 간단히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2020년 국내 난민 현황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난민신청을 한 건은 6,684건인데, 그중 인정된 사람은 딱 52명뿐으로, 0.4%의 저조한 인정률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이 난민협약 가입국이 된 1994년부터 지금까지 누적된 난민신청은 약 7만 건이 넘습니다. 그 중 누적 난민 인정자는 천 명 정도이고, 인도적 체류자는 2천명을 약간 넘는 수준임을 같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왼쪽 그래프를 보시면 2004년부터 2020년까지의 난민인정률을 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2013년이 우리나라에서 난민법이 제정된 시기이고, 2014~15년이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시리아 출신 난민 분들이 많았던 때이고, 2018년이 약 500여명의 예멘 분들이 제주도에 입도했던 해입니다. 핑크색이 난민인정자의 수인데요, 난민신청자나 불인정자의 수에 비해 거의 변하지 않고 x축에 바짝 붙어있는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른쪽의 파이 차트는 한국에 입국하신 난민분들의 신청 사유입니다. 정치적 의견과 종교가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쪽 표는 국적별 난민신청 현황입니다. 사실 이 국가 출신들 외에도 정말 다양한 나라들에서 오셔서 난민신청을 하시고요.

난민에 대한 여러 정보들만 쭉 듣고 계시다 보니,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정말 내 옆에 있는 이웃들인지에 대한 건 그다지 실감나지 않으실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제가 인생 처음으로 난민을 만났던 경험과, 이 분야에서 일하며 느꼈던 몇 가지 부분들을 말씀 드리려고 해요.

2011년 여름, 제가 대학생일 때의 일입니다. 방학기간동안시간이 애매하게 떴고, 뭔가 생산적이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당시 '프랑스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곳이 있다'는 말에, 제 부족한 불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선뜻 단기 인턴을 하겠다고말씀드렸습니다. 그것이 제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피난처'라는 난민인권단체를 만난 계기였습니다. 난민이 누구인지도, 한국에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 채 첫 출근을 했습니다.

그날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닥 크지 않은 사무실에 난민 케이스 파일이 잔뜩 꽂혀 있던 큼직큼직한 책장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는데, 압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난민에 대한 대중적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던 그 시기에도 간사님들과 인턴들, 자원활동가들은 모두 난민 신청과 직결되는 여러 실무들을 적극적으로, 바쁘게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와, 이거 가볍게 생각할 일이 절대 아니구나', 싶더군요.

그리고 그곳에서 제 인생 처음, 아프리카 대륙 출신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 코트디부아르, 카메룬, 부르키나파소... 프랑스어권 국가출신의 난민들은 제 예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어두운 피부색이나, 생각보다 더 투박했던 프랑스어억양보다 더욱 당황스러웠던 건 그분들의 굴곡진 인생사였습니다. 거리에서 부패한 정부를 고발하는 노래를 지어 불렀을 뿐인데 가족들에게 무장경찰이 들이닥쳐 협박을 하거나, 특정 정치인의 비리를 고발하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혔다가 간신히 도망을 나왔거나, 개종을 이유로 지역사회에서 온갖 핍박을 당하는데 국가나 지자체는 나 몰라라 하는... 이런 부조리한 일들이 이 사람들의 실제 경험이라는 걸 처음에는 믿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저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는 끔찍한 일들이라 좀 아득하게 느껴졌다는 게 좀 더 정확할 거 같아요. 한 인간에게 이렇게 가혹한 일들이 벌어졌는데, 어쩌다가 본국에서 이리도 먼 한국까지 와서 난민신청을 하게 된 걸까. 나라면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얼어붙었을 것 같은데, 국경을 넘고 먼 길을 와서 내 앞에 앉아 자기의 지난 이야기를담담하게 할 수 있는 수준의 용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제가 만났던 난민 분들은 대체로 인간미가 넘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당장 집에 먹을 것이 없어 쌀을 받으러 오신 날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많이 힘드시겠어요."라는 말을 건네면 오히려 "아니다, 우리들을 위해 늘 수고하는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답을 해주시더군요. 본국에서 정말 험한 일을 겪어 악몽에 시달리고 있거나, 난민심사가 잘 풀리지 않아 늘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계시던 분들도 마주 앉아 천천히 여러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자, 그 누구보다 성숙하고 강인한 인격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 에코팜므 활동을 통해 자주 소통하는 분들은 주로 난민여성이자 아내/어머니이신 경우가 많은데요, 다들 극도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십니다.

