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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니까 비로소 집착이 보인다

[김기자의 이슈콕콕] 성직자의 언행 불일치와 소유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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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풀소유’ 논란에 휩싸인 혜민 스님

종교 저술가이자 수행가로 유명세를 타면서 청년 멘토 1순위로 꼽히던 혜민 스님이 수억대의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한편 사찰이 아닌 서울 삼청동 소재 건물주로 임대수익을 올리며 윤택한 삶을 살고 있다는 '풀(full)소유'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 명성이 바닥 모를 추락 중이다.

선불교에 몸담고 있는 혜민 스님은 그동안 공(空)에 대한 깨달음을 기반으로 소유를 행복으로 삼는 시대에 가치 전복적 가르침, 즉 무소유와 행복을 잇대는 집필과 방송 활동을 펼쳐왔다. 이 같은 혜민 스님의 활동은 당시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주면서 소유욕에 매몰된 현대의 인간 군상을 고발하는 동시에 이를 성찰하는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무소유를 강조한 혜민 스님의 말과는 다르게 그의 삶은 소유의 정점을 보이면서 '무(無)소유'가 아니라 '풀(full)소유'의 삶을 살고 있다는 조롱섞인 비난에 직면하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혜민 스님은 결국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다"면서 "승려의 본분사를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크다"고 사과의 뜻을 밝히며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사실상 집필 및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혜민 스님은 그동안 집필과 방송 활동을 통해 물질적 가치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천박한 자본주의 현실을 비판하며 종교적인 수행과 가치 전복적 사고를 통해 그 굴레로부터 벗어날 것을 종용했다. 무소유와 행복을 연결짓는 그의 가르침은 당시 청년 세대의 큰 공감을 샀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가 무소유의 삶과는 거리가 먼, 아니 그 대척점에 있는 소유에 집착하는 삶을 보여주면서 청년들에게 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겨주고 말았다. 소유하고픈 욕망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무소유를 담론화하면서 자기 배를 채운 표리부동한 이중적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

'푸른 눈의 수행자' 현각 스님은 이런 혜민 스님을 두고 지난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석(속)지 마! 연애(예)인뿐이다"며 "일체 일체 일체 일체 석가모니의 가르침 전혀 모르는 도둑놈뿐이야...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는 지옥으로 가고 있는 기생충뿐이야"라고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사실 성직자들에게 있어서 언행 불일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수년 전 한 개신교 단체는 '한국인 종교 의식조사'를 통해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신앙의 실천부족'(31%)을 꼽았다. 지나친 양적 성장 추구(27.6%)는 그 뒤를 이었다. 언행 불일치와 소유욕에 빠진 것은 종교를 막론하고 도찐개찐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혜민 스님의 풀소유 논란에 즈음하여 오늘날 한국교회가 번영신학(Prosperity theology)에 심취해 삼중, 오중 축복을 내세우면서 천박한 자본주의 현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신자들로 하여금 하나님이 아닌 물신을 숭배하도록 강요하며 오히려 그 현실을 부채질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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