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의인 열 명의 존재에 희망을 건다

유독 다사다난 했던 2019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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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2019년 개신교, 특히 보수 개신교계는 사회 언론으로부터 주목 받았다. 특히 광장으로 나온 보수 개신교인의 일거수 일투족은 실시간으로 타전되다시피했다. 사진은 21일 광화문에서 열린 국민대회.

2019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 마다 늘 '다사다난'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올 해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개신교계로선 올 한 해는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다.

2019년의 특징이라면 이제 개신교계 이슈가 더 이상 교계 안에서 머무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랑의교회와 관련, 대법원은 두 가지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먼저 8월 사랑의교회 오정현 담임목사가 소속 교단인 예장합동 교단이 정한 목사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확정판결했다. 대법원은 두 달 뒤인 10월엔 이 교회의 공공도로 점용허가가 위법이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사랑의교회 문제를 두고 이 나라 최고 법원이 내린 판결은 교계 언론은 물론 KBS·JTBC 등 주요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명성교회 세습 재심도 마찬가지였다. 총회재판국이 열릴 때마다 현장은 취재진으로 북적였고, 최종 선고가 내려진 8월 취재진은 총회재판국 판결을 기다리기 위해 다섯 시간이 넘게 대기했다.

마침내 총회재판국이 김하나 목사 위임 청빙에 무효 판결을 내리자 심야 시간임에도 거의 모든 언론이 이를 속보로 타전했고, '명성교회'는 포털 '다음', '네이버' 등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A 목사 그루밍 성폭력, 성락교회 김기동 목사와 20대 여성도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등은 KBS 1TV ‘시사기획 창', MBC ‘PD수첩' 등 각 방송사 간판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실태가 드러났다.

역대급 막말로 기억될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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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 이활 기자 )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2019년 세상 언론의 화려한 주목을 받은 이는 단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목사였다. 전 목사는 6월 호기롭게 문재인 대통령더러 하야를 요구하더니, 10월 3일 개천절엔 대규모 집회를 주도하며 세과시를 톡톡히 했다.

물론 구설수도 없지 않았다. 개천절 집회 도중 헌금을 거둬들인 게 대표적이다. "오늘 이 행사 중에 가장 기쁜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무슨 시간이냐고요? 헌금하는 시간입니다. 헌금하는 시간"이라고 외치는 전 목사의 모습은 JTBC 등 각 방송사 메인 뉴스를 장식했다.

그런데, 이 정도도 예고편에 불과했다. 전 목사가 10월 집회를 인도하면서 한 발언은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켰다. 인용하기 민망하지만 그 발언을 다시 옮긴다.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교계는 물론 사회 여론까지 발칵 뒤집혔다. 전 목사의 발언과 함께 그의 추종자들이 청와대 입구에서 노숙을 하며 정치집회에 가까운 기도회를 연일 이어나가고 있고, 인근 주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도 불거졌다. 이 장면 역시 '당당히' 주요 방송사 메인 뉴스 한 자리를 차지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개신교계가 얽힌 문제가 교계는 물론 사회언론의 주목을 받은 건 무척 이례적이다.

사회 언론이 다룬 문제들은 새삼스럽지 않다. 사랑의교회 관련 논란은 7년 동안 이어졌고, 명성교회 세습 역시 장기화 조짐을 보였다. 개신교계 소식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언론이 대서특필하는 교계 내 사건 사고가 '고질적인' 관행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사회 언론이 교계를 주시할까? 소재가 고갈되어서? 전광훈 류의 의혹처럼 종북좌파 문재인 정권의 사주 때문에?

아니다. 개신교계는 한 번 세를 결집하면 정권도 바꿀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정치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개신교계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충실한지는 따져볼 일이다. 전광훈 목사가 설파하는 메시지는 외피는 그리스도교 신앙이지만, 한 번 곱씹어보면 보수 반공주의 정치이념에 더 가깝다. 보수 개신교는 입법과정에도 서슴지 않고 개입한다. 종교인과세 법안이 대표적이다.

사회 언론이 주목하는 건 보수 개신교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다. 보수 개신교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이 나라의 운명이 바뀌고, 법안의 운명이 바뀔 수 있음을 사회가 인식했고 그래서 보수 개신교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또, 이전엔 종교단체란 특성을 고려해 교회 안에서 불거지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리라는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개신교계는 이 같은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이제 더 이상 자정능력에 기대서는 안 될 지경에 이르렀고, 급기야 사회 여론이 나선 것이다.

새해를 맞았다고 달라질까? 새해엔 총선이 치러진다. 보수 개신교계도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인을 국회에 보내기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전 목사는 아예 253개 지역구 모두에 정치조직을 만들려는 기획을 내놓기도 했다. 사회 언론이 보수 개신교의 동향에 무관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해를 돌아보니, 참으로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 나라 교회를 염려하며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의인이 없지 않다. 자정을 기대할 수 없는 한국교회 현실이지만, 묵묵히 어둠을 밝히는 이들의 존재에 다시금 희망을 걸어본다. 하나님도 의인 10명의 존재 때문에 소돔을 향한 노여움을 거두지 않았던가?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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