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예배당 예배 절대화는 위선이자 자가당착입니다."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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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새에덴교회 제공)
▲얼마 전 경기 용인 소재 새에덴교회가 주일예배를 앞두고 코로나 예방을 위해 자체 방역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위 사진은 해당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어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비해 밀집된 실내공간에서의 집회와 예배를 장지해 줄 것을 정부가 권고하고 많은 교회들이 이에 공감해 온라인 영상예배나 가정예배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일부 교회들은 예배당 예배를 강행한 모양입니다. 이들은 예배당 예배 강행 이유를 예배는 교회의 본질이라며 예배당 예배 중지가 마치 믿음 없는 자들의 비겁한 타협인 것처럼 주장합니다. 또 전쟁터에도 예배를 드렸다거나, 어떤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예배했던 선조들과 비교하면서 자신들의 행동을 영웅적인 행위 또는 진실한 신앙적 행위로 미화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예배의 진실한 의미가 무엇인지, 얼마나 자가당착적인지, 자신들이 신주처럼 떠받드는 복음 선포와 교회성장에 얼마나 커다란 피해를 줄 것인지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예배당 예배를 강행하는 이들은 다음의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유월절에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가신 예수께서 성전 뜰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사람들과 돈 바꾸어 주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성전을 시장터로 만들어버린데 대해 분노했습니다. 그리고는 노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를 모두 성전에서 내쫓고, 돈 바꾸어 주는 사람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상을 둘러 엎으셨습니다. 그리고는 "성경에 기록한 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였다. 그런데 너희는 그것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헤롯이 46년에 걸쳐 지은 예루살렘 성전을 두고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를 신성모독으로 죽인 자들이 바로 성전을 '강도의 소굴'로 만든 이드 즉 부패와 타락의 장본인인 제사장과 바리새파 사람 등 종교귀족들이었다는 점입니다.

한국교회는 지금 교회 역사상 가장 타락하고 부패했다는 비판받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부패와 타락의 주역이 다름 아닌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교회성장주의자들입니다. 그리고 오늘 코로나19 때문에 불안과 공포에 떠는 국민들을 위해 예배당 예배를 중지해 달라는 시민과 정부의 간곡한 호소를 외면한 채 예배당 예배 강행을 주도하는 이들 또한 한국교회 부패와 타락의 주역인 대형교회라는 사실입니다. 이들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2천년 성전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던 자들이 예수를 신성모독 죄로 죽였던 일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찌하여 너는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태복음 7:3)고 하셨던 예수의 말씀과 함께 말입니다.

이들의 예배당 예배 강행은 위선이고 자가당착이기도 입니다. 예배(禮拜)의 사전적 의미는 신에게 공손한 마음으로 절한다는 뜻입니다. 예배를 뜻하는 영어의 'worship'은 'worth-ship'의 합성어로 '가치를 어떠한 대상에게 돌린다'는 뜻입니다. 즉 예배는 '최상의 존재에게 표하는 경의'를 표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또 구약성서는 예배를 '일한다(work)', '노동한다(labor)', '섬긴다(serve)'는 뜻을 가진 아바드(abad)로 표현했고, 신약성서는 '손에 입을 맞추다', '무릎을 꿇다', '허리를 굽히다'라는 뜻을 가진 프로스쿠네오(proskuneo)로 예배를 표현했습니다. 교회는 예배를 하나님과의 만남이며 대화라고 가르쳐왔습니다. 또 예배하는 사람은 하나님께 대한 경외와 존경과 경탄의 마음을 엎드리거나, 섬기거나, 절하는 행동으로 표현합니다. 예배의 본질이 공간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진실한 예배는 예배하는 자의 마음과 태도에 달려있다는 말입니다. 예배당 예배 강행을 주장하는 이들로 이를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현재 대개의 대형교회들이 예배를 방송이나 온라인을 통해서 중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방송예배를 드리는 이유는 예배의 본질이 공간이 아니라 예배하는 자의 마음과 태도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신자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예배당 예배를 당분간 중지하자는 간곡한 호소를 외면하는 것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드려왔던 TV와 온라인을 통한 예배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선이자 자가당착입니다. 더구나 지금 정부와 시민들의 요구는 모든 예배를 중지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신천지의 예에서 보듯 실내 공간에서 다중이 모여서 드리는 예배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이기 때문에 예배당 예배를 잠시 중단해 온라인이나 가정예배로 전환해 달라는 것입니다.

문제 이 요구가 예배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요구라는 사실입니다. 예수는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여 있는 자리, 거기에 내가 그들 가운데 있다."(마태복음서 18:20)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맨 처음 교회의 예배는 예배당이 아니라 한 다락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또 처음교회를 비롯해 역사상 수많은 교회들이 예배당이 아니라 가정에서 드려졌습니다. 오늘도 세계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곳에서 기독교인들이 그런 형태의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배당 예배만이 예배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예배당이 아닌 곳에서 드려지는 모든 예배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점에서 신자와 국민의 건장을 지키기 위해 예배당 예배를 임시 중단하고 온라인 예배나 가정예배로 전환해 달라는 이 당연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위선이고 자가당착입니다.

※ 이 글은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 담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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