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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고 싶은가?" 성공으로 장사하는 교회

[김기자의 이슈콕콕] 경쟁과 정죄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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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설교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성직자의 모습. 위 사진은 해당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잘되고 싶은가?" "좋은 리더가 되고 싶습니까" "나 만나는 사람 100% 복 받는다" 얼핏보면 여느 리더십 세미나에서 나올 만한 강좌 제목이지만 실상은 어느 교회의 설교 제목이다. 마케팅에 능수능란한 이 교회의 설교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루저가 되지 않는 비결을 '복음'이라는 이름으로 예쁘게 포장해 상품화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관련 확진자들이 무더기로 나온 홍대새교회 이야기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 이 교회 설교 영상들은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신도들이 그 거룩한? 성공의 비결을 소비하는데 여념이 없다는 점을 반증해준다. 부동산 낙오 불안 속에서 소위 '영끌'하는 시대에 성공의 비결을, 그것도 '복음'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는 설교에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비단 이 교회 문제만도 아니다.

이렇듯 대놓고 성공신화에 편승해 누리고 갖는 소유욕을 부추기는 설교는 무소유를 강조하면서 뒤로는 자기 배를 채우던 어느 스님의 위선 보다는 차라리 나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교회의 핵심 가르침인 복음의 변질을 초래해 말씀을 공급받는 신도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면 그 문제의 심각성을 진단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번영복음(prosperity gospel), 아니 변형복음이 문제인 것은 익히 알다시피 주변의 사람들, 아니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해온 형제와 자매들까지도 경쟁의 대상으로 보거나 나아가 밟고 올라서야 할 수단으로 보게 하는 등 타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성공이 우상화 되면서 성공에서 멀어진 이들을 경멸하거나 정죄의 대상으로 보는 조직문화가 파생되기 일쑤인데 이는 새벽기도가 부족해서 또는 헌신이 부족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성공의 대열에 서지 못하는 이들을 비판하고 억압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런 류의 교회일수록 숫자, 양에 집착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이는데 급기야 순장, 목장 단위 그룹의 모임의 출석률과 참여도가 점수화 되어 때로는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한다.

용서와 환대는 없고 경쟁과 비판이 강조되는 교회. 누가 이런 교회 다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성공이라는 우상의 늪에 빠진 신도들이 경쟁과 비판의 악순환의 고리에서 스스로 빠져 나올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림 없는 소리다. 교회에서의 이탈은 곧 낙오이며 이는 성공이 아닌 실패로 직결된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성공지상주의를 강조하고 강요하는 교회에서는 자기 희생, 자기 부정이라는 그리스도교의 본질적 가르침마저 자기 이기주의적 실현, 즉 성공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질 뿐이다. 이 대목에서 그리스도교를 비판하면서도 그리스도교를 사랑한 어느 철학자의 아래와 같은 언명을 곱씹어 보는 것은 신앙성찰의 차원에서 실로 그 의미가 크겠다.

"부정은 형식일 뿐이며 자기긍정과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의 수단이다. 이러한 점을 종교에서 가장 분명하게 나태내 주는 것이 희생이다...그러나 희생에 의한 부정이나 파괴는 결코 아무런 목적 없이 부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대단히 명백한, 이기적인 목적과 이유를 갖고 있다...이러한 환상적인 자기부정은 동시에 최고의 자신감, 최고의 자기만족과 결부되어 있다."(포이어바흐,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

"잘되고 싶은가"라는 미끼를 던져 성공으로 장사하는 교회. 그 교회가 낳고 있는 변형복음이 신자들을 영적으로 병들게 하고 있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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