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생충' 생각

김영봉 목사·와싱톤 사귐의교회 담임

bbc
(Photo : ⓒBBC 뉴스 화면 갈무리)
▲영화 '기생충'이 올해 아카데미상을 사실상 독식한 가운데 '기생충' 투자·배급사로서 상당한 역할을 한 CJ 이미경 부회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BBC는 이미경 부회장이 영화 광팬(a true film fanatic)이라며 '기생충' 봉 감독의 여러 영화를 후원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계급 전쟁에 대한 사회적 풍자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회사들 중 하나의 도움으로 생겨난 것이 아이러니한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합쳐저 놀라운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들 '기생충' 이야기를 하니 나까지 거들 필요는 없을 듯한데, 그래도 생각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어 몇 자 적는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은 축하할 일이다.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고 있는 나도 큰 기쁨과 감격 그리고 자부심을 느낀다. 이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사와 페북 글들을 읽는데, 생뚱맞게도 "그렇다면 이 영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던지는 아픈 메시지를 뼈저리게 받아 들이는 것이다. 이 영화는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눅 16:19-31)의 현대판, 한국판 서사라고 할 수 있다. 나를 포함하여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영화를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통해 던진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된 것이다.

그렇다면 계층 간의 단절과 괴리의 문제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여기고 각자도생을 위해 분투하는 우리의 삶의 태도에 이 영화는 어떤 변화를 주었는가? 혹은 어떤 변화를 앞으로 만들어 낼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깨달은 바를 따라 자신의 삶의 태도를 돌아 보고 고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감격스러운 수상 소감으로 피날레를 장식한 CJ 부회장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자기 자신에게 던져 보았을까? 그는 자신의 저택 아래 반지하에서 사는 사람들의 존재를 알기나 할까? 이 영화로 모아들인 수입 중에 이 영화가 던진 사회적 문제에 대해 쓰일 몫이 있을까? 오히려 이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 몇몇 사람들은 계단을 더 높이 올라가 더 많은 것을 누리는 것으로 결말 지어지지 않을까?

영화에서 느낀 것보다 더 참담한 현실을 임홍택의 <90년생이 온다>에서 읽는다. 이 희망 없는 현실에 어떤 변화를 주지 못한다면, 이 사건도 그냥 지나가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누가 그랬더라? 오늘의 예배당은 영화관이고, 오늘의 설교는 영화이며, 오늘의 설교자는 감독이라고. '기생충'의 영화적 성공을 보면서,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작지만 진정한 회심의 사건은 존 웨슬리의 경우처럼 다 낡고 허름한 예배실에 모인 지리멸렬한 모임 안에서 더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회심이 '기생충'에서 그린 것과 같던 당시 영국 사회에 깊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 이 글은 김영봉 목사(와싱톤 사귐의교회 담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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