피난처에서 여름 인턴을 마무리 하는 마지막 날, 제가 겪은 한가지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어요. 보통 난민분들이 난민 신청에서 인정을 못 받게 되면,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그 때 제가 한 난민 분과 법원에 같이 가서, 통역을 해 드린 일이 있어요. 이분은 난민일 뿐 아니라, 혈액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수술이 시급한 환자이기도 했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거나 그게 안 된다면 이곳에 거주할 수 있게 해 주는 인도적 체류 지위라는 것이 있는데요. 그것이라도 받아야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몸이 아프셨음에도 최대한 좋은 옷을 꺼내 입고 오신 그 분과 마주 앉아 난민심사 진행상황과, 발언권이 주어졌을 때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변론 시간이 가까이 다가와 고등법원으로 입장한 후에야 사건을 맡아 주시기로 한 국선 변호사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태도가 왠지 좀 무심했습니다. 항소장과 항소 이유서도 그분이 아닌 피난처의 간사님이 대부분의 내용을 작성했다고 들었는데, 그 서류들이 제법 양이 있었는데도, 그분은 현장에 도착해서야 대충 살피는 것만 같았습니다.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변호사님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문제는 실제 변론이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판사님이 케이스에 대해 몇 가지 내용을 물어보셨는데, '아닙니다.' '네, 이의 없습니다.' '이유서를 이미 직접 읽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답변들이 하나같이 다 너무 무성의한 거에요. 분명 통역을 하러 갔는데, 통역할 실질적인 내용이 없더군요. 이 분의 난민 인정을 위해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갔고, 이 난민 분은 투병 중에도 최대한 정갈한 모습으로 법원에 출두했단 말입니다. 제가 다 면목이 없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판사님이 딱 한번, "당사자, 마지막으로 할 말 있습니까"라고 물으시자 그 분은 어렵게 "사실 내가 몸이 아픈 환자이고, 당상 수술이 필요하다. 내가 난민 케이스로 인정을 받는 게 제일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내 건강을 위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배려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5분도 채 되지 않는 참 짧고, 차갑고, 뻔하다면 뻔했던 변론시간이 끝났습니다. 저와 난민 분 둘 다 그 어떤 다른 말도 꺼내지 못한 채 터덜터덜 법원을 나올 수밖에 없었죠. "이번 케이스, 승소할 수 있을까요?" 제가 겨우 입을 떼어 변호사님에게 물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어차피 이런 케이스는 승소 못해요. 이미 알고 오신 거 아니었어요?"

그때도 대한민국의 난민 인정률은 터무니없이 낮았습니다. 난민법이 생기기 전이니, 실질적인 법적장치는 더더욱 없다시피 했죠. 대한민국 출입국이나 법원의 냉담함도 억울한 데, 어떻게 변호사라는 사람마저 이럴 수가 있나 싶어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에게는 패소가 뻔해 보이는 가망 없는 사건일지 몰라도, 이 사람에게는앞으로의 삶이 달려 있는 중요한 일인데. 이런 식일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이 사건을 맡지를 않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대한민국사회가, 세상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순간, 저는 마음속으로 한 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이 분야에서 단 한사람만이라도 더 목소리를 내야하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 되겠다고. 용기 있고 멋진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지만, 삶에서 갑자기 어려움에 처하게 된 이 사람들과 꼭 연대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저는2018년 4월에 에코팜므를 만나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법률지원이나 통번역 중심의 업무를 하는 건 아니지만, 예술, 교육, 캠페인, 그리고 연구 분야에서 늘 배우는 자세로 활동하려고 해요. 아직도 제 안에 내제된 편견이나, 새로운 지점들을 발견하면 깜짝깜짝 놀라고는 합니다.

이렇게 저의 짧은 일화를 공유해 드렸습니다. 어떻게 들으셨을지 궁금하네요. 마무리하면서 몇 가지 질문들에 답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질문 1. 난민은 불쌍한 사람들인가요?]

