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손규태 교수를 보내며: 한반도 평화를 보지 못하고

본지 서광선 회장의 손규태 교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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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지난 4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는 이삼열 숭실대 명예교수가 쓴 문집 <평화체제를 향하여 -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기독교의 사명>과 고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 저작 모음집 <한반도의 그리스도교 평화윤리> 출판 기념예배가 열린 바 있다. 당시 설교는 서광선 본지 회장이 맡았다.

바로 지난 4월 12일 종려주일 전 금요일 날 저녁, 참으로 오랜 만에 손규태 성공회 대학교의 명예교수를 반갑게 만났습니다. 그날은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손규태 교수의 최근 저서 『한반도의 그리스도교 평화윤리』(동연)와 이삼열 박사의 『평화체재를 향하여』(동연) 출판기념회에 저는 설교자로 초대 받았습니다.

손규태 교수는 오랫동안 중환자로 고생하면서도 인터넷 신문 「베리타스」 등 교회 언론에 기독교 사회윤리학자의 날카로운 눈으로 보는 한국교회와 사회 정치 문제에 대해서 꾸준히 논평을 하면서 우리시대의 선지자의 책임을 다 해 왔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공식 석상이나 신학자들 모임에서 만날 수 없었던 터라, 오랜 만의 인사를 나누면서도 손규태 교수를 손규태 교수로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병색이 안타까웠습니다.

손규태 교수는 일찍이 신학에 뜻을 두고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의 연합신학대학원과 한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독일의 명문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기독교윤리학으로 신학박사학위를 취득한 당대의 기독교윤리학자입니다. 그의 수많은 저서 가운데 제일 많은 책이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에 대한 책들이었습니다. 그는 독일 나치스 독재자이며 살인마 히틀러의 폭주를 끝내려고 암살계획단에 가담한 죄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5월 8일 며칠 전에 나치스 감옥의 교수형으로 처형 된 기독교 신학자 본회퍼를 사랑하고 존경해 온 학자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손 교수는 우리 시대의 정치신학자이며 사회윤리학자로서 나라다운 나라, 정치다운 정치,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말하고 이를 위해 행동한 "양심있는 지성인, 행동하는 신학자"였습니다.

병석에서 출판한 그의 인생 마지막 책, 『한반도의 그리스도교 평화윤리』의 책머리에 이렇게 썼습니다. "그동안 필자는 한국전쟁과 분단의 고통으로 뿐만 아니라 북에서 남으로 온 피난민으로서...지금은 현직에서 은퇴한 나이 80이 다 된 늙은이어서 건강상 통일이 되어도 고향(황해도 장연)에 가보지 못하겠지만, 남북이 화해하고 통일이 되어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것을 보고...평안히 세상을 떠나고 싶다."(9쪽)

나는 손 교수의 출판을 기념하는 설교의 말미에 손 교수의 소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화답했습니다. "손규태 교수님,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천군천사들의 노래 소리가 휴전선과 분단선 위에 울려 퍼질 것입니다. '하늘에는 영광, 이 땅 한반도에는 평화'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내년 부활절에는 우리 함께 기차타고 평양 가서 모란봉 산위에서 남북교회 합동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건강을 지키시기 바랍니다. 남북분단과 분열과 갈등, 핵폭탄의 무덤을 터뜨리고, 우리 민족은 다시 부활할 것이고 새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의 간절한 소원을 뒤로 하고 손규태 교수는 그 소박한, 그리고 그리도 간절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나는 그날, 손규태 교수 출판기념회 설교를 하면서 이것이 마지막 만남이 아닐까 생각하며 눈물을 참으며 그의 간절한 소원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동안에 할 수 있는 "미리 하는 추모사"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탈북민" 북녘의 고향땅을 그리며 숨을 거두었을, 손규태 교수의 부음을 듣는 가슴이 시리고 아픕니다.

편히 하늘나라로 가셔서, 우리들의 꿈, 살아생전에 남북이 오가고 평화롭게 살게 되는 날을 보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민중신학. 「베리타스」 회장.

이민애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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