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NCCK, 코로나19 방역 위해 부활절 새벽예배 내려놓기로

일치위 26일 성명 내고 "부활절 맞춰 메시지 내놓을 것"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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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NCCK 는 올해 부활절 새벽예배를 내려놓고 대신 부활절 메시지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올해 부활절 새벽예배를 각자의 자리에서 드리기로 결정했다.

NCCK 교회일치위원회(아래 일치위, 황선엽 위원장)는 26일 호소문을 통해 "지역교회와 함께하는 2020년 부활절연합새벽예배를 ‘메시지'로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용산교구협의회와 함께 '갈등을 넘어 다양성과 포용의 공동체로'라는 주제 아래 준비해오던 부활절연합새벽예배를 각자의 자리에서 드리는 예배로 결정하고 부활절에 맞추어 메시지를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치위는 "확산일로에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방역당국, 그리고 국민들과 동참하는 의미에서 함께 모이는 공동예배를 택하는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주제에 맞춘 메시지로 함께 기도하는 예배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물리적, 위생적 거리두기를 통하여 우리 사회라는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게 일치위 측 입장이다.

NCCK 일치위는 "한국교회와 방역당국이 국민의 생명의 안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고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한 방역의 주체로써 적극적으로 행동하자"고 호소했다.

아래는 호소문 전문이다.

- 아 래 -

2020년 부활절 연합새벽예배를 내려 놓으며
"멈춰라, 성찰하라, 돌이키라"

코로나19 전염병으로 고통 당하는 세계의 현실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물들고, 두려움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주여, 언제쯤 이 시련이 끝나겠습니까?"라는 탄식 속에서, 우리는 탐욕의 문명의 대로를 달려가는 인류를 향해 "멈춰라, 성찰하라, 돌이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함께 듣습니다.

한국전쟁 70년을 맞는 올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전쟁의 기억의 유산이 남아 있는 용산교구협의회와 함께 "갈등을 넘어 다양성과 포용의 공동체로"라는 주제를 가지고 부활절연합새벽예배를 준비해왔습니다. 코로나19의 소규모 집단감염의 확산과 지속적인 해외 유입으로 인해 용산구를 포함한 어느 시공도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방역당국은 4월 6일 개학을 앞두고 감염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중대한 고비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부활절 공동메시지를 묵상하며 부활의 산 소망의 증인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가슴 아픈 결단입니다만, 이것이 수난과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생명의 담지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올바른 신앙고백적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생명의 안전이 근본에서부터 위협 받고 있는 이 엄중한 시기에, 방역당국과 한국교회 일부가 행정명령집행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자괴감에 빠집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방역당국과 교회는 국민의 생명의 안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상호주체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상호주체적 관계는 감독자 혹은 비판자의 모습으로 서로 대립하며 갈등하는 태도로는 형성될 수 없습니다. 방역당국과 교회는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자기방어적 자세를 내려놓고 공동의 선을 위한 자리로 조건 없이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교회는 방역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방역의 주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지역사회와 국민의 생명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모이는 교회'의 현장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다면, 방역당국의 요원들을 감시자가 아니라 안전 도우미로 인식하고, 오히려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을 초대하고 격려하며 함께 안전한 예배환경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방역당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방역의 주체로서 교회가 해야 할 일을 상호존중의 자세로 함께 해야 합니다.

방역당국은 한국교회를 방역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관리하며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교회를 지역사회 방역의 주체로 세우기 위해 더 가까이 대화하고, 과학적 예방정보를 나누며 공조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는 4월 6일 개학을 필두로 전 방위적 생활방역단계로 이행해야 하는 현실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생활방역단계에서는 종교·시민사회가 방역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방역당국은 이 점을 명심하고 지역교회를 포함한 종교·시민사회와 공동의 생활방역시스템을 구축하기 바랍니다.

한국교회는 일제 강점기와 냉전 분단기와 산업화 성장시기에 ‘모이는 교회'의 현장예배를 통해 민중들의 고난을 위로하며 신앙적 연대를 다져 왔습니다. ‘모이는 교회'를 성장의 원동력과 지표로 삼아온 한국교회에게 현장예배는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우리는 예배의 또 다른 차원, 즉 ‘흩어지는 교회'가 되어 삶의 자리를 예배의 자리로 승화시키는 영적 차원을 훈련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예배의 핵심이 특정 장소와 시간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이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시공이 진정한 예배의 시간이요, 예배의 장소입니다. 지금은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와 영을 담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영적으로 참되게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새로운 신앙의 질적 차원을 열어가야 할 때입니다.

한국교회는 조직체계상 중앙집권적 상명하달체제가 아니라 지역교회가 대의적 의사결정과정과 실행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체제입니다. 그 안에는 수평적이며 민주적인 다양성이 공존합니다. 한국교회의 이 같은 특성이 지니는 대중적 변혁적 역동성을 가지고 생명의 안전을 위해 일심동체가 되어 나가므로 세상의 본이 되어야 합니다. 이미 놀랄 만큼 수많은 교회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 예배와 가정예배를 중심으로 예배형태를 재구성해서 진행하며, 방역과정 전면에 나서서 지역사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존폐 위기에 처한 작은 교회들을 돌보기 위한 나눔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교회의 현장예배 행태와 몇몇 교회의 집단감염을 모든 한국교회로 일반화하여 부정적 이미지를 조장하는 일부 언론과 방역당국의 언행은 주의를 요합니다.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저항하는 특정 교회의 집회에 대한 방역당국의 제재를 종교탄압으로 일반화하여, 교회 대중을 자극하는 교회지도자들의 언사도 자제되어야 합니다.

코로나19 방역전쟁에서는 한 사람, 한 교회가 매우 중요합니다. 세상 속에 존재하며 세상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할 교회가 고립된 섬처럼 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 부활절연합새벽예배를 내려 놓으며, 한국교회가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복음과 성령의 빛 아래서 우리의 삶과 사역을 성찰하며, 생명의 길, 좁은 길로 돌이킬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2020. 3. 26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교회일치위원회
위원장 황선엽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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