한때는 저도 난민을 "불쌍한 사람들"로 봤던 적이 있습니다. 내전이나 폭력적 상황들이 난무하고, 독재자의 횡포가 있는 그런 상황들이 먼저 보였거든요. 또 미디어에서는 난민캠프의 모습만을 많이 비춰주기도 하지요. 게다가 힘겹게 한국에 와서도 난민 인정 받기도, 제대로 된 일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생활고와 문화적응의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되지요. 제가 비교적 안정적인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산다는 사실이 어찌나 안도가 되던지 모릅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사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속에도 탄압과 폭력의 아픔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일제강점기에, 6.25 전쟁 때 우리나라 국민들도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무력 분쟁에 오랫동안 아파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일본, 러시아, 미국 등으로, 자의 혹은 타의로 이주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질긴 생명력과 굳센 의지로 공동체를 형성해 몇 세대가 지나도록 살아가고 계십니다. 그분들의 행보와 삶을 놓고 '참 불쌍했다'고 말하기에는 살짝 어폐가 있다고 생각해요.

[질문 2. 난민을 왜 도와야 하나요?]

그럼 난민들이 불쌍한 사람들도 아니라는데, 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도와야 하는가 궁금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 굳이 우리나라에서 난민들을 수용해서 인정해 줘야 하고, 함께 살아야 하는지 말이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게 소개를 해 볼게요. 2014년부터 지금까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를 맡고 계신 정우성 배우님의 한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서 들려드립니다. "난민은 본국의 어려운 상황이 해결되면 결국 돌아가길 바라고, 일시적으로 보호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세계가 가지고 있는 분쟁의 문제로 인해 난민이 생겨나는 것이고,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다. 난민을 도와야 하는 이유는 난민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나라 입장에서의 손익을 따지거나, '나 하나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라는 통념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반드시 난민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요할 일은 아니지만, 세상 밖으로 시선을 돌릴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같은 인간으로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필요가 있다."

[질문 3. 난민들과 연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오늘 이야기를 들어주신 분들 중 '나는 난민 이슈에 관심이 있는데, 어떻게 돕거나 연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생각을 가지신 경우가 있을 것 같아서, 간단하게 두 가지 정도 소개를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저희 에코팜므나, 제가 인턴으로 있었던 피난처 같은 여러 난민단체들의 SNS를 팔로우하고, 소식을 듣는 것이예요. 단체들이 강연을 열거나,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하는 다양한 소식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거든요.

둘째, 만약 재정적인 여유가 있으시다면 난민단체들에 후원을 해 주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 형태는 정말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코팜므도 정기, 일시 후원을 받고 있고요. 코로나19 때문에 유독 힘들었던 작년에는 마스크나 식료품, 생필품 등 여러 물품들을 난민가정에 보내는 캠페인도 저희가 몇 차례 진행을 했었지요. 특정 행사나, 통번역 활동을 위한 자원활동가를 모집하는 단체들도 여럿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잘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성도 여러분들께 부디 유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떠돌이의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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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생명사랑교회 홈페이지(https://www.agapao-zoe.com))
▲생명사람교회 한문덕 담임목사

오늘 난민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신 리지 님에게 참으로 감사드리면서, 저는 간단하게 오늘 우리에게 주신 말씀을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구약의 말씀은 하나님께서 약속해 주신 땅에 정착한 히브리 백성이 첫 추수감사 예배를 드릴 때 자신들의 역사를 떠올리며 주님께 드리는 일종의 신앙고백문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떠돌아다니면서 살았던 아람 사람이고, 대제국 애굽의 치하에서 종살이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고대 근동의 모든 강력한 신들은 전부 대 제국의 신들이었고, 대제국의 지배자들을 지지하고 옹호했습니다. 그러나 야훼 하나님은 당시 떠돌이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들, 힘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온갖 고통스런 삶의 짐들을 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하나님이 되어 주십니다. 오늘의 언어로 말해 보자면 야훼 하나님은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 난민들의 보호자가 되어 주신 최초의 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누가복음서의 말씀에서 예수님을 선생님으로 모시고 어디든 따라 가겠다는 사람에게 "여우도 굴이 있고,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는데,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시면서 자신의 처지를 말씀하십니다. 예수님 또한 로마 제국의 인구조사와 가혹한 세금 때문에 유랑하던 이들의 아들로 태어났고, 그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더 이상 난민이 발생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세상을 위해 그는 몸소 머리 둘 곳도 없이 계속 이동했습니다.

예수 운동을 이어가려는 바울 사도 또한 당대 가장 강력한 힘을 보유했던 로마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부탁을 하고 있습니다.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우십시오."

오늘날 실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야 할까요? 교회당 크게 짓고, 주일에 수천만의 사람들이 예배를 드린다고 해서 그것으로 충분히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일까요? 흔히들 한국의 많은 목사들이 서유럽 국가에서 교회당이 텅텅 빈다고 비판하는 설교들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교회당이 비어가는 독일은 2015년 대규모 난민 사태 이후 지금까지 18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였습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난민을 수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자 2015년 당시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말을 남깁니다. 독일의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은 난민을 수용하는데 소극적인 유럽을 비판하면서 시위를 하고, 독일로 들어온 난민들을 돌보면서 사회적 책임과 봉사를 합니다. 이 모두 그리스도교의 신앙 고백에서 우러나오는 행위들입니다. 교회당을 자랑하며 세계 선교사에 유래 없는 부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그리스도인들의 상당수가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실로 누가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이며, 누가 그리스도의 제자일까요?

우리 생명사랑교회는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울부짖음에 언제나 응답하셨던 하나님께 순종해야 합니다.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의 대변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리지 님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배웠으니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 더욱 더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봅시다. 당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 약하고 힘든 이들을 위해 일하고 노력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이며, 바로 그렇게 이웃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그곳에서 하나님을 뵙게 될 것입니다.

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설교 후 기도

사랑과 자비가 넘치시는 하나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큰 복을 주셨습니다. 주님의 넘치는 사랑을 넉넉히 부어주셔서, 우리는 어느새 풍족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여전히 하루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 앞에서 우리의 넉넉함을 자랑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부끄러움을 알게 하시고, 나눔의 손길을 통하여 진정한 축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여 주소서. 여러 가지 이유로 본국을 떠나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이 땅의 난민들에게 우리가 선한 이웃이 되게 하여 주소서. 우리의 선교 역량을 높이고 우리의 마음가짐도 새롭게 하여 주소서. 우리의 주님이시며 참된 구원자 되시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감사기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쁨의 소식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자비의 하나님! 주님께서 베푸신 은총에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때로 배고픔을 느껴 겸손할 수 있는 마음 또한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영의 양식을 주시고, 우리 맘에 진리를 향한 갈망을 주셔서 또한 감사합니다. 주님, 우리가 때때로 참 견디기 힘든 시간들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 우리를 붙들어 주시고, 넘어져도 일어날 힘을 주소서. 주님의 십자가가 우리에게 위로가 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아시고 모든 것을 허락하신 주의 은총에 감사하여 오늘 우리의 삶과 예물을 드립니다. 우리는 야훼 하나님만으로 충분하오니, 이 예물을 꼭 필요한 곳에 써 주소서. 일용할 양식이 필요한 곳에, 생명을 살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소식을 전하는 곳에 쓰이게 하소서. 특별히 성령의 능력으로 행하는 생명사랑교회의 모든 사역을 통하여 우리가 날마다 진보하게 하시고, 더욱 더 주님과 가까워지게 하여 주소서.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파송사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어깨를 펴시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아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기뻐하는 사람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사람과 함께 우십시오. 그리하여 평화의 자녀, 하나님의 아들딸이 되십시오.

* 축도

이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성령의 거룩한 친교가 주님의 마음으로 공감하는 사랑, 손과 발로 실천하는 사랑으로 나아가는 생명사랑교우들과 이 시간 전국에서 함께 예배하는 모든 성도들 위에 지금부터 영원토록 함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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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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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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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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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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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학 7] 중세교회 대중들의 신앙생활

중세의 신학은 기본적으로 스콜라주의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스콜라주의 문헌들은 라틴어로 쓰여졌는데, 이것을 읽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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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학 6] 중세 신학의 대략적 지도: 서방의 '스콜라 신학'과 동방의 '비잔틴 신학'

'중세 신학'이라는 용어는 통상 이 시기의 서방 신학을 가리킨다. 지리적으로는 유럽 지역이다. 초대교회 신학은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에서 시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